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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귤선생님 Apr 12. 2024

대화나 통화는 NO! 문자는 YES!

나는 콜포비아인가?

[선생님, 저 오늘 몸이 아파서 좀 늦을 것 같아요]



  바쁜 아침 출근길에 진형(가명)이에게서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바로 학생에게 전화를 걸어보니 받지 않았다. 질병 지각은 확인 차 부모님과 통화를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더니 [그럼 엄마한테 말할게요]라는 답변이 왔다. 담임이 보낸 메시지는 즉각 보면서 전화는 받지 않는다.



 같은 반 친구 성호(가명)에게 태블릿을 빌려 줬는데 아무리 돌려 달라고 해도 알았다고만 할 뿐 돌려주지 않고 있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면서 속상해하는 학생이 있었다. 나는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서 성호에게 전화했지만 받지 않았다. 내가 보낸 문자 메시지의 '1'이 사라진 걸 보니 읽은 것 같긴 한데 답장이 없다. 방학 중이었기 때문에 다음날까지 기다렸지만 연락이 없자 성호의 어머니에게 전화를 했다. 역시 받지 않았다. 

[어머님, 성호가 같은 반 친구에게 태블릿을 빌려 줬는데 아직도 돌려주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확인차 연락드렸습니다. 편하신 시간에 연락 부탁 드립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는데 몇 시간 뒤, 전화가 아니라 답장이 왔다. 성호한테 물어보니 친구 태블릿을 잃어버렸다고 했으며, 자신이 태블릿 값을 친구에게 보내주겠다는 내용이었다. 메시지를 보자마자 구체적인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바로 성호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역시나 받지 않았다. 



 "아니, 도대체 왜 전화를 받지 않는 거야?"

친한 후배와 차를 마시며 내가 한탄하자 후배가 말했다.

"언니, 그래도 답장은 받았잖아. 그럼 된 거지. 아이들도 그렇지만 부모들도 의외로 통화보다 문자를 더 선호하는 경우가 있더라고. 예전에 2주간 심리적인 이유로 질병 결석을 하고 있던 학생이 있었는데 엄마가 3일에 한 번씩 병원 진료확인서를 학교에 제출하러 왔었거든? 그런데 담임인 나를 보지 않고 무조건 행정실에 맡기고 가는 거야. 한 번은 내가 메시지를 보냈어. 학교에 오시면 뵙고 아이의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으니 연락 달라고. 그런데 시간이 없다며 그냥 행정실에 서류만 놓고 가겠다는 답변을 받았어. 그 학생은 결국 자퇴했는데 자퇴 서류조차도 행정실에 내가 맡기면 엄마가 와서 이유 쓰고 서명하고 가겠다는 거야. 그래서 행정실에 연락했지. 학생 어머니가 오시면 바로 연락 달라고. 내가 수업 중에 연락받고 막 뛰어가서 겨우 얼굴 봤잖아."

"도대체 왜 그러는 걸까? 아무리 그래도 내 아이의 담임인데, 중요한 일이면 통화를 하거나 얼굴을 보고 말하고 싶지 않을까?"

"그냥 메시지가 하나의 소통 문화가 된 거라고 생각해.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거나 통화를 하면 바로바로 대화가 이어져야 하는데 문자 메시지는 뭐라고 말할지 고민할 시간이 있잖아. 그냥 문자로 대화하는 게 편한 거지."

"전엔 안 그랬던 것 같은데... 코로나 이후로 변한 건가?"



  솔직히 말하자면, 코로나 이전에 학생이나 학부모와 문자보다 통화를 한 경우가 더 많았으며, 이에 대해 어떤 불편함이나 어색함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전화 통화가 우선순위였으며, 통화가 되지 않을 경우에만 메시지를 주고받았기 때문에 문자 메시지는 의사소통의 주된 도구가 아니라 단지 부가적인 수단이었다. 마스크를 쓰게 되면서 얼굴을 보고 대화를 하는 게 어려워졌고 정확한 언어 전달을 위해 말보다는 글이 더 편해지게 되면서 사람들 간의 소통 수단으로 문자 메시지가 주요 도구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전화(call)와 공포증(phobia)을 합친 '콜포비아'라는 말이 코로나 팬더믹 이후 등장했다고 한다. 상대방과 직접 통화하는 것을 불편해하고 문자를 더 편하게 여기는 현상인데, 전화 통화할 때 느끼는 긴장이나 압박감 때문에 요즘 더 많은 사람들이 콜포비아를 경험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취업 포털 사이트인 잡코리아에서 성인 51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3.1%가 콜포비아를 경험하고 있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코로나를 겪으면서 삶의 변화가 왔다고 볼 수 도 있지만,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다양한 플랫폼을 이용한 소통이 가능하게 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이러한 현상을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라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 우리가 항상 문자로만 소통을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는 다양한 수행평가를 진행해야 하고 모여서 얼굴을 보며 조별 활동을 실시한다. 여러 교내 활동 신청은 플랫폼을 통해 이루어지지만 실제 활동은 직접 현장에 가서 참여해야 한다. 따라서 이러한 콜포비아를 단순하게 요즘 트렌드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이런 상황을 이해하되, 직접적인 소통의 기회를 많이 만들어서 콜포비아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화를 어려워하는 아이들을 여유롭게 기다려주면서 동시에 천천히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해야 한다.

 

 결국 우리는 서로 간의 소통을 통해 관계를 맺어 나가면서 살아가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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