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간식의 묘미
도시 외곽으로 이사오고 제철 간식을 먹는게 큰 낙이다. 뒷마당에 그릴이 작지만 꽤나 실용적이어서 거기에 알음알음 불을 피우는게 소소한 재미이다.
불을 피울 때에 장작이나 스타터가 있으면 좀 더 쉽겠지만 집에 채이는 것이 나뭇가지요 나뭇잎이다. 시아버지는 고기 구울때 참나무를 쓰면 향이 좋다고 하셨는데 찾아보니 우리집 앞에 심어져있는 나무가 그 참나무다. (이거슨 데스티니) 처음에는 종이도 넣고 장작도 보탰지만 지금은 그릴 옆에 잔뜩 떨어져서 처치 곤란인 나뭇잎을 한가득 넣고 마당도 좀 정리하고 불향도 내고 일석이조다.
가을이 되면서 마른 가지들도 알아서 툭툭 떨어져서 잔가지와 나뭇잎으로 금방 불을 피울 수 있게되었다.
바스락 거리는 나뭇잎을 밟으며 계절감을 한참 누리는데다가 구수한 음식도 해먹을 수 있으니 좋다. 너무 많이 태우면 연기가 자욱해질 수 있는 것은 조심해야된다.
군밤은 굽기 전에 십자가 모양으로 칼집을 내주면 쉽게 까지는데 이전에 내가 손이 깊게 베인적이 있어서 남편 담당이 되었다. (콩쥐가 된 남표니) 대신에 뜨거운 것을 곧잘 만지는 내가 잘구워진 군밤을 까기로 한다.
불에 직접 닿게 해서 태우는게 아니라 약불에 은근히 구워서 타지않게 구워내는 것이 요령이다. 성미가 급하고 감이 그닥 좋지 않은 나는 불피우는 초반을 맡고, 침착하고 후각이 뛰어난(!) 남편이 잘 구워졌는지를 냄새로 기가막히게 알아내고는 타지않게 잘 구워낸다. (환상의 팀플)
이제는 우리는 빼박 아줌마 아저씨가 된 것인지 불 피우면서도 껍질을 까면서도 연신 흥얼거리며 음가를 붙이게 된다. 대부분 정체를 알 수 없는 읖조림인데 가끔 둘다 아는 노래가 나오면 주거니 받거니 괜히 신난다.
군밤을 구울 때는 군밤 타령이지. “얼싸좋네 아 좋네 군밤이여~” 시덥지 않은 장단에 맞춰주는 남편 덕에 새로 찾아온 가을도 시렵지가 않을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