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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쌀밥한공기 Apr 12. 2021

ETF, 투자의 승률을 올리는 방법

종목 하나 말고 여러 개를 묶어보자

전망이 좋은 산업을 찾아 특정한 종목을 골라 시장 수익률을 초과하는 수익을 얻는다. 누구나 꿈꾸는 이상적인 투자방법이지만 정작 이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름 높은 투자자들도 한두 번씩 실패를 겪는데, 하물며 우리 같은 개미가 매번 성공할 확률이 얼마나 될까. 


종목 하나에서 큰 수익을 얻기를 기대하는 건 룰렛 게임에서 한 숫자에 베팅하는 것과 비슷하다


카지노의 룰렛을 떠올려보자. 룰렛에는 정해진 36개의 숫자가 있고, 여러분은 그중 숫자 하나에 베팅할 수 있다. 딜러가 룰렛을 돌려 베팅한 숫자가 나올 확률은 1/36. 룰렛에서 이길 수 있는 가장 낮은 확률이다. 주식투자에서 개별 종목 하나를 골라 대박이 날 확률은 이보다 훨씬 낮다. 최소한 천 개도 넘는 종목 중에 하나를 골라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룰렛에서는 홀수냐 짝수냐에 걸어볼 수도 있고, 숫자의 색이 빨강이냐 검은색이냐도 걸어서 승률을  올릴 수 있다. 같은 요령으로 투자할 때도 한 종목을 찾아 고르는 대신 전망이 좋은 산업을 골라 그 산업에 있는 주식을 모두 살 수만 있다면 수익을 얻을 확률을 올릴 수 있지 않을까.




ETF, 여기 있는 거 다 주세요!


ETF(상장지수펀드, Exchange Traded Fund)는 KOSPI200과 같은 특정 지수 및 특정 자산의 가격 움직임과 수익률이 연동되도록 설계된 펀드로, 거래소에 상장되어 주식처럼 거래되는 펀드를 말한다. 

위의 룰렛에 비교해보자면, 빨간색이나 검은색, 또는 홀수나 짝수에 같이 일정한 기준에 따라 묶인 지수나 자산을 따라 움직이도록 만들어진 '펀드'라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펀드'는 계좌에 자금을 맡기면 펀드를 매수해서 펀드매니저가 운용한 수익률을 투자자가 얻어가는 구조이지만, ETF는 주식시장에 주식처럼 상장되어 투자자들이 원할 때 거래할 수 있다.


ETF는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KOSPI200 지수를 추종하거나, IT 관련 주식을 묶어놓는 지수, 또는 철강과 관련된 주식을 묶어놓은 지수를 추종하는 ETF 등 산업별 지수에 따라 다양하게 설계된다. 따라서 특정 지수를 추종하는 ETF에 투자하면, 지수에 편입된 모든 종목을 골고루 사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앞으로 아파트 공급이 늘어날 테니 건설 산업이 유망하다고 생각되지만 어떤 건설사가 가장 좋을지 모르겠다면 모든 건설사 주식을 살 필요 없이 KRX 건설 지수를 추종하는 ETF를 사면 된다. 운용사는 ETF가 추종하는 지수에 편입된 종목들을 편입비율에 따라 매수해 두었을 테니 예상대로 건설주가 오르면 해당 지수의 상승률만큼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굉장하다! 얼마나 편리한 투자 방법인가!


ETF의 장점과 단점


ETF 투자는 장점이 많다. 우선, 투자자가 개별종목에 대한 분석을 해야 하는 부담이 없다. 전업투자자가 아닌 이상 하루 종일 주식시장을 쳐다볼 시간적 여유도 없고, 설령 전업투자자라 하더라도 재무제표를 열어서 이 회사를 낱낱이 분석할 수 있을 만큼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ETF는 종목분석에 대한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좋은 투자수단이다.

또한 소액으로 여러 종목을 사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특히 대형주를 사기 힘든 소액투자자인 경우 ETF를 사는 게 더 유리할 수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가 액면 분할하기 전인 2018년에는 삼성전자 주식 1주를 사기 위해서는 250만 원이 필요했고, 지금도 LG화학 같은 대형주를 사려면 1주를 사려고 해도 80만 원이 넘게 필요하다. 이러는 대신 IT 지수를 추종하는 ETF, 2차 전지 주식으로 구성된 ETF를 사면 굳이 대형주를 직접 사는 대신 그와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하나 더,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내용인데 ETF는 증권거래세가 면제다. 주식을 팔 때마다 증권거래세를 내는데(유가증권시장 0.08%, 코스닥 0.23%), ETF는 증권거래세가 면제되므로 투자자의 거래비용이 줄어든다.

