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현진 Nov 22. 2022

펜데믹 이후 미국 초딩 3학년 아이들

 - 사랑과 관심이 필요한 우리 아이들 (1) - 


엄마, 요즘 레일리아나가 멋지게 행동해! 



11/14/2022 월요일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가 간식을 먹으면서 기분 좋게 조잘댄다.      

  

  “엄마, 댄스 걸 알지? 레일리아나가 하는 말이 내가 남자 친구 리스트 1순위에 있대. 그리고 윌리엄이 2위이고. 레일리아나가 하는 말이 내가 제일 좋대. 요즘엔 레일리아나가 말도 잘 듣고 멋지게 행동해.”     


  오늘따라 일찍 퇴근한 아이 아빠가 묻는다.     


  “레일리아나는 네가 뭐가 그렇게 좋대?”

  “음, 내가 인텔리전트하고 귀엽게 생겼대.”

  “진짜? 와~”

  “몰라, 몰라. 더 물어보지 마. 부끄러워.”    

 

  아이의 대답에 우리 부부는 함께 과일을 먹으면서 키득거렸다. 남편은 데이빗이 왜 이렇게 좋아하는지 그 내막을 자세히 모르겠지만, 나는 잘 알고 있었다.     


  3학년이 된 아이는 한동안 레일리아나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오고 있었다. 선생님은 평소 행동에 문제가 있는 아이들을 반에서 모범이 되는 아이들 옆에 배치해 왔는데, 데이비드도 그 중 한 명이었다. 레일리아나는 수업시간에 벌떡 일어나 춤을 추고, 허락 없이 교실을 돌아다니고, 다른 아이들에게 못된 말을 자주 한다고 했다. 


  때때로 학교에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이가 화난 얼굴로 침묵하고 있을 때가 있었다. 아이에게 학교에서 뭔가 속상한 일이 있었냐고 물어보면 별로 말하고 싶지 않다고 일축할 때가 많았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런 날은 레일리아나가 데이비드에게 못된 말을 하거나 나쁜 행동을 한 날이기도 했다.  


  “에고, 우리 데이빗. 기분이 별로 안 좋았겠네. 그 아이가 왜 그랬을까? 너한테만 그러는 거야, 아니면 모든 사람에게 그러는 거야?”

  “몰라. 그 아이는 그냥 아무한테나 그렇게 행동하는 것 같아. 전에는 체육 선생님이랑 음악 선생님한테도 ‘멍청하다(stupid)’고 해서 수업에 참여 못 하고 혼자 생각하는 의자에 앉아 있었어.”

  “데이빗, 선생님이 그 아이를 왜 네 옆에 앉혔는지 알지?”

  “응, 엄마.”

  “견딜 수 있을 것 같니?”

  “잘 모르겠어.”

  “혹시 힘들면 선생님한테 말씀드려도 돼. 선생님께 말하기 곤란하면, 엄마한테 말해도 되고.”

  “응, 알겠어.”

  “말하기 힘들면 엄마가 선생님한테 말해볼까?”

  “아니야, 엄마. 내가 할 수 있어. 할 수 있을 것 같아. 해볼게.”


  그렇게 두 달가량이 흘렀고, 지금 아이는 저렇게 해맑게 웃으며 레일리아나가 착해졌다면서 저리 자랑을 하고 있다. 지금 문득 생각해보니 레일리아나는 어쩌면 주변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했던 것 같다.      




학교에서 문제행동을 보이는 아이들



  2학년 때도 데이빗은 학기 초에 옆자리에 앉은 아이의 문제행동과 말 때문에 한동안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있다. 돌이켜보면 태이비라는 이름의 그 아이는 현재 3학년인 레일리아나와 비슷한 행동을 보였던 것 같다. 반 친구들에게 불쾌한 말을 자주 하고, 선생님의 말에 기울이지 않았으며, 심지어 특별 과목 선생님들에게 무례한 말을 자주 해서 혼자 생각 의자에 앉아 있었다고 한다.      



  * 미국 초등학교 특별 과목 

  - P.E (체육), Music (음악), Art (미술), Humanities (인문학), Library (도서관), Tech (테크, 코딩), 

    GATE (게이트, 영재반 프로그램)     



  팬데믹이 선포된 후 아이는 초등학교 1학년 내내 온라인으로 학교의 원격수업을 들었고, 2학년부터는 매일 마스크를 쓰고 등교하기 시작했다. 그 무렵 담임선생님은 학급을 위해 정기적으로 자원봉사를 하러 가는 나에게 아들이 참 자랑스럽다고 말해주었다. 


