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변 Nov 12. 2019

변호사는 무슨 일을 하나요

벼농사는 아닐 거고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변호사를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이 많습니다.


잊을만하면 주인공이 변호사인 작품이 나오곤 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고시생일 때,


드라마 속 주인공이 별로 공부도 안 하고, 매일 연애하고, 돌아다니고, 그러다가도


[몇 년 후..]라는 자막과 함께


검사가 되어 있고, 변호사가 되어 있고.... 그런 장면을 보면서,


'나는 죽어라 해도 안 되는 변호사가 참 잘도 되네'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있습니다.




요즘은 드라마 속에서 다양한 직업군을 다루고 있고,


변호사나 검사 판사가 뭔가 특별하다고 느껴지는 정도가 예전보다는 약해진 것 같지만,


그래도 여전히 법조인인 아닌 분들에게는 변호사, 검사, 판사는 조금은 특별한 직업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드라마 속에 나오는 변호사들은


사회 악과 맞서고, 혹은 사회 악을 돕고,


어느 때는 막 주먹질을 하고, 어느 때는 톱스타와 열애를 하고,


어느 때는 사건 현장을 누비고, 정말 스펙터클한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한 10개월쯤 변호사를 하고 있는데,


저는 주먹질을 한 적도, 톱스타와 열애는커녕 스쳐본 적도 없습니다.


사무실에 아홉 시 반쯤 출근해서는 밤 열한 시쯤 퇴근을 합니다.


기록들을 읽고, 회의를 하고, 리서치를 하고, 서면을 쓰고, 전화통화도 하고,


재판에 가지 않는 이상


사무실 제 방과 회의실 말고 딱히 가는 곳 없이 그저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거나, 종이 기록을 보고 있거나,


아니면 키보드를 두들기고 있습니다.






변호사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일까요.


확실한 건 변호사는 램프의 요정 지니 같은 존재는 아니며, 그런 존재가 되어서는 아니 된다고 생각합니다. 


한 번은 친한 형이 형사 사건 변호를 맡으면서 괴로워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이유는 자신의 의뢰인이 도저히 무죄가 나올 수 없는 것 같은데 무죄를 받아달라고 요구해서 괴롭다는 것이었습니다. 


대표 변호사는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보라고 하고, 길은 안 보이고 정말 딱 도망치고 싶다는 말을 하였습니다. 


저는 생각했습니다. 


'그런 게 가능해? 아니 가능하면 안 되는 것 아닌가'


변호사는 죄를 지은 사람이 딱 죄 지은만큼만 처벌받을 수 있도록 잘 인도해 주는 조력자.


변호사는 억울한 사람 생기지 않도록 받을 사람은 딱 받을 만큼만 줄 사람은 딱 줄 만큼만 받고 주도록 잘 정리해 주는 조력자.


변호사는 법을 잘 준수하여 앞으로 제재당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조력자.


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변호사 생활을 10개월가량 하며 주변을 살펴보니,


최를 지은 사람이 죄지은 것보다 덜 처벌받을 수 있도록 해주거나,


받을 것보다 더 받고, 줄 것보다 덜 주도록 해주거나,


법을 잘 준수하지 않아도 제재당하지 않도록 해주면,


그러면, 실력 있는 변호사라는 타이틀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잘못된 것인데 누구도 잘못된 것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저 실력 있는 변호사라고 더 많은 사람이 찾고, 돈을 벌고, 그 밑에 그걸 배우겠다고 어린 변호사들이 줄을 섭니다.




변호사는 램프의 요정 지니가 아닙니다. 




저는 오늘도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 담당한 사건에 합당한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서면을 작성합니다. 


언젠가 제가 경력이 더 쌓여서 나를 돌아보게 되는 날, 그때의 나는 어떤 변호사가 되어 있을 까요.






작가의 이전글 의전이 무엇인가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