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A/W 맞이 정리

집을 가벼이 정리하기

by 스너푸킨

가을이 만연하다. 운전할 때에 단풍도 간간히 보이고 뒷마당에 낙엽이 발등을 덮을 정도로 쌓였다. 나무들이 겨울을 준비하듯이 나도 집을 가볍게 정돈하며 가볍게 겨울을 맞이하고 싶어진다. 집 구석구석을 들여다보며, 꼭 필요한 것만 남기기로 했다.


1. 이웃과 나눔하기

선물받아 아껴입던 옷도 시간이 지나면 손이 덜 가게 마련이다. 안입는 옷이 별로 없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꺼내보니 1-2년간 입지 않는 옷들이 꽤 있었다. 옷장 속에 자리만 차지하고 있던 옷들은 다른 집으로 보내주기로 한다. 아껴줄 수 있는 집에서 자주 쓰이고 입게되면 좋겠는 마음으로 전달했다.

이번에 정리한 옷가지들. 깨끗하게 사진 찍어서 이웃 게시판에 올린다.

2. 중고마켓에 재판매하기

틈틈히 정리해왔다고 자부하지만 여전히 버리기에는 아깝고, hoxy 언젠가 쓸지도 몰라서 남겨둔 물건들이 있다. 결혼식 장식에 썼던 꽃 장식과 surface pro에 쓸 수 있는 필기용 스타일러스 펜을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에 올린다. 상세한 설명을 올리고 픽업 위치, 가격 협상을 할 여지가 있는지, 배송은 해줄 수 있는지 등의 옵션을 선택하여 게시한다.

마켓플레이스에 올린 판매글

오피스에 출근할 때에는 유용하게 곧잘 쓰던 프렌치 프레스와 커피 갈 때 쓰는 핸드밀도 이제는 장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어서 정리하기로 한다. 핸드밀은 대학 시절부터 쓰던 추억 진하게 묻어있는 물건이라 왠지 아쉬웠는데 (충분히 모셔둔건지) 이제는 정리해도 괜찮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이제는 잘 쓰지 않게되어 수납장 젤 위에 장식용으로 넣어둔 커피용품들

나는 이사를 자주 하면서 유학 생활을 했어서, 쟁여두는 물건은 다 짐이 된다는 것을 근육통으로(!) 체득한 케이스다. 어느 물건이 얼마나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고 필요없는 것은 짐이 되지 않게 정리하는 것은 나한테는 꽤나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남편은 이민자로 한 집에서 오래 가족들과 살았어서 이고지고 걱정이 크지 않았던 것 같다. 큰 집에 있었으니 저장할 공간도 많았겠다 이사할 일도 없었으니 납득이 간다. 남편의 기본 모드는 “일단 둬보자”이다.


종종 버리자 vs. 일단 둬보자가 팽팽했는데 내가 찾은 방법은

A. 남편 출근했을 때 몰래 버리기(!),

B. 중고로 판매이다.


이사 후에도 집에 마땅히 두기에 애매한 (크기만 큰) 카펫이 있었는데 나눔하자는 것도 싫고 버리기도 싫다고 해서 창고에 접어서 모셔두다가 중고로 팔았더니 잘했단다. ’어라?- 팔면 되겠군‘ 이렇게 남편과의 '정리 협상'은 의외로 순탄했다.


3. 정리했을 때의 장단점 정리해보기

이 기세로 유선 청소기도 정리하기로 한다. 예전부터 정리하고 싶어서 째려보던 물건인데 사실 이 청소기야말로 남편의 ‘일단 둬보자’ 아이템 중 하나였다. 남편에게 "한 달 이내로 둘 다 한번도 안쓰면 보내주자"고 언지를 해뒀다. (나중에 찾지말아요) 남편에게 한 말이었지만 나 자신에게도 우리집에 정말 필요한 것이 맞나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다.


(+)Pros:

층마다 두면 청소기를 들고다니는 불편함이 없다.

저장할 자리가 있고, 용량이 커서 자주 먼지통을 안비워도 되서 편하다.

(-)Cons:

이미 청소기가 두 대나 있고 각자 용도를 다하고 있다.

유선이라 불편하고 무겁다

반려동물도 없으니 털, 먼지 관리가 심하게 필요하진 않다.


결혼 전부터 쓰던 무선 청소기는 2-3년에 한번씩 배터리만 갈면서 고장없이 9년째 잘 버텨주고 있는데다가, 마루 바닥을 걸레질 해주는 로봇청소기도 있어서 무거운 유선 청소기에는 손이 잘 가지가 않는 것이다. … 따라서 결론은 정리하기로!


판매하기 전에 유튜브에서 해당 모델의 관리법을 찾아봤다. 필터와 먼지통을 깨끗히 세척해 말려두니 새것 같다. 다행히 쉽게 분리가 되고 물로 세척도 가능한 모델이어서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

청소기를 깨끗하게 목욕시키고 나니 허기가 진다. (한국에서는 모닝빵이라고 하는) 디너롤을 구웠다. 가을로 쌀쌀한 집 공기가 오븐을 키면서 금새 훈훈해진다. 빵 + 버터 냄새가 집 안에 퍼지는 게 좋다 (천국에선 갓구운 빵냄새가 날지도 몰라). 물건을 더 채워넣기보다는 온기로, 사람사는 향기로 채우면서 가볍게 지내야지. 비워낸 자리에 여유가 채워졌다. 따끈한 빵에서 김이 모락모락 난다.

정리하면서 구운 디너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얼싸 좋네 아 좋네 군밤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