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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귤선생님 Jan 31. 2024

Just Keep Going

고민 없이 그냥 계속하라

  퇴근길에 전화 온 남동생에게 겨울방학 보충수업을 하고 집에 가는 길이라고 했더니 경기도 00시에서 수학교사로 근무하는 동생이 거긴 아직도 보충수업이란 걸 하냐며 놀라워했다. 서울이나 경기 지역은 이미 야간자율학습과 보충수업이 많이 없어졌다고는 하지만 여긴 아직도 나름(?) 잘 이어나가고 있다. 물론 참여하는 학생 대부분이 상위권이거나 꾸준히 공부하는 성실한 학생이라는 사실은 당연하다. 남들은 방학이라고 늦잠 자고 일어나서 밥 먹고 '이제 슬슬 공부해 볼까?'라는 생각이 드는 때가 대략 12시 전후라고 한다면, 이미 아침부터 학교에 온 아이들은 그 시간이면 4차시 수업을 마친 셈이니 그런 아이들의 수업 태도는 훌륭함이 이를 데 없고 나 역시 이런 아이들을 가르치는데서 오는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런데 아침마다 지각하는 아이가 있었다. 지각하는 이유를 물어보니 올해 2학년 수업시간에 배울 선택과목을 바꿔야 하는지 그대로 둬야 하는지 너무 고민이 되고 아침에 일어나도 사회탐구계열이 맞는지 과학탐구가 맞는지, 과학탐구 중에서 생물을 할지 화학을 할지가 너무 걱정이 된다고 한다. 진로와 관련된 이런저런 글을 검색하고 또 고민하고를 반복하다 보니 아침식사를 할 생각도 들지 않고 수업시간에 자꾸 늦는다는 것이다. 

"선생님, 사실 수업 시간에도 진로 고민 때문에 집중하기 어려운데 그냥 보충수업을 그만두고 집이나 스터디 카페에서 할까 싶어요."

 이렇게 말하는 학생에게 나는 집이나 스터디카페에서는 진로에 관한 고민이 줄어들고 공부가 잘 될 것 같냐고 물어봤다. 학생은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나는 최근에 성적도 우수하면서 꾸준히 학교 수업이나 방과 후 수업(보충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에게 하기 싫을 때도 있을 텐데 그럴 때마다 어떻게 참고 공부하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 놀랍게도 아이들 대부분이,

"그냥 별생각 안 하고 계속해요."

라고 대답했다. 물론 말주변이 없거나 그냥 대충 대답했을 수도 있겠지만 자신의 희망대로 학과나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 대부분은 고민은 적당히 하되, 그냥 늘 해왔던 대로 공부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예로 고등학교 입학 후부터 꾸준히 성적을 올린 남학생이 고3에 의대로 진학을 바꾼 경우가 있었는데 진로상담을 하면서,

"의대는 막연히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가는 데라고 동경만 해왔을 뿐 제가 지원하게 될 거라고 생각해 본 적도 없었어요."

 라고 말했다. 학생은 고3 때도 꾸준히 공부해서 결국 의과대학에 합격했다. 중간에 모의고사 성적이 너무 떨어져서 괜찮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

"아휴, 수능 점수가 아니라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좀 걱정도 되지만 걱정한다고 성적이 오르는 건 아니잖아요. 그냥 이런저런 생각 안 하고 제가 지금 해야 하는 것을 계속해야죠, 뭐."

 라는 대답을 했다. 


 

 조셉 M. 마셜의 '그래도 계속 가라'라는 책 속에 이런 구절이 있다.


승산이 별로 없는 상황을 맞이했을 때에 한 걸음 더 내딛는 것이 아무리 쓸데없는 생각이 들지라도 우리는 그렇게 해야만 하느니라. 그것이 얼마나 미미하건 간에 우리가 한 걸음 더 내디딜 수 있으면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는 거야. 결국 그런 걸음들 중의 하나가 차이를 만들게 되지. 


 자신의 꿈을 위해 지금 해야 할 일에만 집중하려고 노력해 보자. 이미 지나간 일을 후회하고 아직 다가오지 않은 일을 걱정해 봤자 자신의 소중한 시간만 흘러갈 뿐 도움이 되는 건 없다. 지금 해야 할 일이 공부라면 가방을 메고 집을 나와서 공부를 해야 하며, 체력 시험을 준비해야 한다면 이불을 박차고 나와 뛰어야 한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 봤자 내가 지금 열심히 하지 않으면 다가올 미래의 선택권조차 없다. 열심히 해서 어느 정도 능력을 키워야 A냐 B냐에 대해 선택할 기회가 있는 것이지, 지금 고민만 해 봤자 미래에는 "지금 제 성적으로 어디에 갈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만 하게 된다. 내가 실력을 키워야 내 미래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이고 실력이 없다면 대학이, 혹은 타인이 나를 선택해 주기를 바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누구나 고민은 있다. 하지만 고민만 한다고 답이 나오는 것은 아니며 그렇게 흘러간 시간 동안에 누군가는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가서 결국 원하는 것을 얻게 된다. 물론 꿈꾸는 것을 이루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누가 알 수 있겠는가.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알 수 없는 미래에 고민하기보다는, 그리고 이미 지나간 과거에 집착하기보다는 그냥 지금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자. 


 이런저런 고민 없이 그냥 하는 것, 이게 단순하지만 가장 어려운, 그렇지만 가장 좋은 답이다. 





가는 길이 힘들면, 한 발 앞에 다른 한 발을 내딛으면 되는 거야. 포기하지 말고 그냥 그렇게 계속 가는 거지.

-Roy T. Be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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