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저녁을 먹고 마감기한에 늦지 않기 위해 편집을 마저 하던 중,
핸드폰 진동이 울렸다.
누구한테 연락이 올 만한 시간도 아닌데 뭔가 싶어 들여보니 브런치 알림이다.
친절하게도 내가 120일간이나 글을 올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려줬다.
잘 알고 있다, 글을 꽤 오랜시간 올리지 않았다, 그런데 엄밀히 말하면 글을 쓰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분명 글을 써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서 짬 날 때 마다 글을 적었는데 '발행' 버튼을 누를 만큼 만족스럽지 못했다. 뭐 어디 검사 받고 쓰는 것도 아니지만 요즘 내 글은 영 별로다.
서두를 쓰는 것에만 꼬박 몇 시간이 걸린다. 전에는 그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한줄, 두줄 쓰다보면 마음에 안들고 지우고 다시쓰기를 수십번을 반복한 끝에 다음 내용을 넘어가려하면, 어느덧 한밤중이다.
글에 겉멋이 든 것 아닐까 싶기도 하고, 힘이 들어가는 것 같기도 해서 최대한 가볍게 문장을 끊고 일상적인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는데 그것 마저도 아닌 것 같았다.
소위 인터넷에서 말하는 필력 좋은 사람들의 글도 여럿 읽어보고, 책을 좀 덜 읽었나 싶어 사두고 읽지 않은 책도 몇권 기웃거려 봤지만 그 느낌이 살지 않는다.
사실 비단 글 뿐만 아니라 본업도 마찬가지 고민을 겪고 있다. 편집해서 전달하는 영상은 영 만족스럽지가 않다. 디자인도, 마감새도 별로다. 아이러니하게도 주문사항대로 편집한 덕에 고객들은 만족스럽다고 한다.
글이든 영상이든 100% 아니라 200~300%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내고 싶은 욕심 때문인가 싶기도 한데, 어디서 부터 욕심을 버리고 가볍게 시작해야 할지를 잘 모르겠다. 이게 슬럼프인가 싶기도 하고, 할 일도 많고 돈도 벌어야 하는데 예술병 걸린 사람 마냥 이런 고민하는 것에 시간을 버리는 것이 굉장히 바보 같은 짓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어쨌든, 알람이 울려서 문득 일기 같은 글이라도 적어보고 갈까 싶어 두서 없는 이야기를 적어 놓고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