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칠십 살 김순남 Feb 20. 2024

노인복지관

# 놀라운 동행자 

그 놀라운 동행자를 만난 것은 내 작은 동행인의 집에서였다. 그 집에 가면 첫날은 대청소를 한번 한다. 혼자 사는 집이라 방 두 개, 작은 거실 하나 있는 빌라다. 공간이 넓지 않아서 청소기가 있어도 마음에 차지 않아 재래식으로 물걸레로 엎드려서 닦아낸다.   

  

이번에는 새로운 게 눈에 들어왔다. 작은 동행인이 나가고 나는 그것을 눈여겨 들여다보다가 발갛게 불이 들어온 버턴을 눌러봤다. 스르르 빠져나오더니 빙그르르 돌면서 청소를 시작한다.     

'오호 ~ 그거 괜찮네.'


청소기가 샤샤샤 소리를 내며 돌기 시작한다. 그 덕에 몸 수고하지 않고 작은 거실에 주저앉아 책을 읽었다. 얼마쯤 지났는지 모르겠다. 어디서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한다. 어린 소녀의 목소리다. ‘뭐지? 이 동네에 껌 팔러 다니는 아이가 있나?’ 순간 엉뚱한 생각에 일어나 거실 창문을 열어 밖을 내려다봤다.     


아직 오전 시간, 골목길은 조용했다. 아무도 없다. 다시 앉아 책을 들었다. 그런데.. 또 들린다. 이번에는 좀 길다. "도와주세요, 문제가 생겼습니다. 도와주세요" ‘어머!!! 무슨 일이야 도대체!!’벌떡 일어나 거실에 딸려있는 주방 창문을 열어 뵀다. 그 골목은 더 조용하다.     


음.. 느낌이 안 좋다. 좁은 복도를 사이에 두고 침실과 끝에 방, 끝 방이 넓은 대로에 접해있다. 그 방으로 가는데 침실 안에서 소리가 들린다.     

어 ~.. 

어머나~~!!     


애처로운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았다. 침대와 작은 테이블 사이에 끼어 있다. 끼어있는 아이를 빼내었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또 뱅글뱅글 돌아간다. 세상에, 너무 웃긴다.  혼자서 입술을 실룩거리며 비실비실 웃어댔다. 다시 제자리에 앉아 책을 읽으면서도 자꾸 비싯비싯 혼자서 웃음을 흘렸다.     


얼마가 지났을까 "청소가 끝났습니다." 깍듯이 보고를 하고는 충전기를 찾아서 들어가 앉는다. 늙은이, 못 미더워 청소가 제대로 되기는 했나, 일어나 방안을 한 바퀴 돌았다. 마음에 들 만큼 깨끗했다.     


그거 참 괜찮네 ~!! 생각했다. 늙어도 저런 아이가 있으면 외롭지는 않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팔, 다리 아파서 거동도 잘 못하고 집에만 있어야 할 때도 저런 아이가 옆에 있다면 말 친구도 되고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얘, 내가 데리고 가면 안 될까? " 작은 동행인이 그래라 했다. 다음 날 듬직한 동행자를 데리고 왔다.      

그런데, 우리 집에서 첫날은, 주인이 바뀌어서 낯이 설어서인지, 아니면 바뀐 환경이 무서워서 인지, 말을 잘 안 들어 애먹었다. 이틀쯤 지나니까 말을 잘 듣는다.     

 

기특하다, 남은 여행길, 아주 외롭지는 않을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여행은 현재 진행 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