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트라우마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다바람 May 22. 2024

잘 사는 삶이란 무엇일까

 잘 살아간다는 건 어떤 걸까. 요즘 들어 고민이 든다. 속도와 방향. 모든 사람들의 속도와 방향은 다르다. 요즘 나의 속도와 방향은 늦는다고 해야 할까. 멈춰있는 느낌이 든다. 사건 이후의 나의 삶은 완전히 멈췄다. 툭하면 안 좋아지는 호흡과 불안발작. 이걸 핑계로 몇 개월의 시간을 흘려보냈다. 흘려보내었다고 느끼지만 지난 나의 기록들을 보면 그리 흘려보내진 않았다. 이곳저곳 다니며 무언가를 이뤄보려 노력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하루종일 누워있는 순간들도 많았다. 침대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다가 날 움직이게 하는 건 물속으로 들어가는 수영, 그리고 요가였다. 내 동작에 집중하고 호흡에 집중하는 순간들. 그리고 다시 취침.


 호접지몽을 생각한다. 나의 삶은 꿈속에 있는 걸까 현실에 있는 걸까. 꿈과 현실이 혼동되기 시작했다. 꿈에서 현실의 이야기가 나오고 현실에서 꿈속의 장면이 나온다. 사실 요즘도 그런다. 누군가 내게 말을 하면 그 한마디가 연장돼 꿈에서 나오곤 한다. 그럼 나는 비몽사몽 한 상태나, 깨어있는 상태에서 그게 실제로 했던 말인지 누군가 내게 했던 말인지 헷갈린다. 이게 맞는 걸까. 다른 사람도 그런 걸까. 의사 선생님은 그 말을 듣고, 꿈을 꿀 수 없도록 약을 처방해 주신다. 하지만 그런 약을 먹어도 꿈을 꾼다. 꿈을 꾸지 않게 하는 약은 내겐 소용이 없다. 이제 1년도 넘었다. 아프다는 건 이제 핑계로 치부된다. 내가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 종종 잊는다. 원인을 모르는 결과는 혼란을 초래한다.


요즘 나의 삶은 혼란이다. 무언가를 하고, 남들이 보기엔 나아지고 있다고, 잘 살고 있다고 하지만.

내가 느끼는 감정은 '허무함'이다. 여러 경험을 하고 체득했지만, 아직도 길이 보이지 않는다. 물론 그 순간을 되돌릴 수도 있고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없겠지만. 내 지나간 시간을 돌아봐도 아직 답이 없다.


지나간 인연과 오랜만에 연락을 했다. 언제쯤 안정될까? 삶은. 그랬더니 돌아오는 말. 삶은 안정되지 않아. 늘 위기가 있지. 대기업에 다니고, 나름의 안정적이라고 생각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도 그런 말을 했다.


난 비로소 안정적임을 원하는 것일까? 아니면 또다시 모험을 하고 싶은 것인가. 당장 원하는 것들을 하면서도 어느 순간 맥이 빠지며, 이게 맞나. 하는 망설임에 다 놓아버리는 것도 서너 번. 이제 더 신중하고, 더 고민하고, 더 치열해야겠지.




 

매거진의 이전글 복수하지 않는 마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