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나는 누구인가?
카멜레온
나를 오랫동안 괴롭히던 질문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진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었다. 가끔은 나 스스로도 내가 너무나 어색하게 느껴졌다. 아마도 나의 주위 사람들 역시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예전의 나와 달라졌다는 것을. 나에게 낯선 감정을 느낀다는 것은 상당히 괴로웠다.
예전의 나는 그렇게 책을 좋아하던 사람도 아니었고, 글쓰기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해서 술도 자주 마시곤 했다. 한 친구는 나에게 지나치게 외향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 내가 어느 순간 글을 쓰는 사람이 되어 있었고, 철학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었다. 혼자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고, 술 마시는 것 대신, 등산이나 산책을 자주 갔다. 이화수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고 나선 그런 성향이 더욱 강해졌다.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과연 예전의 내가 진짜 나의 모습일까? 아니면 지금의 내가 진짜 나의 모습일까? 그것도 아니면 그냥 내가 변한 것일까? 그 괴리감이 너무나도 크게 느껴졌다. 아마도 그런 괴리감 때문에 알던 사람을 만나는 것도 조금씩 피했던 것 같다. 이전에 알던 모습과 달라진 모습으로 대하면 뭔가 어색해질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참을 생각하다가 나는 다음과 같은 생각에 이르렀다.
외향적인 나와 내성적인 나, 장난기가 많은 나와 진지한 나. 서로 다른 여러 모습들이 모두 나의 모습이었음을 깨달은 것이다. 그렇다. 나는 정반대의 성질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단 한 가지 모습만 가지고 나라는 사람을 정의내릴 순 없었다. 그런데도, 나는 서로 반대되는 행동을 보일 때마다, 나 스스로 무엇이 진짜인지 혼란을 느낀 것이다. 변하는 나의 모습이 익숙지는 않지만, 이제는 변화 그 자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러한 나의 모습이 마치 카멜레온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카멜레온은 주위 환경에 따라 계속 색이 바뀐다. 변화하는 성질이 바로 카멜레온을 대표하는 것이다. 나는 그래서 그런 카멜레온과 닮았음을 인정하기로 했다. 무엇이 진짜이고 가짜인지를 구분하기보다는, 각기 다른 모습이 모두 나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나의 다양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기로 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좀 편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