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변 Oct 30. 2019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안 사면 빵원이야

신혼여행을 다녀온 친한 형을 만났습니다.


형은 제가 축가를 불러준 것에 대한 답례로 벨트를 선물해 주었습니다.


신혼여행 에피소드를 듣던 중 쇼핑과 관련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하와이는 쇼핑하기 참 좋다면서요?"


저의 물음에


"와이프는 싼 물건이 많다고 좋아하더라고, 근데 내가 말했지 안 사면 빵원이야."


저는 그 말이 참 웃겼습니다.


안 사면 빵원이야.




변호사를 시작하고 10개월가량 시간이 흘렀습니다.


아직까지도 미숙한 점이 투성이지만, 그래도 하루하루 나아지고 있다고 스스로 위로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문득문득 벗어나고 싶다, 힘들다, 새로운 환경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저는 어릴 적부터 참으로 활발한 아이였습니다.


지금도 변호사답지 않게 밝고 활발하다는 평을 듣곤 합니다.


마치 드라마 속 비련의 주인공처럼 한마디 한다면,


"변호사다운 게 뭔데!!" 라고 하고 싶지만, 여하튼 변호사답지 않다는 말은 칭찬을 포함한 의미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렇게, 변호사답지 않은 저는 참 하고 싶은 것이 많습니다.


말하는 것을 좋아해서, 남들 앞에 서서 강연도 하고 싶고, 고등학교 시절 방황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청소년 선도에도 앞장 서보고 싶습니다.


약간은 관종이라 방송에도 나가보고 싶으며, 내 맘대로 영상을 만들어 볼 수 있는 유튜브도 찍어보고 싶습니다.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해서 버스킹을 하는 것이 꿈이고, 피아노로 노래 한 곡 정도는 꼭 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지금의 자리에서 탈출하고 싶고, 자꾸만 법률 공부나 서면작성보다 더 하고 싶은 것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저는 새로운 인생을 꿈꾸곤 합니다.


뭐를 하면, 어떻게 되고, 어떻게 되면, 또 어떻게 되겠지?


계획과 상상은 무한하게 확장되고 어느새 저의 계획 속의 저는 유명한 사람, 멋진 사람, 성공한 사람이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죠.


저는 아무것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방송에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는 '에이 내가 방송국에 아닌 사람도 없는데 뭘' 이라고 생각하고,


버스킹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는 '앰프도, 장소도 준비해야 할게 얼마나 많은데' 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생각만 하고 아무런 행동도 시작하지 못한 저에게는 정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마치 로또 당첨을 매일매일 꿈꾸면서도 로또를 사지 않고 있는 바보 같은 행동을 인생에 반복하고 있는 것이지요.




로또를 사지 않는 이유는 로또 1등에 당첨되면 정말 좋겠지만, 로또 1등에 당첨될 리 없다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제 인생에 대한 태도도 마찬가지인 듯 싶습니다.


하고 싶은 많은 일들의 작은 시도조차 하지 않는 이유는 당연히 이루어 낼 수 없을 것이라는 스스로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방송에는 특별한 사람들이나 나가는 거지 내가 무슨..


버스킹 하면 사람들이 쉽게 모이는 건가 아무도 안 볼 거야..


이렇게 잘 될 리 없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저는 아무런 시작도 하지 않았습니다.



"안 사면 빵원이야"라는 말처럼 안 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안 사면 돈을 아끼기라도 하지만, 안 하면 그저 만족하지 못하는 하루하루를 반복하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인생을 아쉬워하게 된다는 점이겠습니다.



사실 시작해도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안 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하지도 않으면 가능성은 0이지만, 뭐라도 하면 가능성은 다만 1이라도 생겨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런 다짐으로 무엇이라도 해보자는 차원에서 이렇게 글을 써보기로 했습니다.


꼭 방송이 아니더라도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했고, 저는 이 글을 통해 여러분을 만나고 싶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당신께서도 혹시 무언가 하고 싶은 일이 있으시다면, 아무 일도 일어날 수 없는 가능성 0의 상태에서 벗어나실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무언가 하는 순간 가능성은 시작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성공이란 무엇일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