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뚝배기 Sep 07. 2020

올드팝을 찾아 듣는 이유


아주 올드팝은 아니지만 꽤 즐겨듣는 옛 팝송 하나를 올려둔다. 읽으시면서 들어보시길




어릴적 우리 가족의 일요일은 조금 특별했다.

피곤한 한주를 보내고 늦잠을 늘어지게 잘 법도 했지만 아버지와 어머님은 늘 일찍 일어나셨고

청소와 분주한 아침 준비 그리고 빠지지 않고 노래를 틀어놓으셨었다.


음악을 유독 좋아하셨던 아버님 ( 아마 어릴적에 음악을 하셨다면 음악인으로 사셨을 지도 모르는 )

탓에 차를 타던 집에 있던 원치 않게 올드팝이라 불리는 70~90년대 팝송들을 듣는 것이 일상이었다.


일요일의 음악도 그와 같은 맥락이었다. 햇살이 내리쬐는 아침, 커튼을 걷고 틀어놓으시던

Daniel Boone 의 Beautiful Sunday 는 별도로 알람을 맞춰 놓지 않아도 우리를 깨우는 신호와도 같았다.


일요일이 아닌 날도 예외는 아니었다. 외식이라도 나가거나 저녁 드라이브라도 가게 된다면 자동차 스피커에선 여지 없이 올드팝들이 흘러나왔다. 당시 아버지가 끌고 다니시던 차엔 CD 플레이어가 없었기에 카세트 테잎 여러장을 좌석 사이에 넣어두고 다니셨는데, 대부분이 팝송을 녹음해둔 테잎이거나 직접 사서 가지고 다니시던 음악 테잎이었다.


명절에 차가 막히는 날이던 언제건 꾸준히 그 음악 테잎들은 돌았고 동생이나 나는 전주만 들어도 어떤 음악인지 알 정도였다. 아버지의 올드팝 사랑 덕분에 어릴적 또래들이 아는 최신 한국 음악 보다 팝송들을 더 많이 알고 다녔었던 탓에 곤혹을 겪었던 일도 있었다. ( 하필 라디오도 팝송 프로그램들을 들으셨기에 일반 라디오 프로그램들을 들을 일이 없어서 더.. )


사실 그런 이유에서였는지 왜 철지난 옛 노래들을 자꾸 찾아들을까, 이런 생각도 했고 나는 팝송 앞으로 내가 찾아서 들을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 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요새는 꽤 자주 찾아 듣고 있다.


나이가 그렇게 많지도 않은데 뭐 이런 노래를 듣냐고 주변에서 핀잔을 받기도 한다.


그런데 그 노래들을 찾아 듣고, 하는게 단순히 애늙은이라서 그런 것은 아니다.


비슷한 이야기를 하자면.


20대~30대는 아마, 유튜브에서 돌아다니는 플레이리스트 영상들을 보면 가끔 싸이월드 BGM 이니 그때 그 시절 음악이니 하는 영상들을 본적 있을 거다. ( 저도 자주 듣습니다 )


응급실, 프리스타일의 y와 같은 음악들을 시작으로 추억속의 노래들이 참 많은데 댓글들을 보면


“그 때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 좋았다”


이런 말들이 참 많다. 마치 그 음악을 들을 때 옛날 생각도 나고 그 음악을 듣던 분위기나 기억도 나고 그렇지 않은가? 아마 비슷할 것이다. 아버지 세대가 올드팝을 아직 듣는 것도.


물론 평론가들이나 올드팝 마니아들의 말 처럼 노래가 진짜 좋아서, 노래에 담긴 의미가 특별해서도 있겠지만, 나는 노래가 가진 그 시절의 추억이란게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물론 노래가 나오던 시절에 살진 않았지만, 기억을 담은 장소라던지 물건이라던지 그런게 있는 것 처럼 내 어린시절의 약간의 행복한 기억의 순간들이 올드팝과 물려 있는 부분이 많기에, 100년전 사람이 아니냐는 우스갯 소리를 들으면서도 올드팝을 찾아 듣는다.







작가의 이전글 배려도 문제가 됩니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