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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틀몬스터는 오브제(Objet)를 사랑한다?

젠틀몬스터 공간의 특징적 디자인 언어

by SAPO

항상 쇼킹한 비주얼과 생경한 아이디어를 선보이는 젠틀몬스터는 설립된 지 불과 12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젠틀몬스터와 더불어 탬버린즈, 누데이크도 그만의 색을 잘 보여주는 브랜드로서 자리잡고 있다. 젠틀몬스터, 탬버린즈, 누데이크 이 세 브랜드를 아우르는 '아이아이컴바인드'가 주로 이용하는 마케팅적 요소 중 하나는 바로 '공간'이다.


언제나 특별함을 주는 쇼룸 디자인으로 전에 보지 못했던 새로움을 안겨주는 것을 통해 사람들의 반응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는 것은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다. 언제나 새로운 팝업을 열 때면 예약이 꽉 차 쉽게 가지 못하기도 하고, 이미 자리잡고 있는 쇼룸들은 소위 '핫플'로 불리며 언제나 사람들로 바글거린다. 공간에 한 번이라도 방문해 본 사람은 공감하겠지만, 기존의 틀을 한참 벗어난다는 것은 확실하다.


이러한 공간에서 우리가 특별함을 느끼고 또 이에 호감을 느껴 이 공간에 계속해서 방문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왜 사람들은 매번 젠틀몬스터가 새로운 팝업을 열면 무조건 가보려고 할까? 젠틀몬스터가 대중성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서 분석해보도록 하겠다.


젠틀몬스터 신사 플래그십 스토어.




우선 공간에 들어갔을 때 가장 먼저 드는 감상 중에 하나는 '압도당한다'는 느낌일 것이다. 가히 충격적인 비주얼 때문에 그렇고, 공간에 제품은 보이지도 않고 오브제들만 한가득이어서 더 그렇고, 그 오브제들이 어떠한 기능을 가지고 있지도 않은 채 그냥 그대로 전시되어 있기 때문에 더욱이 그렇다.

탬버린즈 신사 플래그십 스토어.


특히 오른쪽 사진의 탬버린즈 신사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선보였던 말 오브제는 개인적으로 정말 충격적이었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웅성거림, 그리고 나조차 하고 싶었던 말, '저거 진짜 말이야?'. 윤기나는 털과 꼬리의 움직임, 섬세한 고갯짓까지 정말 가까이 다가갔는데도 진짜인가 싶어서 한참을 응시했던 기억이 있다. 나 말고도 그 공간 안에 있는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이 그러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오브제란 무엇인가

먼저, 오브제(objet)라 함은 영어 'object'에 상응하는 프랑스 단어로써 '사물·객체·물체'를 뜻하는 말이지만 현재는 예술적 의미로서 더 많이 쓰이며 예술 용어로써는 '예술과 일견 무관해 보이는 것을 본래의 용도에서 분리하여 우연적이고 심리적인 조합을 통해 진열하는 과정으로 예술적 의미를 가지는 것'을 뜻한다. 정리하자면 본래의 용도와 다르게 쓰이지만 예술적 의미를 가지는 모든 사물·객체·물체를 뜻한다고 볼 수 있다.


젠틀몬스터가 지속해서 사용하는 디자인적 언어 중 가장 특징적인 것이 바로 이 '오브제'이다. 실내디자인에서의 오브제는 미술에서의 오브제와는 달리 예술적 의미만을 포함하는 것이 아니라 기능적인 측면을 지닌물체로서 작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공간의 벽 또는 가구로 존재하기도 하면서 공간을 분할 또는 연결, 시각적연속성의 기능을 갖거나 공간의 동선을 유도하고 방향성 등을 제시한다.


하지만 젠틀몬스터에서 오브제는 그렇지 않다. 오브제들은 각자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역할만을 이행할 뿐, 공간 기능적 측면에서 봤을 때는 어떠한 의미도 가지고 있지 않다. 바로 그 점이 젠틀몬스터가 사용하는 '오브제'의 감각인 셈이다.


