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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pe Mar 25. 2024

지하철 맨 끝에서 두 번째 자리

사람에게는 자신이 가는 공간마다 선호하는 자리가 있다. 교통수단도 마찬가지. 주로 지하철로 통근을 하기에 자리가 나면 그저 감사하지만. 그 와중에도 좋아하는 자리가 있다. 바로 의자마다 양쪽 맨 끝, 혹은 맨 끝에서 두 번째 자리다.


가운데 자리에 앉으면 허리를 더 꼿꼿이 펴게 된다. 창가 한복판이라 말 그대로 '머리를 둘 곳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맨 끝이나 그 두 번째 자리에 앉으면, 편안한 각도로 딱 맞게 머리를 뒤로 기댈 수 있다. 상체나 허리에 부담을 주지 않아도 된다.


예전에는 자리에 앉으면 핸드폰으로 영상을 보거나, 음악을 들었다. 하지만 요즘은 그저 눈감고 가만히 머리를 기대고만 있는다. 뭔가 자극을 주고 싶지 않은 마음이랄까. 특히 지하철이 지하를 빠져나와 지상으로 달리는 구간에 들어설 때면 더욱 그렇다. 이때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바깥 풍경에만 집중한다.


언젠가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누군가의 입을 통해 말로도 들었다. "현대인들은 분주해서 하늘을 올려다볼 여유도 없다고." 맘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바깥에 있을 때면 꼭 한 번씩은 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어본다. 하늘을 쳐다보기 위해서다.


3월, 주말을 보내고 난 어느 월요일. 출근길 동선으로 회사 근처 공원을 지나는데 알록달록한 색깔들이 눈에 띄었다. 나뭇가지 위 이파리들의 연둣빛, 그리고 산책로 곁 개나리들의 노란빛. 아직 춥지만 봄이 오긴 했나 보다. 확실히 낮도 많이 길어졌다. 시간을 더 벌어들인 기분이다.


성격상 사소한 것에도 신경을 많이 쓰니 피곤하지만. 한편으로는 감탄할 것도 많아서 좋다. 이왕이면 다른 사람들이 발견하지 못하는 즐거움들을 잘 표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렇게 표현을 공유하는 내 곁의 사람들이 함께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알고 있다. 유난스럽고, 오그라드는 말이라는 거. 그래도 진심인 걸.   


아, 지하철 맨 끝에서 두 번째 자리 이야기하다가 여기까지 흘러와버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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