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헬스장은 동네 어르신들의 사교의 장이다. 삼삼오오 모여 어찌나 재미있게 대화하시는지 나도 모르게 귀를 쫑긋 새우고 듣게 된다.
“언니가 80이 넘었지?”
한 할머니가 다른 할머니께 물었다.
“그렇지. 넌 아직 70대지?”
80대 언니의 대답에 70대 동생이 다시 물었다.
“응. 언니 잘 걸어? 우리 언니는 유모차 밀면서 다니는데”
‘유모차’ 이야기에 80대 할머니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에고, 나도 그래.”
한숨 섞인 대답에 엿듣고 있던 나도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두 분은 몇 마디 더 나누시고 각자 운동으로 돌아갔다. 나는 80대 할머니가 천천히 걸음을 옮기시는 걸 봤다. 할머니의 보행은 빠르진 않았지만 그래도 유모차 없이 혼자 걷기는 하셨다. 할머니는 주춤거리며 ‘레그프레스’에 앉았다.
‘할머니가 왜 레그 프레스에 앉으시지?’
레그 프레스는 앉아서 쉬기에도 불편한 자세인데 허리를 구부리며 어렵게 앉으시는 이유가 무척 궁금해졌다. 나는 좀 더 가까이 다가가 곁눈질하며 할머니를 훔쳐보기 시작했다.
‘슥슥슥슥슥’
빠르게 기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할머니의 다리가 빠른 속도로 위아래로 움직이며 무거운 기구를 밀어냈다. 할머니의 허벅지가 '달달달' 떨렸다. 그래도 할머니는 쉬지 않고 열심히 기구를 밀어 올렸다.
‘유모차 미는 할머니가 레그프레스를!’
나는 놀란 눈으로 할머니를 바라보다 기구에 꽂힌 15kg짜리 원판에 또 한 번 놀랐다.
‘와! 저 할머니, 아니 저 언니 슈퍼 할머니네!’
비록 젊은 사람들처럼 완벽한 자세로 운동하진 못하지만 흔들림 없이 할머니 역량대로 잘하고 계셨다. 유모차 없이 걸으면 느리지만 유모차를 밀면 젊은 사람들 못지않게 빠르게 걸으실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마도 할머니는 오랜 시간 동안 꾸준히 근력 운동을 해 오셨고 연세에 비해 많은 근육을 유지해서 불편한 다리에도 불구하고 잘 생활하고 계신 게 아닐까?
어느 연구 결과에서 일본 노인들이 한국 노인들보다 10년은 육체적으로 젊다는 걸 봤다. 이유는 일본에선 근력 운동의 중요성을 알렸고 실제로 중년부터 근력 운동을 많이 한다는 거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아직 근력 운동보다는 걷기 같은 유산소 운동 위주로 하는 분들이 많다고 한다.
헬스장에서 가끔 이런 슈퍼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만나는데 여쭤보면 40년 가까이 꾸준히 근력 운동을 하셨다고 말한다. 나도 이런 분들을 보면서 ‘근육 저축’을 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내 몸무게의 절반은 들 수 있는, 슈퍼 할머니가 되기 위해 불끈 주먹을 쥐어본다. 오.운.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