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의무화?
몇 달 전과 현재 내 생활이 코로나로 인해 달라진 점은 크게 없다. 여전히 거의 매일 회사에 출근하며, 기차를 탈 때에는 마스크를 끼고 어딜 가던 손 세정제를 항상 들고 다니며 틈틈이 사용한다. 펍이나 바에는 가지 않았지만 카페나 식당은 주말마다 가며, 마트 역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일주일에 한 번쯤 간다. 나는 몇 달 전에 비해 코로나에 대한 경계심이 많이 줄었다.
스웨덴의 코로나 대책 역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매장 내에 최대 몇 명만 들어올 수 있다거나 거리를 지키라는 표시가 있지만 Lush 매장 외에는 정말로 사람 수를 세는 매장은 못 봤고 좁은 가게에서 1-2m 거리를 항상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코로나 test kits를 개인한테 보내준다는 정책이 있었는데 코로나가 현재 감염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항체(antibody) 검사였다. 하지만 열이 나거나 하면 병원에서 직접 코로나 검사를 해준다고 들었다. 한국에서는 마스크 없이 대중교통 이용이 불가능하고, 마스크 끼라고 눈치도 준다는데 스웨덴에서는 마스크를 쓰는 사람이 아직도 거리에 두 세명만 있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네 달 전과 비교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기 시작했다.
회사로 출근하는 사람들은 날이 갈수록 늘었다. 날씨가 따뜻해질 대로 따뜻해진 어느 날 공지 없이 Fire drill이 있었다. 밖으로 대피하니 같은 건물에서 나온 최소 몇 백명의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3월에서 4월에 많아봤자 90명 정도가 회사 건물 내에서 일한다고 했던 것에 비해 몇 배가 늘었다.
그 날 일이 원인 중 하나였을까? 한 가지 달라진 점은 저번 달 말에 회사의 모든 sites에서 의무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지침이 내려왔고 그다음 날 바로 전 직원이 마스크를 착용한 일이다. 적어도 내가 본 스웨덴 사람들 중 상당수는 마스크 착용에 대해서 Anders Tegnell이 답변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부정적이었다. 메일을 받은 그 날 나는 다음 날 출근하는 스웨덴 사람 수가 반 이상으로 줄어들거나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내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여전히 체감상 비슷하게 많은 사람들이 일을 하러 회사에 나왔고 모든 사람들이 마스크를 잘 착용했다. 동료들과 밥 먹을 때나 커피를 마실 때에는 사람 간 2m 거리 두기를 실천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아마도 그 두 상황에 대한 명료한 지침이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당연히 불평불만도 들려왔지만 마스크 착용에 거부감이 큰 스웨덴 사람들이 이렇게나 규칙에 순응할 것이란 생각은 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다들 TV나 신문기사의 주장과 근거를 외우나 싶을 정도로 정부 발표와 비슷한 말을 되풀이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건강한 사람들은 마스크를 착용할 필요가 없을 뿐 아니라 착용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각막을 통해서도 감염이 되므로 건강한 사람은 마스크만 착용해서는 효과가 없고 물안경도 끼던지 해야 한다. 그러므로 아픈 사람이 착용하는 것이 맞다. 게다가 바이러스에 오염된 마스크가 잘 못 다루어졌을 때 건강한 사람들을 감염시킬 수 있다. 또한 마스크를 끼면 안전하다는 생각에 부주의해져 오히려 감염자가 증가할 수 있다. 건강하다면 2m 거리를 지키고 청결을 유지하면 감염 확률이 낮으므로 괜찮다.
코로나 시작 이후 몇 달 동안 이런 맥락의 주장과 근거를 들어왔다. 그런데 갑자기 정부 지침이 바뀐 것도 아니고, 회사에서 보낸 메일 한 통에 하루 만에 회사 내 풍경이 바뀌다니 정말 놀랐다. 일단 위에서 내려온 규칙이니까 지키고 보자는 심리인 걸까? 얼마 전 국경을 연 덴마크로 가는 스웨덴 발 기차에서는 무조건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규칙이 있어서 다들 마스크를 끼고 기차를 탔다고 하니 내 추측이 어느 정도는 맞는 것 같다.
코로나 소식에 대한 글을 적고 있긴 하지만 나는 더 이상 스웨덴 정부의 코로나 소식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 코로나 초기에 외치던 '아프면 집에 있어라, 거리 지켜라, 개인위생 관리해라' 정도의 대책에 신물이 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 역시 여행도 마음껏 못하고 한국에 돌아가지도 못하는 생활을 계속해 나갈 자신이 없다.
올해 한국에 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