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서울 강남의 퇴근길 운전을 하다 보면 묘한 기시감이 들 때가 있다. 이 수많은 차들이 도로에 쏟아져 나와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가는데, 이 시간들이 참 소모적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나 또한 그 중심에 있는 것을 깨닫는 것과 같다.
요즘 부쩍 소비행위를 할 때가 많아졌다. 평균보다 알뜰한 편이었던(혹은 필수적인 구매만 해온) 나였기에 요즘 일상이 다소 낯설기도 하면서도 쓰는 즐거움이 이것이구나 싶기도 했다.
그러던 중 엠제이 드마코의 <부의 추월차선> 이란 책을 읽었다. 재태크 분야에서는 꽤 유명한 밀리언셀러였다. 이 책에서 작가는 부의 관점에서 삶의 길은 세 가지, 즉 인도, 서행 차선, 추월차선이 있다고 말한다.
인도를 걷는 사람들은 오늘을 소비하며, 현재의 즐거움을 누리는 것을 가장 중시한다. 그리고 서행 차선을 걷는 대부분은 30년 후에 부자가 될 자신을 고대하며 조직에 속한 직장인으로서 오늘을 감내한다. 작가는 이를 5(월, 화, 수, 목 금):2(토, 일)의 삶이라 부르며, 소중한 시간을 급여와 바꾸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추월차선을 타는 소수는 시간이 스스로를 위해 일하도록 만드는데, 이것은 시스템의 힘이라고 말한다. 자신이 일을 하지 않아도(수동적 노동이라고 말한다), 시스템(자산 흐름)을 구축해 자유로운 삶을 누릴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런 이야기는 사실 부동산 관련 서적을 읽을 때마다 약속이나 한 듯 언급되는 부분이다. 다만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생산자적 관점에 대한 이야기였다.
나는 오늘 하루에도 많은 소비를 하고 있는 중이다. 이 소비자로서의 나는 어쩌면 부모님께 용돈을 받았던 시절부터 거슬러 올라가면 30년간 너무나 당연하게 해 온 습관과도 같다. 하지만 추월차선을 타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세상을 '생산자'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이용해야 한다. 그 행위는 사실 처음에는 매우 낯설고 작위적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가장 쉬운 접근은 내가 '소비를 할 때', '생산을 한다면'을 함께 고민해 보는 것이다.
이를테면 내가 인센스 홀더 하나를 사고 싶어 쇼핑몰을 구경한다. 내 마음에 가장 와닿은 모델이 보인다. 그런데 가격, 활용도, 컬러 등 고민되는 지점 또한 있다.
Q. 나에게 이 소비가 정말 필요할까?
- (YES) 홀더의 구매를 결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 (NO) 홀더의 가격, 유통, 마케팅, 디자인, 패키징, 브랜딩 등 무엇을 개선시키면 내가 이것을 구매할까?
이 질문을 던지는 것만으로도 불필요한 소비를 줄일 수도 있고, 생산자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습관을 조금씩 가질 수 있다.
이 세상의 서행 차선은 그대로 달리기에는 차로 가득 차 있고 내가 얼마나 운전을 잘 하든 휴식이 필요하든 열심히 브레이크와 가속페달을 번갈아 밟아도 서울의 도심 속 정체는 소모적이고, 경쟁적이고, 단순할 때가 많다. 노선을 바꾸는 용기와 열정과 끈기에 약간의 아이디어가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