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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올의 쇼룸은 언제나
드레스(Dress)를 입지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재료 사용법

by SAPO
디올(Dior)이라는 브랜드를 떠올릴 때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아마 공통적으로 고급스러움, 우아함, 여성스러움 등의 단어가 연상될 거라고 생각하는데, 필자의 경우 수지나 블랙핑크 지수 같은 연예인으로서 떠오르기도 한다. 흔히 말하는 디올 상 연예인들이 어찌보면 디올의 이미지를 가장 잘 표현해주고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skuukzky, @sooyaaa__

1947년 전쟁 이후 파괴적이고 딱딱한 분위기 속에서 그에 대한 반대적 니즈로 '뉴 룩'을 선도하며 곡선미를 강조한 여성스러운 라인을 발표하며 시작된 브랜드 디올. 그렇게 패션계의 한 획을 그으며 시작된 브랜드이며, 이후 디올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이브 생로랑(현재 브랜드 입생로랑의 그 이브 생로랑이 맞다.)이 21살의 나이로 수석 디자이너로 임명되어 브랜드를 이끌기도 하였다.


디올이 지금과 같은 이미지를 가지게 된 이유에는 가장 기초적으로 디올이 추구하는 브랜드의 철학에 있다. 전통과 혁신, 우아함과 현대성의 조화를 생각하고, 여성의 아름다움을 기리는 것이 디올의 방향성이다. 지금의 이미지를 갖게 된 이유로 디올의 철학을 끌어와 설명하는 건 순서가 바뀌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고, 사실은 그 반대로 디올이 추구하는 철학을 얼마나 현대까지 잘 이끌어왔는지에 대해 브랜딩적으로 배울 점이 많다고 보는 것이 더 맞을 것이다.


성수동에 파리 몽테뉴 30을 그대로 재현한 외관의 스토어를 오픈하며 큰 화제를 모은 후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디올은 명품 브랜드 중에서도 쇼룸 디자인에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는 브랜드 중 하나다. 국내외 쇼룸을 통해 디올이 말하고자 하는 정체성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디올의 쇼룸 컬렉션
(좌) 크리스챤 디올 스케치. (우) 하우스 오브 디올. 이미지 출처 Dior 공식 사이트

압구정 명품 거리에 몇 년 간 공사 중이고 소문만 무성하던 건물이 바로 디올의 플래그십 스토어, 하우스 오브 디올이었다. 이 쇼룸이 자리를 잡은 지 벌써 몇 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디올의 정체성 같은 건물이라고 생각이 들만큼 디올스럽다. 상자 속에서 드레스를 꺼내는 듯한 느낌을 의도한 건물로, 왼쪽 스케치가 건물의 정확한 이미지 스케치는 아니지만 드레스의 곡선을 어떻게 표현하고자 하였는지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강화 섬유와 레진 소재를 사용하여 주름지고 굴곡지는 곡선의 중첩을 강조하였고, 그 사이에 유리를 사용하여 중첩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X-Ray (3).png (좌) 건축가 Ivana Barbarito의 아이디어 스케치. (우) 마이애미 디올. 이미지 출처 녹색건축인연구소 블로그

마이애미의 디올 쇼룸 또한 처음부터 드레스를 연상케 하도록 의도되어 있다. 하우스 오브 디올과는 조금 다르게 건물만 보고는 드레스가 연상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건축가가 직접 스케치한 그림을 보면 이 건물은 드레스 그 자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프로젝트에서도 드레스가 자연스럽게 접히고 구겨지는 듯한 느낌을 곡선을 통해 살린 것을 볼 수 있다. 하우스 오브 디올에 비해 직선에 가까운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대리석 석분 파우더를 사용하여 드레스의 실루엣을 연상케 할 수 있도록 하였고 각 패널들 사이에 조명을 살려 중첩된 듯한 느낌을 강조하고 있다.

X-Ray (5).png (좌) 크리스챤 디올 스케치. (우) 도쿄 디올. 이미지 출처 superfuture

이쯤되면 디올이 쇼룸에 드레스를 입히고 매번 새로운 컬렉션을 발표하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이번에는 어떤 컬렉션을 발표할지 기대감이 생긴달까. 도쿄 컬렉션(?)은 화려함이다. 우아하고 고급진 느낌을 강조했다면 이번 도쿄 쇼룸은 여성스러움을 강조한 듯 보인다. 골판유리라고도 불리는 유리 한 쪽면에 골판지처럼 주름을 넣어 만든 유리인 골유리패널로 마감하고 그 안에 스크린을 설치하여 시시각각으로 시선에 따라 드레스의 이미지가 흔들리는 비주얼적 이미지 효과를 주었으며 조명으로 음영을 주어 분위기를 극대화 하였다.


