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시트로 활용
이제 캐릭터 템플릿을 손쉽게 활용하기 위해서 깃마인드(Gitmind)를 사용해 보자.
이미 몇 차례 얘기했지만, 이 매뉴얼을 폰이나 태블릿으로 보면서 컴에서 깃마인드를 익히기 바란다. 그래야 효율적으로 프로그램을 세팅할 수 있고, 배울 수도 있다.
깃마인드는 이름에서 느껴지듯이 마인드 맵을 만드는 도구이다. 마인드 맵을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은 이미 많이 나와 있고, 다른 프로그램을 쓰고 있다면 굳이 깃마인들을 쓸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자신의 집필 생활에 마인드 맵을 도입하고 싶다면, 이번 매뉴얼을 통해 깃마인드로 마인드 맵에 입문하길 권한다.
깃마인드는 일단 무료로 쓸 수 있고, 사용법이 매우 직관적이며 간단하다.
마인드 맵은 1983년에 토니 부잔이라는 영국 언론인이 개발한 생각 정리 방식이다. 종이 한 가운데 메인 테마를 적어놓고, 가지치기를 하면서 생각을 뻗어나가게 하는 것인데, 브레인스토밍을 하거나 프로젝트를 정리하거나, 그리고 수험생이 공부한 것을 정리할 때 매우 파워풀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마인드 맵이 우리 같은 작가에게는 캐릭터를 빌딩하는 작업에 있어서 엄청난 효용을 가져다 준다. 나는 심지어 이런 생각도 했다. 마인드 맵은 사실 작가를 위해 개발된 것이 틀림없다고.
자, 닥치고 마인드 맵을 깃마인드로 입문해 보자. 아래 유알엘을 클릭하고 들어가서 회원 가입을 하고, 브라우저 상단에 북마크를 해두기 바란다(주로 온라인 상에서 작업할 것이기 때문).
깃마인드는 회원 가입이 매우 간단하다. 가입 과정에서 사용언어를 한국어로 꼭 설정을 해주기 바란다. 이 매뉴얼을 만든 뒤 시간이 어느 정도 흘렀기 때문에 현재의 당신이 깃마인드에 로그인하고 사용하는 법이 약간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대개의 프로그램이 그러하듯 90프로 이상 동일할 것이다.
깃마인드 캡쳐
무료 회원 가입을 마치고, 우측 상단에 자신의 아이디를 클릭한 뒤, 메뉴에서 내 마인드 맵을 클릭한다(참고로 나는 77년생이 아니다ㅠㅠ). 다음 화면으로 나온다.
깃마인드 캡쳐
깃마인드 캡쳐
나의 마인드맵에서 새폴더를 클릭하고, 폴더명을 지금 작업 중인 영상물의 제목으로 폴더를 만들어 놓는다. 나는 편의상 드라마 제목이라고 만들겠다. 폴더를 만들었으면, 이제는 캐릭터 시트를 마인드 맵으로 만들 차례이다. '새 맵'을 클릭하자. 다음과 같은 화면이 나올 것이다.
깃마인드 캡쳐
그런데 그 전에 우리가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지 알아보자. 다음과 같은 마인드 맵을 만들 것이다.
캐릭터 템플릿
내가 만든 캐릭터 시트(템플릿)이다.
몇 년 전에 만든 건데, 여러 작법서에 소개된 캐릭터 빌딩 부분에서 엑기스만 뽑아서 세팅해 놓은 것이다. 당시에는 이 시트를 프린트해서 필요할 때마다 복사해서 육필로 쓰곤 했었다. 하지만 손으로 쓰는 게 어찌나 귀찮은지 잘 활용을 하지 못했다(작가에게 손글씨는 계약서에 자기 이름 쓰고 싸인하는 것으로 족하지 않은가).
암튼, 이 깃마인드를 만나고 나서 나는 캐릭터 시트를 본격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마인드 맵 프로그램으로 작업을 하면 작업도 빠르고, 수정도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을 이 캐릭터 시트로 정리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주연급 및 주조연급 인물들은 이 시트로 정리해 놓으면 실제 집필할 때 엄청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만든 마인드 맵 폼으로 캐릭터를 정리하면, 캐릭터에 대해 '생각지도 못한 것들을 강제로 생각하게 만들어 정리'할 수 있다. 즉, 캐릭터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어 풍부한 에피소드를 만드는데 도움이 될 뿐더러 깊이감까지 더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보통 등장인물 소개를 할 때 주저리주저리 글을 쓰면서 몇 페이지를 넘기는 경우가 있다. 근데 막상 그렇게 써놓고는, 실제로 집필을 할 때보면 내가 써놓은 대로 캐릭터가 제대로 구현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따라서 집필을 시작할 때마다 자기가 써놓은 등장인물 소개를 읽어야만 한다. 하지만 그런다고 내가 캐릭터에 대해서 잘 알게 될까? 결코 그렇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위의 캐릭터 시트로 정리해 놓은 것을 본다면? 한 걸음 더 나아가 이 캐릭터 시트가 벽에 인물별로 붙어있는 것을 본다면?
이 대목에서 당신이 만약 진정한 작가라면 전율을 느꼈을 것이다. ㅎㅎ
그렇다. 캐릭터 시트는 바로 그렇게 쓰라고 내가 만든 것이다.
자, 그렇다면 이제 깃마인드를 가지고 '캐릭터 템플릿(시트)'를 만들어 보자.
일단 간단한 세팅부터.
우측 상단에 '분필 주위에 별이 반짝이는' 아이콘을 선택하면 스타일, 테마, 레이아웃, 아이콘 등 메뉴가 나오는데, 그 내용들은 나중에 저절로 또는 필요에 의해 알게 될 것이므로 지금 딱 필요한 것만 세팅하자. 따라서 레이아웃 > 마인드 맵에서 좌우로 펼쳐지는 항목을 선택한다.
