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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비 생활

돈이 필요 없는 환경

by 스너푸킨

저소비 생활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내가 지향하고 추구하는 방향이라는 생각이 들어 공감이 많이 되었다. 최근 지출이 줄어들게 된 것 같다고 느꼈는데 '돈이 필요없는 환경'이라는 챕터를 읽으면서 이유를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일하는 방식이나 수입보다도 주거 환경에 포함되어 있는 가게의 수나 물가 수준이 지출의 열쇠를 쥐고 있다... 그곳에 있기만 해도 돈을 쓰게 된다고 느끼는 환경은 다음 두 가지였다.
1. 도보권에 대형 의류 매장, 저렴한 생활용품점, 인테리어 용품점이 입점한 쇼핑몰이 있다.
가장 가까운 슈퍼의 상품 가격대가 비교적 비싸다. 근처에 편의점이 많다. 집근처에 지하철역이 다수 있다.
2. 지방에서 자동차로 생활하며, 외출하면 주로 쇼핑몰이나 식당을 방문한다. 밤낮 가리지 않고 습관적으로 인터넷 서핑을 하며, 온라인 쇼핑몰을 애용한다.


8월 전까지는 지하철역 바로 앞에 있는 아파트에 살았다. 아파트 1층에는 스타벅스를 끼고 있는 큰 마트가 있어서 거의 매일같이 산책 겸, 세일하는 물건은 없나 한바퀴 휘 돌고 오는 것이 일상의 습관이었다.


도시 근교로 이사하면서 생활 패턴은 드라마틱하게 바뀌게 되었다.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마트도 없고, 심지어 남편이 부업을 시작해보겠다며 나는 차 없이 집에 있어야되는 시간이 많아지게 되면서 돈쓰러 가는 것 자체가 어려워진 것이다(Positive인걸로!)


이사하면서는 앞으로는 걸어서 Mom's organic도 못가고, 홀푸드도 못간다며 볼멘소리를 했었지만 조금 불편하기는 해도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 아니던가. 걸어서 갈 수 있는 마트는 없지만 대신에 초록초록한 뒷마당과 소란스럽지 않고 다정한 이웃을, 계절의 변화를 알아차릴 수 있는 창 밖 풍경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돈을 적게 쓰더라도 살아지는 요즘이다.

책에서는 ‘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기분좋게 생활한다는 것는 저소비 생활의 최강 키워드다’ 라고 한다. 옷을 구경하고 마트를 둘러보는 일은 줄었지만 대신에 집과 마당을 돌보며 기분좋게 생활하고 있다. 여분이 많다며 바나나를 가져가라고 한 이웃도 있어서 자전거를 타고 가지고 왔다. 땀을 좀 식히는 사이에 옆옆집 할머니가 이사온 것을 축하한다면서 사과 파이를 주고 간다. 덕분에 당분간의 스무디와 디저트는 해결이다! Yay! 하늘에서 매일 일용할 양식을 받았다고 하는 삶은 이런 것이었을까. 큰 소비 없이도, 아껴쓰고 무엇인가를 참지 않고 있는데도 이웃들 덕분에 풍성하게 먹을 것과 쓸 것들이 채워지고 있다.

내일 있을 모임에서 같이 나눠먹고 싸주기도 해야지. 가진 것은 많이 없지만 마음이 풍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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