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는 무조건 Tree Lighting에 참가해보세요

트리에 불이 들어오는 순간, 크리스마스가 시작됩니다.

by 남배추

뉴욕에 있는 동안 매년 11월이 되면 마음이 설레이기 시작한다.


‘마음이 콩닥콩닥!’


크리스마스를 향한 첫 스타트트리라이팅 행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나도 모르게 크리스마스를 향한 막 열정같은 게 지펴진다. 물론 트리에 불켜는 게 뭐 대단하냐고 그럴 수 있지만, 사람이 싫어도 역시나 사람이 북적이는 연휴야말로 진짜 연휴같이 느껴진다! 이방인으로써 다른 나라에서 여러 나라 사람들과 어린 아이의 마음으로 다같이 크리스마스에 불이 켜지길 기다리다가, 서로 소리지르며 환호하는 순간이 트리라이팅의 묘미다.


별거 아닌 거 같지만 이렇게 해야만 나도 모르게 내 몸 전체에 크리스마스 스피릿이 퍼지게 되는 것이다.


뉴욕은 어쩌면 이러한 이벤트가 실로 필요한 동네이기도 하다. 실제로 바람이 가로세로로 마구마구 불어닥치는데 우산마저 쓸 여력이 안생긴다.

화려하기만 한 5번가에도 불어닥치는 살얼음판의 겨울바람은 피할 길이 없다. 하지만 아무리 겨울바람이 혹독한들 소소하지만 따뜻한 이벤트들로 데워진 사람들의 마음은 크리스마스까지는 쉽사리 꺼져가지 않는다.

크리스마스시즌이 다가옴에 따라, 5번가의 거리는 더욱 화려하게 수를 놓고, 음악을 울려펴지게 하며, 사람들은 양손에 선물들을 사가고, 연말준비를 위해 음식을 오더한다.


그렇지만, 그 시작을 알리는 일은 역시나 트리라이팅이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소리인가 했다. 크리스마스에 불켜는 게 뭐라고 이벤트까지라고 명명하다니. 그런데, 실제로 보면 가슴이 뭉클하다. 이런 소소한 일들을 기념하는 미국문화가 새삼 부럽기까지 하다. 그래서 커다란 트리를 장식하는 곳에서는 트리라이팅행사를 크게 홍보하기 때문에 눈여겨 보게 된다.

락펠러의 크리스마스트리라이팅
Rockefeller Christmas Tree Lighting

그 중에 가장 대표적인 곳은 락펠러의 크리스마스트리일 것이다. 이 트리는 나홀로집 캐빈이 소원을 빌던 곳이기도 하다.

모든 미국인들이 한번 쯤 와서 보고 싶어하는 트리라이팅이기도 하고, 저 트리가 내려오는 순간까지 사람들은 연신 락펠러의 트리 앞에서 사진을 찍어 된다. 락펠러의 Tree Lighting이 얼마나 대단한 행사이냐면, 전국에서 자기네 트리를 기부하려고 난리가 난다고 한다. 전통적인 트리라이팅행사에 자신이 키운 트리가 세워지는 것을 집안의 명예하고 생각한다니 자기만 아는 미국인이지만, 자신들의 행사를 소중히 여기는 모습에 왠지 질투심마저 인다.


그렇다면 뉴욕의 임시거주자인 나도 당연히 실제로 보고 싶었지만, 뉴욕의 볼드랍만큼이나 인기가 많아서 대단한 줄을 자랑한다. 즉, 이곳에 가는 것은 공짜지만, 공짜이고 가장 유명한 만큼 전국에서 몰려온다. 그래서 점심부터는 가서 기다려야 겨우 볼까말까하는데, 해가 4시에 지던말던 트리라이팅에 앞서 공연까지 하느라 밤 10~11시는 되어야 불이 켜진다. 도저히 못기자리겠어서 트리라이팅 3시간전에 가봤는데 이미 인파가 많아서 그냥 돌아오고 말았던 적이 있다. 물론 초대석도 있지만 거기에 초대 된 사람은 딱 한번 보았을 정도로 흔한 일은 아닌 듯 하다. 그래서 락펠라 트리라이팅은 단 한번의 시도와 실패로 그 다음부터는 집에서 보게 되었다. 집에서 케이크를 자르며, 닭고기를 먹으며 보는 것도 나름 좋다.

브라이언트파크의 트리라이팅
Braynt Park Tree Lightning Show

락펠러의 크리스마스트리를 제외하고 맨하탄에서 나름 가장 큰 행사는 브라이언트파크의 트리라이팅일 것이다. 브라이언트파크는 겨울만 되면 잔디를 밀고 스케이트장을 만든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후원으로 만들어진 윈터빌리지는 스케이트장과 크리스마스빌리지로 꾸며져 있는데 무럭 아름답다. 그리하여 브라이언트파크의 트리라이팅에는 유명한 가수는 나오지 않지만, 아름다운 스케이트공연을 볼 수 있다. 메달리스트의 솔로공연에서, 단체공연까지 스케이터들의 동작들은 바로 눈 앞에서 볼 수 있어서 꽤나 신선하다. 대신에 공짜인 만큼 역시나 사람이 많아서 역시나 빨리 가서 자리를 선점해야 볼 수 있다. 그나마 나은 건 공연시간이 1시간정도라는 것이고, 소소하지만 트리라이팅과 함께 불꽃놀이도 이루어진다.

월스트리트 트리 라이팅
Wall Street Tree Lightning

개인적으로 가장 편하게 다녔던 건 월가의 크리스마스트리라이팅이다. 기본적으로 무조건 기다리는 사람들 보다는 왔다갔다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조금 늦게 가도 보는데 지장이 없다. 단, 공연지체가 굉장히 협소하여 보기는

어렵지만, 보통 음악연주로 공연을 하기 때문에 멀리 있어도 라이브음악을 들을 수 있기에 크리스마스스피릿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다.


게다가 월스트리트인 만큼, 주변이 늘어선 여러 부스들에서 핫초코랄지 도너츠랄지 공짜로 음식을 먹으며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보통 끝나는 시간에 트리라이팅을 하기 때문에 시간이 없는 사람들은 공연끝나기 10분 전에만 가도 그 분위기를 즐길 수 있기에 적극 추천한다

배터리파트시티 트리라이팅
Holiday Lightning Party at Battery Park City

물론 이렇게 커다란 트리라이팅이 아니어도 좋다. 동네의 트리라이팅도 소소하게 존재하는데 개인적으로는 가장 따뜻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배터리파크는 사실 트라이베카와 더불어 맨하탄의 안전한 주거지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그래서 아이들도 많이 살고 있고 학군도 굉장히 좋아 가족적으로 뭔가 하기 좋다.

트리라이팅 또한 뭔가 커뮤니티의 힘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동네아이들과 주민들이 어떻게 소소하게 크리스마스를 맞이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지 볼 수도 있고, 모이는 사람들이 대부분 아는 사람들이라 마치 작은 티파티를 하는 기분이 든다. 공짜 쿠키와 코코아도 준다. 게다가 굉장히 소소한 아카펠라공연도 있고 산타할아버지와 사진도 찍을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제일 크리스마스다웠으며, 친한 사람들과 함께 했기에 가장 기억에 남았다.


이제 곧 크리스마스다. 트리라이팅을 놓쳤다면 집에서 우리집만의 트리전구이벤트를 해보는 건 어떨까?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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