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좀 끝나나 싶더니 주말인데도 비가 내리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무척이나 울적했다.
다시 심해진 코로나 덕분에 밖에 나가볼 엄두도 못내고 커피 한잔에 책이나 읽으려 책상 앞에 앉았지만 글자도 영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괜시리 얼마전 들었던 이야기가 자꾸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 잘난 배려 덕분에 뭐 이야기를 하고 싶어도 말을 못한다'
무슨 대꾸도 못할 정도로 요상한 말이었다. 살다 살다 배려가 문제가 된다는 이야기도 듣네 싶어 화도 났지만, 대꾸는 하지 않았다. 괜히 싸우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었다.
뭐든 과하다면 모자람만 못하다는 이야기는 익히 들어 잘 알고 있다. 문제는 저런 이야기를 들을 정도였나 싶은 것이다.
평소에 남들 생각해서 이렇게 저렇게 양보도 많이 하고.. 별 문제를 만들고 싶지 않아 숙이며 지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구태여 문제가 된다면 좀 생각이 많아 남들은 별 생각 하지 않는 것에도 조심스러워 한다는 것이 있었다.
의아했지만 골자는 자꾸 뭘 배려한답시고 양보하고 그러니 어떤 문제를 이야기 하고 싶어도 미안해서 말을 못하겠다는 것이었다.
이야기를 듣자니 과 친절로 인한 그런건 아닌 것 같고.. 일주일이 지났음에도 괜히 또 조용히 생각을 해봤다. 그냥 남들 같으면 잊어버리고 넘어갈 문제였지만 요새는 유난히 이런 말을 들으면 그냥 넘기지 못하는 탓에 마음이 무겁다.
돈까스 두드리는 망치로 때려놓은 고기 마냥 얇아진 멘탈 덕분에 뭐 하나하나가 가벼이 보이지 않기도 하지만 배려에 대한 부분은 인생의 기조이기도 했기 때문에 마냥 지나치기가 힘들었다.
한참을 생각 했지만 답을 구하진 못했다. 딱히 나서서 남들을 불편하게 할 만큼의 배려는 하지 않았는데. 상대가 그게 익숙치 않았는지, 무엇이었는지는 모르겠다.
결국 앞으로는 또 조심해야겠다는 괜한 다짐만 했다. 일상을 조심하면서 사는데 이것 마저도? 라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남들과 트러블 없이 사는 것도 참 어렵다. 세상 사람들이 다 같은 코드는 아닐 테니 과한 친절이 불편함이 될 수 있는 것 처럼 단순한 배려도 미안함을 느끼게 끔 한다면 안하는게 맞는 것 같다는 궤변같은 인생살이법 하나를 배운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