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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진 Mar 31. 2023

미국 공립학교 교사들, 학교를 그만두는 이유

- 사랑과 관심이 필요한 우리 아이들 (2)


학부모 자원봉사자 배지 받기



3/1/2023          


   며칠 전 아이의 학교에서 이메일을 보내왔다. 3월의 마지막 날 3, 4, 5학년 학생의 현장 학습(field trip)을 계획하고 있으니, 서류를 작성하고 서명해서 제출하라는 내용이었다. 현장 학습은 아이의 초등학교에서 인근 고등학교까지 20분 정도 걸어서 이동하고 그곳에서 행사를 마친 후 다시 학교로 돌아오는 두세 시간의 일정이다. 그리고 서류의 맨 앞장에는 현장 학습을 인솔할 학부모 자원봉사자 신청서도 함께 있었다.

    

   미국의 경우, 학교에서 자원봉사를 하려면 먼저 해당 지역 교육부에 자원봉사를 희망하는 학부모의 구체적인 정보를 온라인으로 등록해야 한다. 인적 사항 등록 후에는 지역 교육부 웹사이트의 공립학교 채용모집 시스템을 통해 원하는 학교에 자원봉사를 신청할 수 있으며, 온라인 지원서를 받은 학교장이 정보를 검토한 후 자원봉사자로 승인할지를 결정한다. 학교장이 승인하면 교육부에서 학부모에게 이메일을 보내고 즉시 전화를 건다. 승인을 받으면 자원봉사자는 지역 교육구 경찰서에 가서 지문 채취(Finger printing)와 신원 조회를 받아야 하는데, 교육부 직원과 전화로 이 일정을 잡는다.


http://ccsd.net/community/protect-our-kids/


  그런데 학부모 자원봉사자가 현장 학습에 동행하려면 지역 교육구에서 승인한 배지가 필요하며, 이 배지는 해당 학군 교육청에 소속된 경찰서의 자원봉사 부서에서 받을 수 있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자원봉사 부서에 가서 지문을 채취하고 며칠 기다린 후 신원 조회가 완료되면 자원봉사자 배지를 받으러 오라는 연락을 받는다. 연락을 받으면 전화로 예약을 하고 해당 교육구의 경찰서에 가서 사진을 찍고 배지를 받으면 된다. 미국 공립학교 보안 시스템이 나름 철저하다.


   나도 이번 기회에 자원봉사자 배지를 만들었다. 방문자 스티커를 옷에 붙이고 학교에서 자원봉사를 하다가 이 배지를 걸고 다니니 아이가 무척 좋아했다. 이게 뭐라고. 이럴 줄 알았으면 1년 전에 진작 신청할 걸 그랬나? 1년 전에 지문조회를 마치고 배지를 만들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으나 그때 바쁘기도 했고 딱히 배지가 필요하지 않아서 받지 않았었다.




학교 출근이 두려운 선생님들



  학교 자원봉사자 배지를 받으러 가는 길에 NPR 라디오 뉴스 채널을 틀어놓고 차를 운전하다가 우연히 지역 학교 문제에 관한 토론을 듣게 되었다. 네바다뿐만 아니라 미국 전역의 학생 자살률 증가, 학교 폭행, 정신 건강 문제, 교사나 또래 그리고 부모와의 관계 악화에 관한 토론이 진행 중이었다. 더불어 학업 성취도 저하 문제에 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 지역 중학교에서 18년 이상 카운슬러로 근무하고 있는 한 교사는 팬데믹 이후 학교 문제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 상담교사는 학교가 문을 열고 아이들이 학교에 등교한 지 2년이 다 되어 가지만, 가정에서 적절한 돌봄이나 사회 정서적 학습이 이루어지지 않아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부모들도 정신 건강 상담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부쩍 증가했는데,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서 학생들에게 더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도시 북부의 한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한 젊은 교사는, 저소득층과 흑인 또는 히스패닉 가정의 문제는 전염병이나 가정환경이 아니라, 사회와 학교가 이러한 가정을 바라보는 사회적 편견이 아이들을 구석으로 밀어 넣고 이러한 불평등에 좌절한 아이들이 문제 행동을 일으킨다고 말했다. 이는 팬데믹과 관계없이 항상 존재해 왔던 사회 문제이지만, 팬데믹 이후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1~2022학년도 이후 미국 공립학교에서 근무하는 심리상담사(카운슬러)들은 팬데믹 기간 동안 사회성이 저하되고 다양한 사소한 행동 문제가 발생한 학생들, 그리고 가정에서 돌봄이 부족한 학생들의 정신 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팬데믹 이후 상담을 원하는 학생과 학부모의 수가 증가했으며, 주말과 야간에까지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팬데믹 기간에 원격수업으로 스트레스를 받았던 교사들은 학교가 문을 열면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생각했지만, 실제 상황은 그렇지 않았다. 학생들은 1년 이상 집에 머물면서 학업 성취도 저하는 물론, 사회생활과 사회 정서 학습 부족으로 문제 행동이 악화되었고, 학교에 나와서도 가정에서 했던 퇴행적인 행동을 그대로 보여서 교사 및 또래와의 관계가 쉽게 개선되지 않고 있었다.


