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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수익률 50% 소액경매 원룸! 남해 보물섬에서 찾다

소액경매사례#2

by 김윤섭

출발, 남해 경매장으로

2025년 1월 6일,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 80여 건의 매각 물건에 접수는 고작 18건. 온 사람도 30여 명 정도로 한산한 분위기였다. 평소 여느 경매장의 북적이는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그날 목표는 한 건의 원룸이었다. 건물 26㎡(8평), 토지 14㎡(4평)의 작은 공간. 최저가 2,900만원에서 시작된 이 물건은 이미 6회 유찰을 거듭하며 가격이 계속 떨어진 상태였다. 주변 시세를 조사해 보니 매매가 2,200~3,000만원대, 월세는 500/30까지도 거래되고 있다는 정보를 얻었다.

12개 정도가 개찰되는 동안 대부분 1~2명씩 입찰하는 상황. 내가 노린 물건에는 3명이 들어왔다. 나는 최저가보다 110만원을 더한 금액으로 입찰했다. 원래는 150만원을 더 쓸 계획이었지만, 입찰자가 적어 보여 조금 줄였다. 그 판단이 적중했다.


낙찰, 그리고 첫 번째 관문

2월 21일 잔금을 내며 확인해 보니, 다른 입찰자들은 나보다 각각 10만원, 20만원씩 더 썼을 뿐이었다. 역시 지역 주민과 외지인의 차이. 최대한 낙찰 가능한 금액을 쓰려다 보니 가격을 오버할 때가 꽤 있다! 그럼에도 나중에 말하겠지만 수익률 전선은 이상무. 이 정도 금액 차이는 사실 추후 부동산 매각시나 운영시 조금만 신경 쓰면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뒤에 한 입찰자는 어떤 건설회사 대리인이었다. 혹시 주변 개발 계획이라도 있는 건 아닐까 하는 희망적인 생각도 잠깐 스쳐갔다.

총낙찰가는 870여만원. 여기에 제비용 20만원, 미납관리비 25만원, 청소·수리비 30만원 등을 더하면 총 투자금액은 950여만원 정도였다.

이제 진짜 도전이 시작되었다. 먼저 이전 집주인과의 명도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원룸 총무에게 연락해 이전 집주인 연락처를 받았다. 뚜뚜 신호음 끝에 들려오는 편안한 목소리! 뭔가 주변에서 흔히 접한 것 같은 친근한 느낌이었다. 통화하는 순간 직감했다. "어, 이거 잘 풀리겠는데" 아니나 다를까 낙찰 소식에도 집주인은 별다른 거리낌 없이 집현황과 비밀번호까지 알려주며 협조적이었다. 이사비 협상이나 인도명령 신청을 고민했던 것이 무색할 정도로 집 인수는 쉽게 해결되었다.


현실과 마주하다

2월 24일, 남해로 집을 보러 갔다. 취득등록세도 함께 내는 김에 직접 확인해 보려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알려준 비밀번호가 맞지 않았다. 1234, 1004, 0000... 여러 번 시도해 봐도 소용없었다.

결국 열쇠집을 불러 도어락을 파손하고 교체했다. 남해읍에 열쇠집이 2개 정도밖에 없어 1시간 넘게 기다려야 했고, 기본 모델 12만원에 파손비 2만원을 더해 14만원을 지불했다.

집 안에 들어가니 이사 간 상태였지만, 우편함에서 최근 3개월 가스 사용량 고지서를 발견했다. 7만원, 12만원... 혹시 아직 누군가 살고 있는 건 아닐까 우려했지만, 집 안은 먼지와 일부 쓰레기만 있을 뿐 빈 상태였다. 나중에 가스회사에서 들은 얘기지만 가스 사용량 고지가 없어 이전 기준으로 자동 과금된 거라고 했다.

처음에는 집이 험해 보였지만, 하나씩 살펴보니 나쁘지 않았다. 세탁기, 에어컨, 냉장고, 작은 TV까지 기본 옵션이 갖춰져 있었고, 벽지와 장판도 일부 얼룩 외에는 쓸 만했다. 다만 화장실과 베란다 청소, 벽 모서리 페인트칠, 전등, 샤워기 부속품 교체 등의 작업이 필요해 추후 손수 보수했다.


