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말끝을 흐리며 내가 먹었던 것들을 머릿속에 떠올려 봤다. 아무리 생각해도 많이 먹진 않았는데 체중이 3kg 불어 있었다.
“음, 내장 지방이 늘면 콜레스테롤이 올라가요. 살쪄서 수치가 올라간 것 같네요.”
“네...”
결국 또 살이다. 억울하다. 나는 특별히 고기를 많이 먹었던 것도 아니고 술은 입에도 안 댄다. 치킨 같은 튀긴 종류도 먹은 기억이 없는데 살은 왜 또 쪘단 말인가.
병원을 나서면서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나 억울해. 잘 먹은 것도 아닌데 또 수치가 올라갔어.”
“야, 나도 그래.”
그렇다. 나는 엄마의 체질을 쏙 빼닮은 딸. 엄마도 역시 40대부터 콜레스테롤, 갑상샘기능저하 문제가 있었고 50대부터는 고혈압과 당뇨, 지방간이 생겼다. 이것은 나의 외조모도 같은 증상이었던 걸로 보아, 내 미래도 뻔했다.
지난 3개월 동안 내 딴에는 하루에 만 보씩 걸었던 터라 매우 억울했다. 젊었을 때는 한 끼만 잘 안 챙겨 먹어도 쑥 빠지고 걷기만 해도 체중 조절이 쉬웠는데 말이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나는 도서관에 달려가 ‘다이어트’, ‘운동’ 책을 서너 권 빌려왔다. 영상도 섭렵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이 다르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마른 비만인 내게 필요한 것은 걷기가 아니라 근력 운동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유튜브에서 ‘홈트’ 영상을 엮어 루틴을 만들었다. 영상을 따라 하며 혼자 근력 운동을 해봤다. 처음 하는 동작들이라 어색해도 그럭저럭 따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운동을 하면 할수록 허리와 무릎이 아팠다. ‘이거 몸이 좋아지는 것 맞아?’ 무언가 잘 못 되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청소를 하다가 걸레를 집으려고 허리를 굽히는 순간,
“어어어어어!”
허리가 뻐근하게 아프면서 어긋나는 느낌이 들었다. 허리를 펴려 해도 펴지지 않았다.
‘이게 말로만 듣던 디스크?’
나는 깜짝 놀라 엉거주춤한 발걸음으로 병원까지 갔다. 엑스레이를 살펴보는 의사 선생님.
“근육을 삔 것 같네요.”
다행히 디스크는 아니지만 나의 엉터리 홈트가 몸에 무리를 준 것이다. ‘스퀏’이나 ‘런지’ 같은 동작이 단순해 보여도 생전 운동하지 않았던 사람이 영상만 보고 따라 할 정도로 간단한 동작이 아니었다.
‘걷기’와 ‘홈트’, 둘 다 실패였다.
‘이제 어떻게 할까?’ 고심 끝에 내게는 선생님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운동신경이 없는 내게 애초에 홈트를 하는 건 무리였다. ‘그럼, 헬스! 헬스장에 가보자.’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미지의 세계. 헬스를 다녀 보기로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