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만 한 게 없다' 내가 지금 가장 절실하게 느끼는 문장이다. 책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가끔 이렇게 글을 쓰기는 하지만 결국 책으로 돌아간다. 책에서 나의 시간을 찾는다. 책 속에서 내가 있음을 확인한다.
어느 순간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나는 책 속에 파묻혀 살고 있다. 읽을 거라고 다짐하고 산 책들이 쌓이고 쌓여 책이 가로로 꽂히는 날, 나는 사소한 결심을 하였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보자.
그리고 이북을 보자. 나름 실천을 하고 있다. 그렇다고 책을 안 사는 건 아니다. 책은 꾸준히 쌓인다. 가끔 무섭기도 하다. 내가 이 책 속에서 빠져나가지 못할 것 같아서, 내가 책 속에서 길을 잃을 것 같아서. 그런데 현실에서는 더더욱 길을 찾지 못한다. 그 누구도 없는 느낌이다.
임신과 동시에 코로나가 왔다. 그리고 나는 출산을 했고, 육아를 한다. 다들 코로나베이비라고 부르는 그런 아이를 키우고 있다. 아이는 어린이집도 가고, 마스크도 쓴다. 아이의 사회생활은 시작되었으나 나의 사회생활은 시작되지 못했다. 나는 내가 사회생활을 하지 않기로 결심을 했고, 그 삶에서 고립되어가고 있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가끔 독서모임을 통해 약간의 네트워크를 형성하지만 그것도 잠시이다. 그냥 공허한 마음은 끊이지 않는다.
나는 원래 사람을 좋아했다. 사람을 좋아하니 나돌아 다니는 걸 좋아할 수밖에. 그러나 육아도 나의 적성에 맞았다. 아이와 함께 무엇을 한다는 거에 희열을 느끼기도 했고,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것에서 값진 행복을 느꼈다. 그리고 아이가 낮잠을 자는 시간에 독서를 하며 나만의 시간을 보냈고, 아이가 밤잠을 자는 시간에 나는 내 발전을 위해 애썼다. 그런 시간들도 습관이 된다. 왜 내가 독서를 하는지, 왜 내가 어떠한 공부를 하는지 목표가 희미해지면 내가 없어지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요즘은 무섭다. 내가 나를 잃어가는 것 같아서...
육아동지, 아이친구엄마라는 단어 자체가 낯설다. 나는 주변에 없다. 조동도 육아동지도 아이친구엄마도 아무도 없다. 그냥 혼자 산다. 그래서 가끔 외롭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외로움을 책으로 채울 수 있어서 좋기도 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책을 읽으면서도 이랬다 저랬다 하는 것이다. 이 시간이 너무 좋다가도 할 게 없어서 책을 읽고 있는 것 같은 회의감이 들 때도 있다. 책을 읽지 않으면 불안하다가도 책을 읽어도 불안하다.
나는 완전한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항상 불안하고 그 불안함의 답을 책에서 찾으려고 하는 듯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알았다. 그 불안함은 책에서 찾을 수 없다는 것을... 책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사소하지만 거대한 나의 일과이다. 오프라인에서 만나면 좋겠지만 온라인으로 만족한다. 그림책을 가지고 이야기하기도 하고, 새벽에 일어나 역사수다를 떨기도 한다. 내가 읽은 책을 소개하는 독서모임에서는 각자의 책에 대한 취향이 다르니 많은 도움을 얻는다.
불완전한 내가 완전한 독서가를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