임대의 험난한 여정

전문 이사 청소를 20만원에 완료하고, 500/27만원의 조건으로 남해군청 전월세 게시판에 올렸다. (이 지역은 특이하게 주요 부동산 플랫폼이 관공서 사이트다!) 2년 이상 비대면 계약 시 월세 2만원 할인 조건도 넣었다. 며칠새 3명이 문의했지만, 집 보기가 늦어지자 나중에 모두 연락이 끊어졌다.

옆집이 500/30만원에 나가는 상황이었다. 내 집은 조금 허름해도 그럭저럭 쓸 만해 '가성비 원룸'이라고 이름 붙였다. 최소한의 수리 후 가격을 낮춰 빠르게 임대를 내놓았는데, 부동산에서 첫마디가 "왜 이렇게 싸냐?"였다.

3월에는 500/25만원으로 조건을 바꿔 다시 올렸다. 그러자 집 보러 오겠다는 문의가 왔고, 바로 계약을 하겠다는 사람도 생겼다. 아쉽게도 이 계약은 가계약금 입금 단계에서 불발됐다. 임대 조회수가 300이 넘기도 하고 한 주에 1-2건 이상의 문의가 꾸준히 왔지만 계약은 요원했다. 문자를 넣은 남해읍 부동산 4곳에도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그러던 중 월세 광고와 함께 단기임대도 병행해 올렸다. 지역 특성상 숙박업소가 부족했던지 중간중간 단기임대 문의가 꽤 들어왔기 때문이다. 남해읍에 몇 안 되는 모텔 숙박비도 1박 5-6만원 이상으로 높게 형성되어 있었다. 보통 남해 단기임대 숙소들이 1주 25만원 이상이라 1주에 15만원(관리비, 청소비 별도)으로 책정했다. 하지만 비샀는지 실제 예약은 없었고, 12만원까지 1주 요금을 내렸다.


전환점, 그리고 희망

5월 첫 주, 드디어 단기임대 예약이 들어왔다. 2주 기간으로 당일 급히 쓸 목적이었다. 첫 번째 수익이 발생하는 순간이었다. 또 이것을 계기로 본 임대 계약까지 성사됐다! 단기임대기간 집을 보여줄 수 없어 꾀를 냈다. 임대 광고를 잠깐 쉬어갈까도 했지만, 뭐라도 해보자 싶어 '특가 할인' 조건을 내걸었다. 500/25만원에서 사진만 보고 가계약 시 월세를 22만원으로 3만원 할인해주겠다는 조건이 의외로 먹힌 것이다. 단기임대 기간 중 본 계약 희망자와 미리 가계약을 체결했고, 마침내 1년 계약으로 임대를 완료했다!


수익률 계산의 기쁨

최종 정산을 해보자.

총 투자금액: 950만원 (낙찰가 + 제비용 + 정비비)
보증금 회수: 500만원
실제 투자금: 450만원
연간 임대수익: 월세 22만원 × 10개월 = 220만원 (공실 2개월 제외)

최종 수익률: 220만원 ÷ 450만원 = 49%

단기임대 수익까지 포함하면 연 수익률은 50% 이상을 무난히 달성했다. (입찰금액 오버와 임대료 할인에도!)

1건 1천여만원 투자해 1천만원의 매매 차익, 20-30%의 임대 수익을 달성한다는 내 소액경매 목표를, 이 물건이라면 훌쩍 뛰어넘는 것이다.


남해에서 찾은 진짜 보물

이번 남해 원룸 경매에서 더 분명해졌다. 소액경매는 정말 감춰진 보화 같다는 것을. 겉보기에는 허름해 보여도 잠재된 수익률이 높았고, 작으면 작을수록 오히려 수익률이 높아지는 역설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큰 보물은 따로 있었다. 작다고 무시하지 말고, 임대가 잘 안 된다고 포기하지 말며, 끝까지 희망을 품고 이것저것 시도하다 보면 길이 열린다는 만고의 진리였다.

뭔가 될 것 같았던 올해의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남해라는 작은 섬에서 진짜 보물을 찾았으니까.

여러분도 소액경매 같은 보물 캐기에 도전해 보면 어떨까?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생각보다 작은 것에 새로운 기회가 숨어 있을 수도 있다. 중요한 건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다.

남해 바닷가에서 찾은 이 작은 원룸처럼, 당신만의 보물이 오늘 어디선가 당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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