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등록증 디자인 개선 토론회에 다녀왔다. 토론회라기보다는 유익한 강연에 가까웠다. 대단한 연사분들이 하는 강연을 경청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마지막 연사로 민본 홍익대 교수님이 나왔다. 사실 이 강연 들으러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본 교수님은 애플에서 서체 디자이너로 일하셨고 스페인과 영국에서 타이포그라피로 석사 학위를 두 개나 취득하셨더라. 설마설마했는데 샌프란시스코 서체를 만든 분이라니!
샌프란 서체 뿐만아니라 서체에 관한 교수님의 철학을 알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서체를 의뢰할 때 '예쁘게'에 방점이 찍혀있는데 사실 폰트는 굉장히 기능적인 목적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하셨다.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발언이었다. 나도 기능 이전에 형태에만 매몰되어 있진 않았는지.
교수님 강연 이후 서점에서 새로 나온 타이포 책 <밥 벌어주는 폰트>한 권을 사고 집에 와서 예전에 읽었던 서체 관련 책들을 다시 보았다. 듣고 나니 보인다. 왜 그렇게 말씀하셨는지.
나도 훗날 독일에서 타이포를 전공하여 석사를 취득하고 싶은데 내가 과연 유학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학비는 무료여도 생활비가 꽤 발생한다고 한다. 수기 몇 개 읽어보니까.
하나도 어려운 석사를 두 개나 취득하시고 애플에서도 일한 교수님이 존경스럽고 부럽다.
난 외국인에게 보여지는 한글 모양에 관심이 많다. 외국인들은 한글을 보며 무엇을 떠올릴까? 명조일 때, 고딕일 때는 또 다를까? 확실히 외국인들은 장식이 없는 고딕 느낌의 한글을 좋아하는 것 같다. 장식이 있는 경우, 지저분한 군더더기처럼 와 닿을까, 그들에겐? 장식이 아니라.
아니면 가획된 것처럼 느껴질까? '이'가 '어'처럼.
먼훗날 타이포 심화 전공을 통해 아름다운 패키지 디자인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블루노트 레이블 앨범 자켓 느낌이랄까?
그러기 위해선 매일을 충실히 살아나가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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