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 장마인지 우기인지 모를 일이지만
매번 여름이면 하는 말이 있다.
“여름이 이렇게 더웠었나?”
그런데, 이번 여름에는 한 가지 질문이 더 붙었다.
“장마가 이렇게 길었었나?”
집에서 마룻바닥을 맨발로 걷다 보면, 발바닥 자국이 남을 것처럼 끈적거린다. 매주 빨래를 하는 이불은 언제 물먹는 하마가 된 것인지 꿉꿉하기만 하다. 잠시 운동이라도 할라치면, 공기 중의 수분이 운동을 방해하고 싶은지 내 몸에 척하고 달라붙는다.
장마인가?
우기인가?
그래도 회색인 하늘이 밤에만 비를 퍼부어 주니 출퇴근길이 그나마 가볍다. 8월 2일이면 입추라고 한다. 아무리 눈 씻고 찾아본들 주변에는 가을의 낌새가 0.1g도 보이진 않지만, 또 어느새 분명 내 입에서는 이런 말이 나오리라 생각된다.
“언제 이렇게 추워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