젠틀몬스터가 오브제를 대하는 방식

오브제의 당위성

'저거 진짜 말이야?' 하던 웅성거림이 곧이어 '근데 말이 여기 왜 있어?'로 바뀌곤 한다. 안경, 선글라스는 보이지도 않는데 왠 거꾸로 매달린 코끼리가 눈 앞에 떡하니 있으니 당황스러울 만도 하다. '판매'라는 목적성을 가지는 명확한 상업 공간에 들어간 것임에도 판매를 하려는 의도가 보이지 않고, 오히려 본인들의 예술적 감각을 과시하려는 듯하다. 젠틀몬스터가 의도한 지점이 바로 딱 그 지점이지 않을까 싶다.


공간에서 보통 '오브제'를 사용하는 방식은 기능을 추가하여 그 공간에 그 오브제가 있어야만 하는 당위성을 갖추기 마련인데, 젠틀몬스터에서는 그렇지 않다. 공간에 들어가면 당황스러운 느낌, 혹은 신선한 느낌을 받는 이유가 공간의 각 오브제들이 그 어떠한 당위성도 부여받지 않은 채 그곳에 그저 존재할 뿐이기 때문이다. 실내 디자인의 영역인 '상업 공간'에서 실내디자인 언어로서의 '오브제'가 아닌, 예술 언어로서의 '오브제'를 사용했다는 점이 이 브랜드를 '예술적이다'라는 생각을 하게끔 유도했다고 생각한다. 의미를 잘 알지도 못하는 코끼리, 말 등의 오브제들이 공간을 지배하고 있는데도 '감각적이다'라는 평이 나오는 데에는 예술 언어로서 '오브제'를 대했기 때문이다.


또한, 위에서 '오브제'의 의미를 이야기했듯이, 오브제란 '일견 무관해 보이는 것을 본래의 용도에서 분리하여 우연적이고 심리적인 조합을 통해 진열하는 과정으로 예술적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전혀 관련이 없어보이는 '사물·객체·물체'와 '공간'의 조합으로 젠틀몬스터는 예술적 의미를 가지게 된 것이다.


오브제의 스케일

X-Ray (1).png (좌) 탬버린즈 CHAMO 팝업 스토어. (우) 젠틀몬스터 BOLD 팝업 스토어.

또 한가지 젠틀몬스터가 오브제를 대하는 특징적인 점으로는 '스케일'에 있다. 사람 모형을 만들 때는 최소 사람과 같은 크기의 1:1로 만들거나 보통은 과장적일 정도로 크게 설치를 하고 있다. 사람 모형 뿐만 아니라 조각상, 도토리, 나무, 이외 무엇이라 지칭하기 어려운 수많은 오브제들이 굉장히 큰 스케일로 전시되어 있다. 게다가 매우 섬세한 디테일로 되어 있어 실제인지 헷갈릴 수도 있을 정도의 퀄리티를 갖추고 있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압도적이다'라는 인상을 받을 수 있다.


공간 내에서 오브제의 스케일을 과장되게 축소하거나 확대하는 방식을 통해 강한 인상을 심고, 쉽게 흥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공간에 방문하는 사람은 마치 거인국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하며 공간을 '경험'하고 '체험'하는 의미를 가진다. 공간의 예측 불가능성으로 인해 공간에 흥미를 느끼고 또 그로 인해 적절한 감탄을 불러일으키는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결론

오브제를 활용하는 다른 브랜드에 비해 젠틀몬스터가 유독 감각적이어 보이는 이유, 또 젠틀몬스터가 공간적 마케팅을 통해 대중성을 갖출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서 분석해보았다. 브랜드 고유의 독창적인 분위기를 공간에서도 잘 풀어내며 특유의 세계관을 가져가는 젠틀몬스터가 앞으로도 어떤 오브제를 가지고 어떻게 공간을 자신만의 것으로 가져갈지 지켜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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