디올의 유리(Glass) 공식

디올은 브랜드의 이미지와 유리 소재의 조화가 좋기 때문인지 쇼룸에서의 유리(Glass) 활용을 적극적으로 한다는 특징이 있다. 세 쇼룸을 봐도 알 수 있듯이 유리를 통해 투명성을 주는 부분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강화섬유, 대리석 파우더, 레진 등과 적절히 중첩시켜 그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사용하고 있다. 공통적으로 곡선을 강조해주는 깔끔한 화이트톤의 마감재를 한 톤으로 연결하지 않고 오히려 여러 조각으로 끊어내며 의도적으로 중첩시키고 있고, 그 사이에 투명성을 가지는 유리를 조명과 함께 사용하여 중첩의 사이를 강조한다.


여러 소재의 중첩 뿐만 아니라 하나의 소재로도 끊어 사용하며 중첩을 의도하였으며, 그 반복되고 겹쳐진 사이를 투명성(유리)과 조명을 함께 사용하여 강조하여 여러 겹의 레이어가 겹쳐져 있음을 의도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쇼룸 디자인에서 드레스의 주름지고 구겨진 듯한 곡선을 살리기 위하여 공통적으로 사용된 디자인 언어인 셈이다.


X-Ray (6).png (좌) 디올 파리 몽테뉴 30. (우) 디올 성수. 이미지 출처 Dior 공식 사이트

가장 최근에 오픈한 디올 성수는 디올의 역사가 시작된 파리 몽테뉴 30 스토어의 축소 버전이라 앞선 디올의 유리 공식에는 맞지 않는 예외 사항이 있을 수 있다. 드레스를 형상화하여 만들어진 스토어가 아니기 때문에 중첩을 강조할 필요가 없어서 그렇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성수 플래그십 스토어에서도 유리를 전체적으로 사용하여 마치 유리 궁전같은 느낌을 주는 것이 특징적이다.

디올 성수. 이미지 출처 Dior 공식 사이트









'성수에서 만나는 파리'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을 만큼 이국적인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파리의 몽테뉴 스토어를 그대로 가져온 것이 아닌 현대식으로, 그리고 '성수'식으로 해석하여 들여왔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 건물 외관이 모두 유리로 되어 있는 커튼월로서 조명을 역시나 함께 사용하면서 분위기를 더욱 강조한다. 디올의 조명 사용법은 언제나 유리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방향으로 설치되어 특유의 우아함과 고급스러움을 가져간다.




결론

수많은 세월 동안 대중이 좋아하는 명품 브랜드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인 브랜딩, 그 중에서도 플래그십 스토어 디자인에서 나타나는 브랜드의 철학과 디자인 언어를 분석해보았다. 모아놓고 보니 쇼룸에 드레스를 입혀 놓고 시즌별 옷 컬렉션을 선보이듯이 쇼룸 컬렉션을 발표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디올은 혹시 자신들의 쇼룸을 마네킹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새 시즌이 되면 새로운 컬렉션이 나오듯 디올이 새로운 쇼룸을 오픈한다고 하면 이번에는 어떤 쇼룸 컬렉션(?)을 가지고 왔을지 궁금해질 것 같다.


디올은 '드레스'라는 오브젝트를 가지고 '곡선, 구겨짐' 등의 요소를 뽑아 '중첩'이라는 디자인 언어를 사용하여 표현하는 과정을 거쳐 쇼룸 디자인을 하는 과정을 반복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처음의 드레스 스케치에서 마지막 건물 디자인으로의 결과가 어떻게 나오게 된 것인지의 과정에서 이렇듯 디올이라는 브랜드가 자신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다루는 방식이 어떤지, 어떤 디자인 언어를 사용하는 지에 대해 알 수 있다.


앞으로 디올이 어떤 소재들을 중첩시키고 유리와 조명을 통해 강조하여 어떤 드레스를 만들어 나갈지 지켜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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