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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현 Jun 15. 2022

5월 신혼여행지 결정하기

유럽이냐 북미냐, 아니면 몰디브나.. 제주도?

결혼식의 꽃은 신혼여행이라고 했던가.


우리는 2주 간의 신혼여행지로 애당초 유럽으로 정했다. 긴 코로나 시기를 보내며 더욱 공고해진 유럽에 대한 동경이었던 것 같다. 잠시 캐나다나 호주를 아내가 언급했던 기억도 있지만, 그녀의 최우선 순위를 추려보면 유럽의 나라들이었다. 우리들의 희망 리스트를 정리해 보면 세 곳이었다.


 1) 영국 : 내가 어학연수를 했던 곳이기에 상대적으로 세세한 루트에 자신 있는 여행지였다. 하지만 아내가 아일랜드 여행을 코로나 발생 직전에 했던 터라 조금 더 신선한 여행지를 가고 싶어 했다. 


 2) 크로아티아 : 상대적으로 잘 알려진 동유럽의 체코나 헝가리에 비해 크로아티아는 여전히 궁금한 점이 많았다. 그런데 정작 궁금한 점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면 딱히 나오지는 않고, 베일에 쌓이기만 한 느낌의 나라. 막연히 물가는 저렴하지 않을까 라는 기대.


 3) 포르투갈 : 따스한 남부 유럽이 가장 끌렸던 우리였기에 남부 프랑스나 이탈리아, 스페인을 처음에 떠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탈리아는 2주 간의 여행으로 천천한 여행을 하기에는 영토는 너무 컸고, 관광해야 할 문화 요소들도 너무 많았다. 그렇기에 한국인들에게 인생 여행지로 많이들 언급되면서 적당한 사이즈(?)의 포르투갈이 우리의 머릿속에 점점 비중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포르투갈로 점차 마음이 기울면서 사전조사를 시작했다. 책 <포르투갈 홀리데이(맹지나, 우지경 저)>이 유용했는데, 472p에 깨알같이 최신 업데이트된 정보량이 방대했다. 평소 꼼꼼하게 여행 사전조사를 하는 나와 아내의 취향에 잘 맞았다. 덕분에 결혼식 하루 전까지도 이 책을 읽으며 여행지를 공부하기는 했지만. 이 책을 읽으며 포르투갈에 끌렸던 포인트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우리나라와 크기가 비슷하다.

그렇기에 2주 간의 신혼여행기간 동안 주요 대도시인 리스본과 포르투, 그리고 주변 소도시를 찬찬히 돌아볼 수 있다.


둘째, 물가가 꽤 저렴하다.

다른 북, 서유럽 국가에 비해서만 저렴한 게 아니다. 체감상 베트남과 같은 동남아시아보다도 저렴한 느낌이 들었다. 예를 들어 와인 한 잔에 1,500원 하는 로컬 가게들이 즐비했고, 2인 기준 2~3만 원이면 식사를 부족함 없이 즐길 수 있다. 물론 유명한 관광대로의 레스토랑들은 인당 5~6만 원 하는 곳들도 있었지만, 이건 극히 예외적인 경우였던 것 같다.


셋째, 포트와인의 원산지이다.

우리 커플은 평소에도 포트와인을 좋아해서 코스트코를 갈 때마다 커클랜드社의 10년 산 타우니 포트와인을 몇 병씩 사놓는 편이었다. 도수가 높은, 달달한 디저트 와인으로 유명한 이 포트와인은 디저트뿐만 아니라 육류에도 특히 잘 어울린다는 인상을 받았다. 야외의 테라스에서 포트와인 한 잔이면 아내와 데이트하면서도 기분 좋게 취기가 올랐던 기억 덕분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기에 포르투갈을 방문해 식전주, 식후주로 포트와인을 마음껏 마셔보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넷째, 치안이 상대적으로 좋은 편이다.

흔히들 물가가 저렴하고 경제적으로 다소 힘든 국가들을 방문할 때면 치안이 불안할까 걱정하게 된다. 그런데 포르투갈은 상대적으로, 옆 나라 국가들에 비해 여행하기에 안전한 나라로 꼽힌다고 한다. 물론 소매치기는 조심해야겠지만 밤에 대도시의 골목길을 다녀도 큰 위험은 없다고 하며, 실제로도 그랬다.


다섯째, 이 외에도 다양한 문화적 요소들이 과하지 않게, 적당히 많다.

1일 1식을 실천했던 대구 요리인 바칼라우부터, 한국의 해물탕과 유사한 카타플라냐, 야들야들한 삶은 문어 요리인 뽈보, 계란 흰자로 만든 에그타르트의 원조 나타 등등 즐길만한 요리와 디저트들이 너무나도 많다. 포르투갈 특유의 한의 정서인 사우다데(Saudade)를 담은 파두 공연과 대항해시대의 찬란한 유적지들까지. 조바심이 나지 않을 만큼, 소소하게 끌어당기는 문화적 요소들이 구미를 당겼다.

 

이 외에도 포르투갈은 대개 5월부터 10월까지 여행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이기도 했고, 5월 기준 실내외에서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소식을 접하기도 해, 더욱 기대가 되기도 했다. 여행할 때 후각으로 기억되는 장면들이 많지 않던가.


포르투갈로 마음을 확고하게 굳힌 후 며칠간 웹과 앱 서핑을 통해 그나마 저렴한 에어프랑스 항공권을 구매할 수 있었다. 올해 3월, 2인 기준 180만 원 정도였는데 '인천 in/out  - 파리 경유 - 리스본 out/in'으로, 대기시간을 포함해 약 20시간이 걸리는 장거리였다. 


그렇게 우리는 결혼을 준비하며, 포르투갈이라는 또 다른 설렘 요소를 안고 5월을 향해 천천히 다가가고 있었다. 그리고 포르투갈 여행을 통해 알게 되었다. 책을 통해서 알게 된 정보들을 넘어서서 왜 포르투갈을 많은 이들이 인생 여행지로 꼽는지. 

- 다음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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