반면, 단점도 있다. 개별 종목을 고르는 수고를 더는 대신, 전망이 양호한 산업에서 가장 유망한 종목을 골랐을 때 얻을 수 있는 시장 초과수익을 얻을 수는 없다. 즉, ETF를 사게 되면 추종하는 지수만큼의 수익률만 얻게 된다. 또한 지수가 오르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추종하지 못하므로, 지수의 수익률과 일정 수준 괴리가 발생할 수도 있다.


레버리지 ETF, 진짜 2배로 만들어주나


ETF 중에는 특정 지수의 움직임보다 2배로 크게 움직이는 레버리지 ETF가 있다. 해외에는 2배를 넘어 3배까지도 움직이는 ETF도 있다. 국내에는 KOSPI200의 일간 등락률의 2배로 움직이는 형태를 비롯해 몇 가지 레버리지 ETF가 있다.


레버리지 ETF를 투자하기 전, 꼭 명심해야 될 게 있다. 레버리지 ETF는 특정 기간의 지수 수익률의 배수가 아니라 당일 수익률의 배수로 움직이고, 수익률의 등락폭이 훨씬 크기 때문에, 추세적 상승, 하락 국면에서는 일반 ETF보다 훨씬 큰 폭으로 움직인다. 간단하게 예를 들어보자.


삼성자산운용에서 운용하는 2개의 ETF, KODEX 200과 KODEX 레버리지를 비교해보겠다. 두 종목 모두 KOSPI200 지수를 추종하는데, KODEX 레버리지는 지수의 당일 수익률의 2배로 움직인다.


2019년 말을 기준으로 지난 1년 4개월 간 두 종목의 수익률을 비교해보면, 아래 그림과 같다. 


그림의 첫 번째 빨간 원 부분인 20년 초 하락 - 회복 국면을 살펴보면, 하락 추세에서는 동일 기간 중 레버리지 ETF의 하락폭이 훨씬 더 크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어서 최근 구간인 두 번째 원을 보면, 상승추세에 있어서는 일반 ETF보다 레버리지 ETF의 상승폭이 훨씬 더 가파를 뿐만 아니라, 최근의 횡보구간에서도 수익률 변동이 매우 크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즉, 안정적인 투자를 원하는 투자자라면 레버리지 ETF는 권장할만한 투자수단은 아니다. 실제 레버리지 ETF를 들고 있는 투자자는 지수 등락보다 더 큰 변동폭 때문에 일반 ETF 투자자보다 훨씬 더 복잡한 심경으로 저 시간을 견뎌야 한다. 견디지 못해서 중도에 매도한다면 훨씬 더 큰 손해를 볼 수도 있다.




투자를 시작하는 사람이든, 이미 일정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는 투자자든, ETF는 누구에게나 효과적인 투자수단이다. 이미 위에서도 말한 바와 같이, ETF는 개별 종목 분석 시간을 줄여줄 수 있고, 산업에 대한 거시적인 전망만으로도 투자할 수 있게 해 준다. 더불어 특정 산업뿐만 아니라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ETF의 경우에는 운용사의 펀드보다 훨씬 더 나은 수익률을 내주기도 한다. 


다만, ETF는 개별종목보다 높은 수익률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High Risk - High Return'이라고, 높은 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그만큼 높은 손실 위험을 감당해야 한다.


왜 투자를 하는가. 투자의 목적은 '큰돈을 버는'데 있는 게 아니라, '자산을 증식'시키는 데 있다. 투자는 저마다 목적지가 다른 마라톤과 같다. 누군가는 용돈을 벌고 싶어서 하고, 누구는 집을 사는 게 목표일 수도 있다. 저마다 목표가 다르다면 달리는 방식도 전략도 다 다르기 마련이다. 출발선에서 누군가가 나를 앞질러 간다고 나도 처음부터 속도를 올릴 필요는 없다. 나는 내 페이스대로 나만의 결승점까지 뛰면 된다. 조바심 내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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