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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뚝배기 Dec 28. 2020

아직도 넷플릭스에 볼 게 없다면.

 "블랙 미러 - 밴더스내치"



TV를 보다가 문득 여러분에게 다음 장면을 선택하라고 하면 어떨까요?

무척 당황스러우면서도 이야기가 내 선택대로 흘러간다는 사실에 흥미로울 것 같지 않나요?

농담처럼 들리겠지만 그게 가능한 콘텐츠가 있습니다.


넷플릭스의 첫 인터렉티브 콘텐츠  < 블랙미러 밴더스내치 >


바로 넷플릭스의 인기 오리지널 시리즈인 ‘블랙 미러’의 인터렉티브 필름 콘텐츠 ‘밴더스내치’ 인데요.

다소 낯설게 느껴지는 장르의 이 90분짜리 영화는 시청자가 이야기 진행 중, 분기점의 선택 경로를 직접 결정할 수 있으며 그 결정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딱히 영향은 없지만 선택해야 한답니다.


영화는 기존 ‘블랙 미러’ 시리즈가 가지고 있는 디스토피아적인 세계관과는 다르게 1984년이라는 타임라인 속에서 진행됩니다. 그렇지만 ‘블랙 미러’ 특유의 어두운 분위기는 유지되고 있는데요.


그런 분위기를 대변하듯 어딘가 어두운 면을 가진 듯한 주인공, 스테판 버틀러는 어린 게임 개발자로 본인이 재밌게 읽던 오락 도서 ‘밴더스내치’를 비디오 게임으로 만들려고 합니다.


다행스럽게도 유명 게임 개발자인 콜린이 근무하고 있는 거대 게임 회사 터커 소프트와 만남을 가지게 되고 ‘밴더스내치’의 정식 발매를 위한 개발에 착수하게 됩니다. 하지만 개발이 그렇게 순조로웠다면 영화가 아닐 터, 스테판은 짧은 개발 시한과 부족한 환경 탓에 계속해서 실패와 좌절을 맛보게 됩니다. 도저히 앞이 안 보이는 상황, 우연한 기회로 스테판은 본인의 우상이던 콜린에게 이 문제를 상담받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심각해지기만 합니다. 여전히 게임 개발은 난항이고 시청자들의 선택지 선택으로 본인이 원치 않는 행동까지 하고 있음을 알아차리게 됩니다.



게임 개발은 맘대로 되지 않습니다.



여기서부터 시청자들의 선택에 의해 무언가가 크게 갈리기 시작하는데요. 게임 개발에 실패하는 것부터 시작하여 잔인하고 비극적인 결말까지 다양한 결과를 맛볼 수 있습니다. 초반부 다소 가벼웠던 선택지들에 비하면 무거운 대사와 선택들이 반복되면서 시청자들의 고민은 커지기 마련인데요. 예상치 못한 반응이 나오거나 잘못된 선택, 혹은 결말을 보게 될수록 영화에 대한 몰입감은 점점 커집니다.


이건  ‘밴더스내치’가 기존 인터렉티브 콘텐츠들과는 다른 노선을 선택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기존 인터렉티브 콘텐츠들은 실패한 선택에 대하여 대부분, 단순하게 반복되는 플롯을 가지고 있습니다. 반면 ‘밴더스내치’는 주인공, 콜린과 같은 주요 인물들이 이야기가 반복되고 있음을 알아차리고 이야기가 미묘하게 변화하고 있음을 알리는 대사들을 내뱉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장치는 사소한 변화지만 시청자로 하여금 계속해서 같은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바뀌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합니다. 결국 지루하지 않게 본인이 생각하는 다양한 결말들을 모두 맛볼 때까지 콘텐츠를 계속 즐길 수 있게 됩니다.


어쩌면 우리가 선택하고 있다는 것도 다 짜여진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은 이러한 변화를 잘 모르고 보게 되지만 일정 시점에 다다르면 ‘마치 자유로운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는 스테판의 대사를 통해서 시청자 스스로도 짜인 각본 안에서 착각하고 있음을 알게 되죠.


인터렉티브 필름은 분명 신기한 콘텐츠이지만 그 콘텐츠를 어떻게 Full로 소비하게 하느냐는 제작자의 입장에서 꽤 큰 고민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밴더스내치’는 그 물음에 매우 훌륭히 답한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극 안을 관통하고 있는 무겁고 다양한 메시지와 대사들이 존재하지만 직접 보면서 느끼면 또 색다른 맛이기에 더 소개하지는 않겠습니다.


예년과는 다르게 다소 조용한 연말입니다. 집에서 심심하게 계시는 것 보다 오랜 시간 재밌게 즐길 수 있는 가성비 좋은 인터렉티브 필름, ‘밴더스내치’를 보며 시간 보내시는 건 어떨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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