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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두필 Nov 12. 2023

아빠, 잘 가요.

2023년 6월 11일 심장 대동맥 박리, 심장 판막 치환술

나의 핸드폰에 서울삼성병원이라는 글자가 뜨고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빠르게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보호자분 되시죠?"


"네..."


"네 안녕하세요 전 교수님 대신 아버지 수술에 대해 설명드리게 된 주치의입니다."


"아 네... 안녕하세요..."


"네 수술 동의서는 환자분이 사인하면 될 것 같아서 이렇게 전화로 설명드리려고 전화드렸습니다."


"아 그럼 제가 직접 사인을 할 필요는 없는 거예요?"


"네... 수술에 대해 말씀드려도 될까요?"


"네 말씀해 주세요..."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 따위는 없었다.

의사 선생님도 바쁘고 또 자신이 돌보는 환자들을 돌봐야 했을 것이다.

그렇게 숨죽여 아버지 수술에 대해 들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잠시 침묵이 흐르고 전화기 너머로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선 아버지가 좋지 않은 상황인 건 알고 계시죠?"


"네..."


"음... 아버지는 내일 심장 대동맥 박리 수술과 심장 판막 치환술을 할 거예요. 우선 대동맥은 인체에서 가장 크고 두꺼운 혈관인데 이게 혈액을 전신으로 공급해 주는 역할을 하는데요... 근데 아버지는 그 대동맥 벽이 파열되고 찢어져서 혈관이 분리가 되는 증상이에요. 그래서 그 대동맥 부위를 절제해서 잘라낸 다음 인조 혈관으로 교체하는 수술을 하게 될 거예요... 물론 수술을 하는 과정 그리고 하고 나서 합병증이나 후유증이 발생할 확률이 큰 수술이기도 하고요..."


"네..."


"그리고 심장 판막 치환술에 대해 설명을 드리자면... 같은 개념이긴 한데 심장 판막이 손상되어 제 기능을 하지 못해서 이 부분을 새로운 인공 판막으로 교체해 주는 수술을 말해요. 특히 아버님 수술은 심장을 잠시 멈추고 하는 수술이기 때문에 아주 위험하고 그에 따른 합병증이 발생될 수도 있는 상황이고요. 그리고 이 인공 판막에도 종류가 있는데 생체 조직 판막과 기계 판막이 있어요. 두 판막의 장단점을 말씀드리자면 우선 생체 조직 판막은 동물 판막이나 기증 판막을 특수 처리해서 만든 판막인데... 생체 조직으로 되어있어 인체친화적이라는 장점이 있어요. 그런데  이 판막의 수명이 10~15년이 지나면 재 수술을 해야 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아... 네 그럼 기계 판막은요?"


"기계 판막은 말 그대로 금속 재료로 만들어 내서 내구성이 튼튼한 판막이에요. 그래서 아무래도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이게 기계다 보니까 기계에 혈액이 부딪치면서 용혈이나 색전, 혈전 생성의 위험이 있어서 수술 후 평생 항응고제를 복용해야 하는 단점이 있는 거고요... 각각의 장단점이 있어서 선택을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 아... 잠시만요..."


말문이 막혔다.

아니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고민이 많이 되었다.

생체 조직을 사용하면 인체에 무해하지만 영구적이지 못하다. 

하지만 기계판막을 사용하면 영구적이지만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

아버지 나이는 61세.

아직 젊은 나이.

하지만 기계 판막을 하면 지금 수술을 받았던 신장약과 더불어 또 다른 약을 평생 복용해야 하는 상황.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그 순간 주치의 선생님이 말했다.


"결정하시기 어려우면 아버님이랑 이야기해서 결정할게요... 아버지가 아직 젊고 결정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상황이니까 그렇게 하시면 될 것 같아요."


"네... 알겠습니다. 아버지가 결정하도록 해 주세요."


"네 그럼 내일 아침 7시 30분에 수술실 들어가니까 그전에 오셔서 아버지 뵙고 수술 준비 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아... 네 잘 부탁드립니다."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이렇게 아버지 수술에 대한 설명이 끝났다.

나중에 아버지께 들은 이야기지만... 아버지는 기계 판막을 선택했다.

약을 먹되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판막을 선택한 것이다.

그 말을 들은 나는 울컥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아... 우리 아버지 오래 살고 싶었구나... 오래오래 살아서 손주들 크는 것도 보고 세상에 더 좋은 걸 보고 싶었구나...'


아버지는 그만큼 간절하게 살고 싶었던 것이다.

손주들과 세상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을 것이다.

아버지의 저러한 의지를 미리 알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요즘 간혹 그런 생각을 한다.

사람은 언젠가 죽는다.

사람은 그 누군가 그리고 이 세상과 작별을 해야 하는 한정된 시간을 갖고 있다.

그리고 그 한정된 시간이 누군가에게는 100세가 될 수 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61세가 될 수 있다.

이 말은 즉 이별해야 하는 그때를 아무도 알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나도 아버지가 이렇게 갑자기 가 버릴 줄 몰랐다.

나에게는 아버지와 이별의 시간이 갑자기 다가왔고 그만큼 후회의 깊이가 깊다.

알았더라면 남아있는 그 시간을 조금 더 같이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부디 다른 사람들은 후회의 깊이를 조금 낮출 수 있는 선택을 하길 바란다.


이제 다음날이면 아버지의 수술이 시작된다.

어렵고 긴 수술.

생사가 걸린 시간.

아버지도 긴장의 시간을 보냈을 것이고 나 또한 긴장의 밤을 보냈다.

그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할 수 있는 거라곤 딱 한 가지, 기도를 하는 방법 밖에 없었다.

이번 수술 무사히 잘 끝나게 해달라고 또 이번 이 고비만 잘 넘기게 해달라고 말이다.

그날 밤은 자다 깨다를 계속해서 반복했던 것 같다.

삼촌 댁 거실에서 그 어두운 밤에 눈을 떴다 감았다를 반복했다.

그리고 눈을 뜰 때마다 속으로 연신 하나님을 찾았던 것 같다.

그렇게 하나님께 의지하며 그 날밤이 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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