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이 Nov 25. 2022

철을 든 사람

 내 나이 서른셋, 나는 어른이 아니다. 왜냐하면, 부족한 게 너무 많기 때문이다. 부족하면 어른이 아니다고 배웠기에 나는 어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술을 마시면 어른이 된다는 말에 술을 마시면서 이게 어른의 물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뜨거운 사랑을 하고 가슴 아픈 이별을 하면 어른이 된다는 말도 들었지만 그냥 눈물만 흘렀다. 결혼을 하면 어른이 된다는 말도 들었지만 그냥 살아가는 한낱의 과정일 뿐이다. 아이를 낳으면 어른이 된다는 말도 들었지만 그냥 내 몸이 내 몸이 아니구나를 느낄 뿐이다. 나는 아직 어른이 아니다.     


 어른은 참을성도 있어야 하고, 아는 것도 많아야 하고, 누군가에 모범이 되어야 한다고 배웠다. 하지만, 나는 진통을 참지 못하고 제왕절개를 했으며 책을 읽으면서 내가 모르는 미지의 세계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또, 그 누구도 나처럼 살겠다는 사람을 만난 적이 없다. 나는 어른이 아니다.     


 나는 호기심이 많아서 이것저것 시작하지만 겁이 많아 이것저것 시작하지 못한다. 하려고 했다가 끝내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자기 확신에 차 시작하지 못할 때도 있다. 엄마는 이런 나를 보고 “커서 무엇이 되려고 그러니?”라며 나무랄 때도 있었다. 나는 커서 서른세 살의 아이 엄마가 되었고, 어른이 되지는 못했다.    

 

 나는 끈기도 없어서 일을 시작은 잘하나 끝맺음을 못 할 때가 많다. 하지만, 하고자 하는 것은 이루고자 하는 것은 끝까지 해낸다. 그러나 끝맺지 못한 일들이 많다. 남편은 이런 나를 보고 “이거 언젠가는 끝나긴 하지?”라며 비꼴 때가 있다. 나는 끝이 없는 중간의 어디에서 헤매는 서른셋의 주부가 되었고, 어른이 되지는 못했다.     


 엄마에게 혼자 1박 2일 어디 가서 쉬고 오고 싶다고 말했다. 그런 나를 보고 엄마는 “언제 철들래? 아이도 낳았으면 어른답게 행동해야지.”라고 꾸짖는다. 나는 어른이 아니기에 이런 말을 하는 거라고 대꾸했다. 그런 나를 보고 엄마는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어린아이처럼 그래? 아들 보기 부끄럽지도 않아?”라고 핀잔을 준다. 나는 아들에게 부끄럽지 않다고 대답했고, 엄마는 “말을 말자.”라고 본인 할 일을 하였다.     

 어머님이 “아이와 하루 종일 있느라 고생한다.”라고 말하셔서 나는 아니라고, 엄마인 제가 봐야죠라고 말했더니 어머님은 “우리 며느리는 진짜 어른스럽네.”라며 웃으셨다. 나는 무슨 어른이에요, 행동하는 건 아직도 애엄마스럽지 못한대요, 뭘이라고 부끄러워하자 어머님은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니. 너 같은 애엄마가 어디 있다고.”라며 입에 침을 바르시면서 칭찬을 하셨다. 그러면서 어머님은 “그 정도면 어른이다.”라고 말하시고 본인 할 일을 하셨다.   

  

 나는 밥을 먹으며 칠칠치 못하게 밥풀을 흘리기도 하고, 물을 마시며 턱에 구멍이 난 것처럼 흘리기도 한다. 아이처럼. 나는 운전을 하며 욕을 할 줄도 알고, 친구에게 남 뒷담화도 할 줄 안다. 어른처럼. 나는 어른이기도 하면서 어른이 아니기도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네가 안 오면 내가 갈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