  “우리 반 아이들이 모두 데이빗을 좋아하고, 함께 이야기하고, 좋은 점을 배우려고 해요. 재미있는 것은 문제 행동이 있는 아이를 데이빗 옆에 앉히면 그 아이의 행동이 더 좋아진답니다. 다른 아이들은 문제 행동을 하는 아이 옆에 앉으면 영향을 받아 힘들어하고 집중하지 못하지만, 데이빗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고 자기가 해야 할 일에 집중합니다. 그러다가 문제 행동을 하는 아이가 곤경에 처한 것을 발견하면 ‘도와줄까?’라고 물어보고는 함께 문제를 해결해요. 정말 침착하고 사려 깊은 아이예요.”     


  그래서 2학년 때 담임선생님은 문제 행동을 하는 아이들을 돌아가면서 데이빗 옆에 앉히곤 했던 것이다. 선생님은 데이빗이 그 아이들의 말이나 행동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아이는 속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행동에 문제가 있는 아이가 옆에 앉으면 일반적으로 아이들이 보이는 반응은 크게 두 가지라고 한다. 첫 번째는 문제 아동의 나쁜 말과 행동 때문에 심리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자신의 일에 제대로 집중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다툼이나 싸움으로 이어질 수 있다. 두 번째는 다른 학생이 문제 아동의 못된 말을 배우고 재미로 나쁜 행동을 모방하여 수업 분위기를 함께 해치는 경우이다. 이런 경우는 주변에 함께 앉은 팀 전체의 분위기를 망칠 수도 있다.      


  그래서 내가 물었다.      


  “요즘 그런 아이들이 많은가요? 혹시 팬데믹 때문에 오랫동안 학교에 나오지 못해서 단체생활이나 사회생활 부족으로 그런 문제가 생긴 건가요?”     


  그러자 담임선생님은 사회생활 부족에서 오는 문제도 크지만, 팬데믹 동안 아이들이 가정에서 적절한 보살핌과 가정교육을 받지 못한 것이 주된 이유라고 말했다. 선생님의 말을 들으면서 나는 아이가 학교에서 받을 스트레스가 걱정되었다. 한 아이의 엄마로서 그 순간 선생님이 조금은 원망스러운 마음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이것이 아이가 겪어야 할 사회생활의 일부라는 것을 깨달았다. 


               


팬데믹 이후, 학교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구글 검색에 post pandemic school behavior이라고 넣으면 그와 관련된 검색어들이 주르륵 나온다.     



학생들 행동 문제로 그만두는 교사

교사들의 번아웃 (탈진) covid 2022

코로나 이후 학생들의 행동 문제

왜 학생들의 행동이 나빠지고 있을까?

고등학생의 행동 문제

학생들의 행동에 대한 교사들의 불만

코비드가 학생들에게 미치는 사회-정서적 영향

  


   팬데믹 이후 1년 이상 집에 머물렀던 아이들은 사회성과 언어발달이 퇴보하는 등 사회적, 정서적 학습에 어려움을 겪었다. 아이들이 학교로 돌아왔을 때 심각한 행동 문제를 가진 학생의 수가 증가했고, 교사들은 문제 학생들을 통제하기 위해 매일 과중한 업무에 시달렸다. 지각하고, 서로 싸우고, 산만한 행동으로 수업을 방해하고, 교사의 지시를 무시하는 아이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교사들이 하나둘씩 학교를 떠나고 있었다. 


  미국 국립교육통계센터 NCES (National Center for Education Statistics, https://nces.ed.gov/)에서는 지난 2022년 7월 6일 팬데믹이 최근 학생들에게 미친 사회 정서 발달 측면에서의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통계 결과를 발표했다. 



 * 미국 국립교육통계센터 NCES는 미국 교육부의 교육과학연구소(IES) 산하 통계 사무소이다.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공립학교의 80퍼센트 이상이 코비드 19 팬데믹이 학생들의 행동 및 사회-정서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했다고 한다. 팬데믹의 여파로 학생들의 비행(56%), 교실 밖에서의 난잡함(49%), 교사와 교직원에 대한 무례한 행위(48%), 전자 기기 사용 금지로 인한 교실 내 혼란(42%)으로 수업 중단 사건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학생들의 문제 행동 외에도 2021~2022학년도 공립학교 학생들의 장기결석이 증가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더욱이 팬데믹 이후 학교를 그만두는 교사들이 증가해서 상황이 더 악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공립학교의 경우 2020~2021학년도에는 61%가 대체 교사를 찾는 것이 어렵다고 보고했는데, 2021~2022학년도에는 77%의 공립학교가 대체 교사를 찾는 것이 더 어려워졌다고 보고했다고 한다.     

 

https://nces.ed.gov/whatsnew/press_releases/07_06_2022.asp#:~:text=its%20lingering%20effects%3A-,Classroom%20disruptions%20from%20student%20misconduct%20(56%20percent),of%20electronic%20devices%20(42%20percent 

   

   그렇다면 교사들이 학교를 그만두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음 회 연재 예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