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FH (Work From Home), 코로나 전후로 무엇이 달라졌을까
코로나 바이러스 여파로 회사에서 재택근무 가능한 인력은 모두 집에서 근무하라고 지시한 지 세 달째에 접어들었다. 나는 재택근무가 불가능해 세 달간 거의 매일 회사로 출근했다. 근 세 달간 회사로 출근하면서 보고 느낀 코로나 이전과 달라진 점에 대해 적어보려 한다.
세 달 전과 지금을 비교하면 요새 확실히 출근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재택근무 초기, 3월 말에서 4월 중순까지는 회사에 사람이 없었다. 코로나 전에 8시에서 9시 사이에 출근하면 사람들이 로비에 앉아서 fika 하는 소리로 나름 떠들썩했는데, 재택근무가 시작하자마자 로비에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러나 5월로 접어들며 날이 풀려서 인지, 아니면 집에서 업무를 보기에는 한계가 있어서 인지 출근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요즘 출근하면 로비에서 fika 하는 사람들이 예전보다는 적지만 꽤 보인다. 불필요한 대중교통의 이용을 최소화하라는 지침이 있어서인지 자가용/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의 비중이 늘었다. 그래서 출퇴근길에 차가 좀 더 막힌다고 한다.
이전과 달라진 또 다른 점은 디지털 툴의 사용 비중이 급격히 늘었다. 스케줄 짜는 것도, 회의도, (몇몇은) fika마저도 가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영상통화가 많은 듯한데 우리 팀에서는 매니저 외에는 비디오를 켜지 않는다. 심지어 나는 사진도 없다. 이전에는 많이 사용하지 않아서인지 디지털 툴에 익숙하지 않아 재택근무 초기에는 회의시간이 늘어나기도 했다. 지금은 툴에 익숙해졌으나 툴이 버벅거리거나, 네트워크 연결 상태가 좋지 않거나, 마이크 문제로 말하는데 계속 끊기거나, 주변 소음이 너무 크게 들리는 등의 불편함은 디지털 툴을 이용할 때 해결되지 않는 단점이다. 게다가 업무에 따라 효율이 떨어지기도 한다. 그냥 찾아가서 물어보면 한 시간 만에 끝날 일이 이메일/메시지로 물어보면 답장 하나 기다리다가 일주일이 지날 때도 있다. 그러나 장점은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되는 미팅의 경우 그냥 들으면서 간단한 일을 처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하나 달라진 점은 사내 식당에 1.5-2m 거리를 유지하라 (håll avstånd) 고 쓰여있고 두 테이블 중 하나는 못쓰게 하는 등 스웨덴 정부의 지침에 따라 사람들끼리의 접촉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려는 모습이 보인다. 사내 식당뿐 아니라 대중교통, 식당, 상점, 정류장, 기차역 등 사람이 모일 수 있는 실내 모든 곳과 버스정류장 광고란에도 거리를 유지하라고 적혀있다. 한국/중국 사내 식당에서는 마주 보고 밥을 먹지 못하게 하고, 칸막이도 설치했으며, 여러 국가들이 마스크 쓰기를 권고/의무화하고, 강력하게 lockdown도 선택한데 비해 저게 노력한 거냐는 비판이 있으나 스웨덴 나름대로의 '지속 가능한' 노력을 하고 있다.
코로나 이전에 출근이 디폴트 기는 했으나 아프면 통보 후 집에서 근무하거나 병가 내는 것이 당연시되었다. 아주 자주 아픈 사람이 간혹 있긴 한데 스웨덴 사람들이 속으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아픈데 어쩔 거냐는 생각이 깔려있는 듯하다. 인도/중국/한국인들이 쟤는 왜 맨날 아프냐고 (그렇게 자주 아프다는 사실을 믿지 않고 안 나오려는 수작 정도로 생각하므로) 불평하고 있을 때 스웨덴인이 불평하는 것은 아직 못 봤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일까? 아픈 (코로나 증상이 있는) 사람은 집에서 쉰다는 생각에 회사 내에서는 크게 감염 걱정을 하지 않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세 달째 재택근무에 지친 많은 사람들이 정상 출근 언제 하냐고 문의를 했는지 회사에서 정상 출근 단계를 설명하는 메일을 보냈다. 한 번에 다 같이 출근하는 형태가 아닌 서서히 출근하는 사람의 비율을 늘릴 것이며 당연히 리스크 그룹을 제일 마지막에 출근시키려는 계획이라 한다. 하지만 시기는 밝히지 않았다. 옆 회사는 6월 중순부터 정상 출근한다고 통지했다가 누락된 감염자 2000명이 추가된 후 정상출근을 두 달 후로 미뤘다. 좀 멀리 떨어져 있는 다른 회사는 공장을 다시 가동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이 두 번째 코로나 대유행이 올 것이라 하니 올해 안에 모두가 출근하는 모습은 보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