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테크로 가는 길
열 살이 아직 안된 나이였었다
미술과는 거리가 멀 것 같은
전기전공한 아버님이
전자전공할 남동생과
전산전공할 나에게
그림 한 점을 가져왔다.
“무슨 그림이에요? 아버지”
6살부터 꼬박꼬박 아버지, 어머니라 부르게 하셨던
쥐띠 B형 INTP인 아버지는
자기 자신에게는 십 원짜리 하나도 아끼시면서
아버님에게는 아니, 우리 집에는 정말 필요 없을 것 같은
물건을 가져오셨다.
구족화가라고 팔이 없는 사람이
입으로 발로 그린 그림이라고 하셨다.
그리고 햇빛이 안 드는 벽에 그 그림을 거셨다.
...
중학교 때 처음 영화관이라는 곳에서
인생 첫 극장영화를 봤다.
“나의 왼발”
89년, 이제는 유명한 배우
다니엘 데이루이스의 주연 영화를
아버지가 가져온 그림의 화가를 스크린에서 만났다.
...
미술과 관련 없던 일을 줄곧 해온 내가
지금은 아트테크, NFT 등등
VC에서 어릴 때 만난 미술을 다시 공부한다.
그림은 나에게 경험이었고,
이제는 그것을 다른 사람의 경험으로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