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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다니려면 국어국문과 나와야 되나요?

책 개발자에게 필요한 역량

가끔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함께 했던 대학 교수님들로부터 전화가 온다.      


"우리 학교에 출판사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있는데, 궁금한 것들을 직장언니A님께 좀 물어보라고 해도 될까요?"

"시간이 되시면 언제 한번 방문해서 출판사 소개와 취업에 관한 소그룹 강의를 해주실 수 있나요?"

 



학생들과 직접 만나거나 전화를 해보면 그냥 가볍게 이야기를 들으러 온 학생들도 있고, 이미 출판사에 뜻이 있어서 어느 정도 사전 조사 후에 좀 더 깊은 정보를 원하는 학생들도 있다.


여러 가지 질문 중 가장 귀여웠던 질문은 바로 “출판사 다니려면 국어국문과 나와야 되나요?”라는 질문이었다. 내가 볼 땐 가장 귀여웠던 질문이었지만, 질문을 했던 학생에겐 제법 진지한 질문이었을 것이다. 국어국문과를 나온 것은 책 개발자에게 매우 도움이 된다. 국어국문과 전공자라 하면 기본적으로 글에 대한 이해력과 글쓰기 능력 충분히 갖추어져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이러한 전공 학위가 해당 분야의 취업을 하는 데 가장 중요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그 분야의 전공이 필수였다. 물론 그 분야의 전공자는 여전히 유리하다. 하지만, 십여 년 넘게 다양한 사람들을 뽑고 그들과 함께 일해보고 나니 조금 다른 기준이 생기기 시작했다.


내가 출판사에서 함께 할 인재를 뽑을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직무 분야에 대한 전문성, 세상에 대한 호기심, 긍정적인 마음, 지속적인 학습력, 글과 그림을 보는 안목이다.


예전에는 면접을 볼 때, 해당 학과의 학위 여부. 학점과 개인의 성격, 단체 생활의 적합성 등을 파악하는 질문을 했다. 그리고 출판사의 열악한 환경, 구체적으로는 마감까지 두세 달 계속되는 야근과 때때로 발생할 수 있는 밤샘 작업을 견딜 수 있는지, 본인의 꼼꼼함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질문을 자주 했다.


요즘은 전공 학위 여부도 중요하지만, 전혀 다른 학과를 졸업했어도 해당 분야에 대한 기본 역량이 갖춰졌다고 판단되면 뽑는다. 가령, 어학 책을 개발하는 부서인데도 법학과나 화학과 등의 인재를 뽑기도 했다. Toeic, Tofle과 같은 영어 능력 시험 점수와 입사 전공 시험 성적을 볼 때 어학 관련 업무를 충분히 할 수 있다고 판단이 되는 경우이다. 이러한 케이스의 인재를 뽑은 후 장기간 지켜봤을 때 그들은 전공자만큼, 또는 그 이상성과를 내기도 했다.


두 번째로 호기심이 많은지를 살펴본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은 급변하는 세상에 맞춰 변화를 꾀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세상이 너무 급변하고 있다. 회사는 일이 년이 멀다 하고 변화와 혁신, 효율성을 강조하며 조직개편을 한다. 특히 코로나 시대에는 회사의 줄어든 수익을 최대한 유지하고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각 사업 부서와 직원들이 함께 머리를 맞댄다. 회사는 개인에게 부서의 연간 업무 외에도 미래의 먹거리 사업이 될 만한 새로운 분야에 대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요구한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부터 비롯한 각종 아이디어들은 회사의 미래를 바꾸기도 한다.

세상의 온갖 멋진 아이디어는 모두 작은 호기심에서 시작되었다

 

세 번째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졌는지를 본다. 회사에서 불평하는 사람들을 너무 쉽게, 너무 자주 본다. 나 또한 그런 사람들 중에 하나이다. 하지만, 불평도 정도가 있다.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어떤 때에는 갑자기 업무량이 많아지기도 하고 어떤 때에는 함께 일하기 힘든 상사나 동료를 만나기도 한다. 그러한 때에 일시적인 상황에 대한 불평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당연하기도 하고 때론 그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모색할 수 있는 계기 되기도 한다. 하지만, 항상 부정적인 말을 습관처럼 하는 사람, 회사나 상사, 다른 동료 욕만 하는 사람, 회사 내 관계를 해치는 대화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 주변은 사건과 사고가 많고 좋은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그러니 면접시 함께 일하면 즐겁고 힘을 낼 수 있는 긍정적인 마인드의 사람인지 잘 살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네 번째는 지치지 않는 지속적인 학습력을 가졌는지를 살펴본다. 회사에서는 업무를 하기 위해 새롭게 배워야 하는 것이 많다. 전공 분야의 일을 하려면, 대학에서 배운 것과는 전혀 다른 일들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어학 책을 만든다고 하면 타깃 대상에 대한 연구와 분석을 하기도 하고 다양한 경쟁사의 제품 학습, 나아가서는 추후 도래할 어학 학습 트렌드에 대한 예측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이후에는 손익 계산, 조직과 경영에 대한 공부를 해야 다. 또 최근에는 회사의 조직 운영에 따라 인재를 조금 다른 분야에 배치하기도 한다. 이러한 것은 예전에는 퇴사에 대한 권유처럼 느껴졌는데 요즘에는 사업 방향과 조직개편의 효율을 위한 인재 배치이기도 하다. 이때 학습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원래 제 분야인 양 찰떡같이 새로운 부서에 빠르게 정착하여 제 몫을 해낸다.

같은 역량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라도 해당 분야에 대해 학습을 지속적으로 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10년 후는 하늘과 땅 차이다


마지막으로 글과 그림을 보는 안목이 있으면 금상첨화이다. 책을 기획하거나 저자의 원고를 접하게 될 때, 그 콘텐츠의 장점을 잘 살려줄 수 있는 감각적인 편집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같은 콘텐츠라 해도 개발자가 다르면 전혀 다른 결과물이 나온다. 예상보다 더 멋진 결과물이 나오면 좋겠지만, 때론 복부를 한 대 세게 얻어맞은 것 같이 '헉' 소리가 나올 경우도 있다. 그럴 땐 심호흡을 한번 하고 신입사원에게 설명하는 것처럼 세세하게 콘텐츠를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와 어떤 사진, 그림 등을 어떤 기준으로 찾고 삽화를 어떻게 발주해야 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일부는 가이드한 방향에 맞게 바로 수정이 되기도 하지만, 일부는 몇 번의 수정 지시 후에도 결과물이 다르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럴 때에는 마감에 쫓겨  빨간펜 선생님이 되어 직접 수정을 하고 사진도 찾아 교체해야 한다.  글과 그림을 보는 안목, 이것은 쉽지 않다. 이것은 글의 구상력, 미적 감각과 관련이 있어서, 누군가에게는 마치 어학 책 개발자에게 핸드폰에 들어가는 반도체 칩을 개발하라고 하는 것과 같이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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