준비가 끝났다.
이제 딱 두 개만 알면 된다. 탭 키와 엔터 키.
마인드 맵에서는 말풍선의 하나 단위를 노드(node)라고 하는데 탭 키를 누르면 노드가 새끼(노드)를 치고, 그 새끼를 친 곳에서 엔터 키를 치면 형제 노드가 만들어진다.
부모 노드(?)로 돌아가 다시 탭 키를 치면 이번에는 왼쪽에 새끼를 친다. 이 새끼 노드는 좌우 번갈아 가며 하나씩 생겨난다.
탭 키와 엔터 키, 그리고 마우스 클릭을 이용해서 다음과 같이 만들어 보자.
깃마인드 캡쳐
이렇게 만들기가 끝났으면, 캐릭터 시트 내용을 채워넣어 보자.
깃마인드 캡쳐
내가 연재하는 매뉴얼들을 보면서 눈치챈 사람들이 있을 지 모르겠는데, 나는 은근 미니멀리스트이다. 여러 툴들을 사용하는 것을 즐기지만, 그 툴들의 모든 기능을 총동원하여 사용하지 않는다. 나는 기본 기능, 필요 기능만 딱 가지고 쓰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여러분들도 그러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것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분들은 '분필 주위에 별이 반짝이는' 아이콘을 눌러 배경도 바꾸고, 테마도 바꾸고, 아이콘도 넣고 하면서 화려하게 해도 좋다. 하지만 지금은 이 매뉴얼에 충실하기 바란다.
지금 여러분이 만든 '이기원 커스텀 캐릭터 시트'를 그대로 써도 좋고, 넣을 것 넣고 뺄 것 빼서 자기만 커스텀 캐릭터 시트를 만들어 써도 좋다.
다음은 지금 만든 캐릭터 시트에 이름을 넣어 저장해야 한다.
깃마인드 캡쳐
깃마인드 캡쳐
우측 상단에 '제목 없음'에 적당한 이름(나는 캐릭터라고 했다)을 넣는다. 그리고 '<'를 눌러서 나의 깃마인드 홈페이지로 돌아간다.
깃마인드 캡쳐
캐릭터 파일이 만들어졌다. 이것을 일종의 캐릭터 시트 템플릿으로 쓰는 것이다(깃마인드에도 템플릿 개념이 있는데, 그것은 일종의 마인드 맵의 양식일 뿐 우리가 원하는 그러한 템플릿이 아니니 주의하기 바란다).
이렇게 캐릭터 시트 템플릿을 만들어 놓고, 정작 쓸 때는 드라마 제목 폴더에 복제해서 그 안에서 지금 준비하고 있는 주연, 주조연 캐릭터를 시트로 완성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된다.
깃마인드 캡쳐
깃마인드 캡쳐
깃마인드 캡쳐
캐릭터 파일에서 우클릭하면, 팝업이 뜨는데 거기서 '드라마 제목' 폴더를 선택하면 '드라마 제목' 폴더에 캐릭터 시트 사본이 만들어 지는 것이다.
그러면 캐릭터-사본을 클릭한 뒤 당신이 원하는 캐릭터 시트를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일에서 제일 먼저 할 일은 우측 상단에서 '캐릭터-사본'이란 제목을 당신이 이제부터 정리하려고 하는 인물의 이름으로 바꾸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인물의 이름을 마인드 맵 중앙의 메인 테마에도 넣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인물에 대한 캐릭터 시트를 채워본다
깃마인드 캡쳐
이렇게 마인드 맵으로 만든 캐릭터 시트를 정리하면 캐릭터를 직관적으로 한 방에 알 수 있다.
만약 당신이 기존에 페이퍼에 인물의 서사를 중심으로 정리해 놓은 인물 소개가 있다면, 그걸로 이 캐릭터 시트를 절반도 채우지 못함을 알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그 캐릭터에 대해서 절반도 모르고 있는 것이다.
나는 처음부터 인물의 캐릭터 시트를 만들기를 권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우리가 보통 하는대로 인물 소개를 서사적으로 충분히 정리하고, 그 다음에 캐릭터 시트로 보완하는 것을 권장한다. 그러면 정말 그 인물에 대해 더 깊은 통찰을 갖게 될 것이다.
여기서 끝?
아니다.
우리는 작가이기 때문에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위 내용을 정리하면서 하나의 최종 노드마다 생각나는 스토리 아이디어를 가지치기로 추가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깃마인드 캡쳐
이런 식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캐릭터에서 파생되는 이야기를 계속 만들어가는 것이다.
참고로 노드 안에서 한 줄이 아닌 두 줄로 쓰려면, 쉬프트+엔터를 치면 된다.
이렇게 마인드 맵으로 인물을 정리하다 보면 얼결에 스토리들이 얻어걸리게 된다. 이것들을 모아서 스캐플로 정리해서 스토리 구조를 만든 다음, 스크리브너로 집필을 하면 된다. 그렇게 되면 당신은 이전에 했던 작업 스타일로 했던 결과물보다 훨씬 더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각종 AI가 작가의 생존권을 서서히 위협해 오고 있는 지금, 우리 작가들도 최대한 디지털 포메이션이 되어야 이 험난한 세상에서 생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원고지에 육필로 쓰다가 아래한글로 쓰는 것은, 걸어다니다가 자전거에 올라탄 진보를 이룬 것이라면, 깃마인드, 스캐플, 스크리브너를 연합해서 쓰는 것은 테슬라에 올라탄 진보를 이룬 것이 아닐까 한다.
당신이 내 글로 인해 깃마인드를 영접해서 마인드맵을 쓰게 됐다면, 그 보답으로 '좋아요'를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