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때로는 혼자 뉴욕을 가성비 있게 즐겼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사람들에게 맨하탄에서 살고 있다고 하면, 어떤 이들은 전생에 세상을 구했냐고 묻는다. 반대로 내 고초를 알고 있는 다른 이들은 혀를 끌끌 차면서 전생에 나라를 판 게 틀림없다고 했다. 그만큼 화려하기도 했으면서 고되기도 했던 외국생활. 영어를 쓰는 이국적인 땅에서 새로운 생활을 꿈꾸는 분들께 맨하탄의 생활은 꿈이었고, 이방인의 입장에서 살아가야 했던 낯선 혹독함에는 전생에 무슨 죄를 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렇지만 누가 뭐래도, "맨하탄은 너무나 아름다운 곳"이다.
코로나사태로 인하여 동양인혐오가 심해져도, 창밖으로 바라보는 풍경은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정도로 반짝거렸고, 특이하고 각자의 색이 담긴 상점들을 찾을 때면, 동네와 데이트를 하는 것 마냥 설레었다.
물론 뜬금포로 F단어를 듣는다거나, Pardon me 한 번 했다가 경멸의 눈초리세례를 받았을 때는 모든 것을 제쳐두고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렇게 다 버리고 돌아갈 곳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이곳에 있는 내 마음이 가벼웠다.
그 가벼움이 좋았던 나는 이제 한국에 있다. 한국에 와서 슬프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No"이다.
뉴욕에서 한정된 예산 안에서 살면서 알뜰살뜰 재미있게 사는 방법을 터득한지라 지금도 난 행복하다. 우리가 누구처럼 통장에 51조는 찍혀 있지 않더라도, 인생을 즐기는 법도 수 만 가지이니까. 플라자호텔 스위트홈을 빌릴 순 없어도 돗자리를 깔고 주먹밥을 먹을 여유는 있다. 테슬라를 타고 드라이브는 못해도 시티바이크를 타고 맨하탄 전체를 돌아보는 경험은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수술과 치료, 그리고 그 이후에 많은 일들을 감내하며 몸과 마음이 아작 났던 내가 남편의 손에 이끌려 갔었던 맨하탄은 나의 상황과는 전혀 상관없다는 듯이 눈부셨다. 돌아온 지 거의 1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이라 이제는 어렴풋이 기억나는 내 방식대로의 뉴욕 살아가기! 가성비 좋았던 그 시절여행을 다시 한번 꺼내봐야겠다.
공짜를 좋아해서 내 머리카락의 개체수가 줄어들었는지도 모르지만,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나에게서 멀어져 간 머리카락들이 덜 속상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