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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달래 Feb 26. 2024

스웨덴의 Fika 문화

커피, 시나몬번, 대화, 재충전



Simon Paulin/imagebank.sweden.se



스웨덴 문화를 경험하면 hej와 tack 다음에 자주 듣게 되는 단어가 있다. 그것은 바로 'fika'이다. 그만큼 스웨덴 문화에서 중요한 단어로, 커피와 디저트류를 즐기며 잡담을 하는 시간이다. 이 단어는 스웨덴에서 커피와 디저트를 즐기며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을 의미한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사람들은 피로를 풀고자 이 시간을 가지며, 의도적으로 휴식을 취하고 에너지를 얻어 일상을 지속한다.


회사에서의 피카는 주로 일과는 별개의 주제로 이루어진다. 친해지고 소통하기 위한 대화뿐만 아니라 사회 이슈, 휴가 여행, 스웨덴 생활 등에 대한 이야기도 나눈다. 어떤 회사에서는 하루에 두 차례 피카를 하는데, 이때는 모두가 필수로 참여할 필요는 없고 10분 동안 잡담을 나눈 뒤 다시 일에 집중하는 경우도 많다. 또한, 팀 전체가 모여서 주간 한 번 정도 긴 시간 (20-30분) 동안 피카를 즐기는 경우도 있다. 이때는 특정한 사람이 디저트를 준비해 온다. 전통적으로는 하루에 여러 번 피카를 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팀 빌딩을 위해 회의하듯 정해진 시간에 모여서 잡담을 즐기는 경우도 많다.


이런 피카 문화는 회사뿐만 아니라 가정에서, 학교나 친구사이, 연인이 되기 전 사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기본적으로 커피와 디저트를 함께 즐기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피카의 핵심이다. 다만,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치즈케이크나 에그타르트는 보통 찾아보기 어려우며, 대신 kanelbulle, semla, kladkacka, hallongrotta 같은 스웨덴의 특색 있는 달콤한 빵이나 쿠키가 주를 이룬다. 또한 이름도 생소한 오픈샌드위치인 smörgås류도 피카와 함께 곁들이기도 한다. 중요한 점은 그냥 커피만 마시는 행위는 피카가 아니다.


다른 나라에도 비슷한 문화가 있다. 한국에서는 '커피타임', 영어권에서는 '커피 브레이크'와 비슷한 개념이다. 그러나 스웨덴인들은 fika를 커피 브레이크 정도로 번역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만약 fika를 커피 브레이크 정도로 얘기한다면, 언짢은 표정을 지은 사람들도 있을 정도이다. 이 정도로 스웨덴인들은 피카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특히 회사 내 fika 문화가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슬퍼하기도 한다. [1]


Fika라는 용어는 19세기에 사용된 'kaffi'라는 커피 단어에서 유래되었다. 이 단어는 역사적으로 몇 차례 커피 소비가 금지되었을 때, 사람들이 들키지 않게 커피를 마시기 위해 반대로 'ffi-ka'라고 발음한 것에서 나왔다고 한다. [2] 그러나 종종 스웨덴 회사나 공공기관에서 연락이나 응대가 느리면, 직원들이 피카 중일 것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이는 스웨덴에서 피카가 얼마나 중요한 문화인지를 보여주는 예시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처음에는 회사에서의 피카 문화를 이해하지 못했다. 피카 시간은 상식 선에서 정해지며, 일과 관련된 주제가 아니더라도 여전히 근무 시간으로 적용되며, 굳이 커피를 마시지 않아도 되고, 매일 피카를 한다면 디저트가 없어도 무방하기 때문이었다. 회사에서 잡담 시간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것과 다른 점이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했다. 큰 불만은 없었지만 한국 친구들이 말하던 회사의 이미지와는 너무나 다른 경험이어서 신기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도대체 한국 회사에서는 어떤 업무를 하기에 8시간 근무에 야근까지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이런 생각을 품고 지내던 어느 날, 피곤에 지쳐 업무를 하던 중에 피카를 하러 갔다. 피카 후에 머리가 개운해지며 다시 일을 할 기운이 솟아나는 것을 느꼈다. 크게 생각하지 않았던 피카가 근로자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체감하며, 그때서야 피카가 회사 문화에서 가지는 의미에 대해 깨닫게 되었다.




커버이미지: Tina Stafrén/imagebank.sweden.se

[1] L. Forslin, R. Lagerberg, S. Walström, The Swedish Kitchen – from Fika to Cosy Friday, 2014, pp. 4. Available: https://issuu.com/swedish_institute/docs/the_swedishkitchen_low?e=1710611/7725594

[2] M. Kamann, Fika – A Very Swedish Tradition – How to Fika Like a Swede, 2016. Available: https://hejsweden.com/en/have-coffee-breaks-called-fika-swed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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