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이 3주 앞으로 다가왔을 때였다!
이때 우리는 청첩장을 제작하는 동시에 모임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이래저래 바쁜 평일과 주말을 보내고 있었다. 시간이 더욱 빨리 지나가고 있었고, 내 머릿속에 한 가지 해야 하는 일이 점점 커져가고 있었다. '사회자 대본'
나는 결혼을 몇 주 앞둔 시점에서도 사실 별다른 고민은 없었다. 어차피 결혼식이라는 게 이미 수천, 수만 번 시뮬레이션된, 잘 짜인 시스템이니 거기에 몸을 맡겨도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결혼식 3주 전 우리의 결혼식 담당 매니저님과 기본적인 식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뒤 이를 토대로 결혼식 진행에 대한 정보를 넘겨받았다. 거기에 사회자 대본은 없었다! 유튜브를 통해 결혼식 전 염두해야 할 준비사항 등을 열심히 찾아보지만 내 결혼식에 딱 맞는 팁들이 나오는 것 같지는 않았다.
사회를 부탁한 친구에게 기본적인 진행의 방향을 정해줄 필요가 있었다. 내 친구는 결혼식장의 분위기나 우리의 콘셉트를 모르지 않는가. 주말 저녁, 나홀로 엑셀을 열고, 각 열에 '식순'과 '소요시간', '신랑과 신부의 액션', '배경 노래', '사회자 코멘트'를 만든 후 자료조사에 들어갔다. 유튜브와 네이버를 주요하게 돌아다니며 정보를 끌어다 모아보니 세네 시간쯤 시간이 흘렀다. 1차 파일을 완성했다. 왠지 모를 자신감이 생겨났다.
결혼식의 순서가 명쾌하게 자리 잡으면서, '우리 스타일대로 이 부분을 변경하고, 저 부분을 조금 더 줄이면 좋겠다'는 등의 마음속 제안들이 내 머리로 이어져 자연스레 그려졌다. 식순에 맞는 진행자의 코멘트를 넣고 고민하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결혼식을 수 차례 시뮬레이션하고, 우리에게 적합한 결혼식을 그려나가면서 순서를 바꾸기도 하며, 신랑과 신부가 가장 원하는 그림에 알맞은 코멘트를 교정할 수 있게 된다.
그랬다. 누구에게나 처음일 결혼식을 머릿 속에 시뮬레이션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사회자 멘트를 하나씩 적어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며칠간 나를 따라다녔던 무형의 불안감, 결혼식 디테일에 대한 일종의 무지는 그렇게 하루 만에 잘 해결될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이 식순대로 아주아주 행복하게 결혼식을 잘 치를 수 있었다.
#참조. 실제 작성한 식순에 따른 사회자 대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