https://edsource.org/2022/covid-challenges-bad-student-behavior-push-teachers-to-the-limi t-and-out-the-door/673124


  2022년 6월에 실린 이 기사를 보면, 캘리포니아의 경우 원래 계획보다 일찍 은퇴하는 교사들이 2020년 팬데믹이 시작되자 26%나 증가했으며, 학기 후반인 2021년에는 여기에 8%가 더 증가했다고 한다.      


  많은 공립학교 교사들이 학교 일을 그만두는 이유는 크게 네 가지이다. 팬데믹에 대한 공포, 업무 과정으로 인한 번아웃, 학생들의 문제 행동 악화로 인한 고통과 불안, 과중해진 업무 대비 급여가 동결되어 더 높은 연봉의 다른 일자리로의 이동이 바로 그 이유이다.      


 < 팬데믹에 대한 공포 >

- 팬데믹 기간 동안 원격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따른 어려움에 대해 호소하는 교사들

- 팬데믹 기간 동안 집에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 고통받는 젊은 교사들

- 학교로 돌아온 후 코비드 19 감염을 두려워하는 교사들    

 


< 업무 과중으로 인한 교사들의 번아웃 >

- 팬데믹 이후 사립학교 학생들이 공립학교로 옮겨가면서 업무에 과부하가 걸린 공립학교 교사들

- 팬데믹 기간 동안 1년 이상 집에 머무르며 사회성이 퇴화한 학생들의 높은 사회적-정서적 요구로 인해 지식뿐만 아니라 사회적-정서적 기술까지 가르쳐야 하는 교사들

- 상위권 학생과 중위권 학생의 학력 격차 확대, 중위권 학생의 학업 성취도 급락, 재택근무로 자녀를 돌보고 학교의 원격 학습까지 도와야 하는 학부모의 답답함과 원격 학습으로 인해 자녀가 뒤처질까 걱정하는 학부모의 불만을 처리해야 하는 교사들     



<학생들의 문제행동 악화로 고통을 겪는 교사들>

- 팬데믹으로 인한 1년간의 휴교령 이후 학교로 돌아온 학생들의 나쁜 행동이 악화되는 것에 압도된 교사들

- 중고등학생의 경우 팬데믹 기간 동안 가정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해 학교폭력, 심지어 등교 후 교사 폭행으로 이어져 교사들이 출근을 두려워하는 상황이 발생     



< 팬데믹 후 급여 동결로 더 높은 연봉의 다른 직장으로 옮겨가는 교사들>

- 팬데믹 이후 다양한 사회경제적 문제로 인해 생활비는 상승하였으나, 정작 급여는 동결되어 불안한 교사들

- 더 높은 연봉의 다른 일자리를 제안받은 교사들          



  그렇다면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들의 태도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어떤 문제 때문에 교사들이 학생들을 힘들어하고 학교를 그만두게 되었을까?  (다음 회 연재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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