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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칠십 살 김순남 Feb 19. 2024

여행은 현재 진행 중

# 시간은 흐르고

내 생각이 틀렸다. 지구 위의 인간들은 주변에 무리 지어 마음을 나누며 함께하는 동행들도 각각이라 겉으로의 행동과 속 마음이 다르고, 오늘은 이렇지만 내일은 저럴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려니 했다. 그러려니 생각하는 무리들 속에 나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고 나서는 그들의 그런 행동들이 밉지만도 않았다.   

   

그렇게, 두 발 달린 무리의 마음도 변하고, 따라서 행동도 변하여도 하늘과 땅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늘은 여전히 변하지 않는 마음으로 해 돋을 때와, 해 떠 있을 때와 해 질 때의 조화로운 색을, 지상에서 걷고 있는 무리가 만들어내지 못하는 절묘한 색을 보여주고, 땅에서는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따라 변하는 조화로움은 여전하다고 생각했다.

      

개나리와 벚꽃이 피면 봄이 왔구나, 꽃이 떨어지고 잎이 빨갛게 노랗게 물들면 가을이구나, 뜨거운 태양이 열을 내뿜으면 여름이고나, 흰 눈이 내리면 겨울이고나 생각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개나리가 봄의 문으로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피어대기 시작하고, 단풍은 물들자 말자 바로 떨어져 이게 가을인지 겨울인지 갸름을 할 수가 없고, 겨울도 봄처럼, 때로는 여름처럼 땀이 나기도 한다. 걸핏하면 계절도 상관없이 비가 폭우처럼 쏟아져 세상을 휩쓸기도 한다. 그뿐이 아니다. 한 참을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분명 앞선 부족이 걸어갔던 길이 없어져 버리기도 하고, 분명 두 발로 걸어서 갔던 길이 물로 가득 채워져 배를 타고 가야만 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거꾸로 예전에는 배를 타고 가야만 했던 길이 이제는 걸어서 갈 수 있는 땅이 되기도 했고, 하물며 그곳에 하늘에 닿을듯한 집들이 무더기로 세워져 사람들이 그 속에서 산다.      


자꾸만 변해가는 세상이 신기롭고 근사하다는 생각도 했다. 그 생각에 도취되어 나도 모르게 두 발 짐승의 지혜와 현명함에 어깨가 우쭐대어지고 발걸음도 더 당당해져 갔다. 그런데 변하는 속도가 너무 빨라졌다. 변화는 세상에 적응도 되기 전에 또 새로움이 나타나 현혹시킨다. 어느 순간 가던 길을 멈추고 주변을 둘러봤다. 변하여도 너무 많이 변했고 태초의 세상에서 너무 멀리 와 버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무서워졌다. 세상이 거꾸로 되어간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분명 예전과는 다르게 눈으로 보이는 것은 모두 새롭고 새로워 근사함에 도취되는 듯하다가, 이러다가 어느 순간에 마법처럼 저 모든 것이 와르르 무너져 옛 그때의 세상으로 돌아가 땅 위에 아무것도 남지 않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다.      


실제로 그런 곳이 있다. 세상의 한 변방에 있는 폼페이라는 곳에서 하루아침에 그 많던 집들이며 사람들이 땅 속으로 들어간 곳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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