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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노 Mar 16. 2021

플리트비체 호수의 신비함에 이끌리면 생기는 일

여행 20일차: '요정들의 호수'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에서 길을 잃다

2019.10.11 여행 20일차 크로아티아 자그레브-플리트비체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입구로 가는 길

아침 8시에 플리트비체로 가는 버스를 타야 해서 평소보다 일찍 눈을 떴다. 7시에 숙소를 나와 트램을 타고 버스 터미널로 이동했다. 자그레브 버스 터미널에는 승차 위치를 안내하는 전광판이 따로 없었다. 2층 티켓 창구에 있는 직원에게 플랫폼 번호를 물어보고 승강장을 찾아가 버스에 탑승했다.


꾸벅꾸벅 졸다가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입구1에서 내렸다. 11시 입장권을 예약했는데 아직 10시 15분이라 공원에 들어갈 수 없었다. 기념품점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10시 50분쯤 슬며시 표를 내밀고 공원에 입장했다.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입구 전망대에서 본 풍경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은 16개의 호수와 90여개의 폭포가 장관을 이뤄 영화 '아바타'의 모티브가 됐다. 탐방로는 2시간 코스부터 8시간 코스까지 다양한데, 나는 3~4시간이 소요되는 B코스(4km)를 선택했다. 입구에 들어서자 여러 줄기의 폭포가 협곡을 따라 흘러내리는 장엄한 광경이 연출됐다. 앞으로 또 얼마나 멋진 풍경이 기다리고 있을지 들뜨고 흥분됐다.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입구 전망대를 내려가니 청록색 물감을 뿌려 놓은 듯한 호수와 그 위를 떠다니는 청둥오리가 보였다. 투명한 옥색 빛의 호수는 요정이 살 것만 같은 신비감을 자아냈다. 두 눈으로 보고 있어도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만큼 아름다웠다. 맑은 물 속에서 뛰노는 송어 떼는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사람들이 몰렸지만 송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유유히 물 속을 헤엄쳤다.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호수에서 뛰노는 송어들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에서 먹은 햄버거와 콜라

다리를 건너자 울창한 나무들이 둘러싼 산책로가 나왔다.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며 천혜의 자연 경관을 누리니 마음이 차분해졌다. 작은 폭포에서 들려오는 시원한 물소리는 청량감을 선사했다. 1시간 30분 동안 걸어서 배가 고파질 무렵 P3 선착장에 도착했다. 선착장 앞에는 간단한 음식을 파는 매점과 쉼터가 있었다. 나는 햄버거와 콜라를 구입하고 테이블에 앉았다. 넓은 잔디밭이 펼쳐진 곳에서 점심을 먹으니 마치 소풍을 온 것 같았다.

보트에서 본 풍경
보트에서 본 풍경
보트에서 본 풍경
보트에서 본 풍경
보트에서 본 풍경

허기진 배를 채운 뒤 보트를 타러 갔다. 보트에서 물살을 가르며 본 경치는 예술이었다. 높고 청명한 하늘과 울긋불긋 물든 나뭇잎은 호수의 전경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 주었다. 날씨 좋은 가을날 이곳을 찾은 게 '신의 한 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호수의 투명한 물 색깔

약 10분 후 P2 선착장에서 내렸다. 다시 보트를 타고 P1 선착장으로 가야 B코스가 이어지는데, P2 선착장을 그냥 지나치는 게 아쉬워서 근처를 기웃거렸다. C코스로 가는 길이 예뻐 보여서 잠깐 둘러보기로 결심했다. C코스 이정표를 따라가니 나무다리와 호수가 나왔다. 물 속이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투명하고 빛깔이 고와서 발을 담그고 싶었다. 발이 호수에 닿으면 영화 '아바타'의 나비족처럼 온몸이 파랗게 변하지 않을까 재미있는 상상을 했다.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절경에 빠져들어 '조금만 더 가보자'를 반복하다가 선착장에서 너무 멀리 와버리고 말았다. 하는 수 없이 B코스가 아닌 C코스로 탐방을 끝까지 이어갔다. 밀림 속 오르막길을 지나자 큰 폭포가 눈앞에 나타났다. 절벽 아래로 세차게 물줄기를 뿜는 폭포를 보니 모든 근심 걱정이 씻겨 내리는 기분이었다. 동학에 울려 퍼지는 폭포 소리는 가슴을 뻥 뚫리게 해줬다.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쉼터에서 넓은 호수를 조망하며 잠시 휴식을 취했다. 오후 3시부터 또다시 걷기 시작했는데 아무리 가도 출구가 보이지 않았다. 비슷한 풍경이 계속 겹쳐서 감흥도 떨어지고 몸도 점점 지쳐갔다. 험준한 등산길을 마주한 순간 길을 잘 찾아온 게 맞는지 의구심이 깊어졌다. 그 많던 사람들도 사라지고 혼자 남겨져서 무섭고 답답했다. 해가 지기 전에 빨리 산속을 빠져나가야 할 것 같아서 무엇에 쫓기는 사람 마냥 발걸음에 속도를 냈다.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St.3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버스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앞 버스 정류장

앞만 보고 40분 넘게 직진할 즈음 한 커플이 반대편에서 걸어왔다. 정말 오랜만에 사람을 만나서 반가웠다. 출구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안심도 됐다. 내가 "버스 정류장이 어디예요?"라고 묻자 그들은 "바로 근처예요. 거의 다 오셨어요"라고 답했다. 5분 후 마침내 St.3에 도착했다. 많이 걸어서 힘들었지만 어쨌든 버스 정류장까지 무사히 와서 다행이었다. 


서울랜드의 코끼리 열차를 닮은 버스를 타고 St.2에서 하차했다. 플리트비체 공원에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 입구2로 나갔다. 대로변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서 자그레브행 플릭스 버스를 기다리다가 5시 15분에 버스에 탑승했다. 

자그레브 맛집 카푸치너에서 먹은 스테이크
자그레브 맛집 카푸치너에서 먹은 스테이크와 맥주
자그레브 대성당
자그레브 시내를 지나는 파란색 트램

자그레브 버스 터미널에서 내려 반 옐라치치 광장으로 이동했다. 저녁 8시가 되도록 햄버거 하나만 먹어서 배가 무척 고팠다. 플리트비체에서 5시간 동안 열심히 걸었던 나에게 보상을 주고 싶어서 스테이크 맛집인 카푸치너에 갔다. 수제 맥주로 먼저 목을 축이면서 하우스 스테이크를 기다렸다. 잠시 후 침샘을 자극하는 영롱한 빛깔의 스테이크가 등장했다. 얼른 고기를 썰어서 한 입 먹었더니 입에서 살살 녹았다. 사워크림이 듬뿍 올라간 통감자도 부드럽고 맛있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숙소에서 Mnet '퀸덤' 영상을 보며 길었던 하루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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