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중편장르(추리소설)_어느 경매업자의 죽음
교육용 AI 소설, 꽤나 활용도가 있을만한 분야다. 굳이 저자나 작품성을 따지지 않더라도 내용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저술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경매업자의 죽음'이란 소설 제목은 늘 마음 한편에 각인되어 있었다. 소설쓰기에 관심을 두면서부터였다. 이런 제목으로 경매 입찰 등의 경험을 추리소설로 써보면 어떨까 싶었다. 늘 여러 단서를 찾아 마치 탐정처럼 경매 현장을 누비다 보니 더 그랬는지 모르겠다. 어느 날은 혹시 이런 소설을 언젠가 읽었었나 싶어 검색해 보니 같은 제목의 소설은 찾을 수 없었다. 다만 '어느 oo의 죽음' 등 유사 형태의 제목은 종종 눈에 띄었다. 아마 이런 류의 소설 이미지가 남았다가 경매를 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소설적 열망으로 튀어나왔으리라. 이런 무의식적인 로망도 이제 얼마든지 실제 소설로 풀어쓸 수 있게 됐다. 바로 AI 소설쓰기 덕분이다.
AI에게 프롬프트를 넣고 학습용 소설쓰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어느 경매업자의 죽음"이라는 제목의 추리 소설을 쓰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알려줘. 이 소설은 경매 물건 조사부터, 입찰, 대금납부 및 소유권이전등기, 명도, 임대나 매매 수익 등 경매 전반적인 절차를 담고 있어 입문자가 읽으면 "어, 나도 경매 할 수 있겠는데"라는 이해와 경매에 대한 호기심을 높이는 학습용으로도 사용하고 싶어. 또 보통 경매는 남의 집을 뺏는 것처럼 부도덕하다는 나쁜 인식이 있는데 그것도 소설을 통해 개선하고 싶어. 그것을 위해 소설 끝에 반전을 넣어 주인공이 죽은 줄 알았는데 사실 살아있었고, 채무 관계로 사회 문제가 되는 악성 부동산을 정리하는 경매 시스템 같은 모종의 도움으로 삶이 다시 회복되었다는 결말을 보여줘. 이런 소설을 쓰기 위해 필요한 단계와 각 요소들을 알려주고, 이런 전체 흐름을 충분히 소화하기 위해 분량은 얼마 정도가 적절할지도 알려줘.
중편소설이라는 분량은 의도치 않게 AI의 제안으로 탄생했다. AI의 답변을 보자.
15-20만자(중편소설)가 적절한 이유는 경매 과정을 충분히 다루면서도 추리소설로서의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는 길이이기 때문입니다. 너무 짧으면 교육적 내용이 부족하고, 너무 길면 독자가 지칠 수 있어요.
이렇게 AI 소설쓰기를 할 때 단편 등으로 분량을 한정하지 말고 열린 질문을 하면, 자신의 집필 의도를 반영한 소설 형태를 잡을 수 있다.
AI가 제안해 준 집필 가이드 중 "소설로 배우는 부동산 경매 입문서"라는 콘셉트가 마음에 들어 이것을 마케팅 포인트로 넣은 중편소설용 프롬프트를 준비해 달라고 했다. 그리고 바로 소설쓰기 시작!
첫 술에 배부를 리 없다는 말이 이런 것일까. 기대와는 달리 처음 뽑아낸 소설은 뭔가 너무 밋밋하고 긴장감이 떨어졌다. 아마 교육적 내용이 중점이 되다 보니 그랬던 것 같다. AI가 제시해 준 내용 비율 "추리 진전 30% + 경매 지식 40% + 인물 발전 30%"을 바꿔볼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원래 목적을 생각해,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추리소설 작가를 끌어오는 데 만족하기로 했다. "소설 전개가 너무 단조롭지 않도록 마치 세계적 추리소설 작가 코난 도일이 이 작품을 쓰고 있는 것 같은 분위기가 나게끔 개선해줘." 주인공 설정도 현실에 맞게 조금 바꿨다.
이렇게 만들어진 소설 중 2회차(총15화) 내용을 아래 첨부한다. 여기서는 입찰 전에 입찰서를 냈다든지 등 현실 경매 절차와 맞지 않는 장면과 중간중간 다른 악역의 이름 정도를 수정했다. 교육용 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소설 내용을 감수 볼만한 약간의 전문성은 필요할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잘못된 정보로 독자가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니면 "이 소설 내용 중에서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은?" 등의 질문을 독자들에게 던져서 직접 오류를 찾거나 그룹 토의 같은 걸 진행해 교육적 효과를 더할 수도 있을 것이다. 교육용 AI 소설을 쓸 때 이런 주의점은 있겠지만, 학습자에게 동기를 부여하거나 교육내용에 대한 친근함과 대략적인 이미지만 심어줄 수 있어도 충분히 그 효과는 있지 않을까.
AI에게 소설 내용별 적합한 장르, 분량 등도 추천받았으니 참고해 보자.
<보충 설명>
현대 리얼리즘: 교실, 가정, 지역사회 배경에서 학생들의 현실 고민을 반영하기 좋아요.
로맨스/코미디: 무겁지 않은 상황에서 감정 이입을 유도해 학습 몰입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미스터리/추리극: 독해력 + 논리력을 동시에 키우며, 독서 토론 수업과 찰떡궁합입니다.
타임슬립 역사극: 과거와 현재를 연결해 역사적 맥락을 쉽게 체감하게 해줍니다.
어느 경매업자의 죽음
2회차: 종이 위의 진실 (Truth on Paper)
1. 등기부등본 속의 암호
토요일 오전 9시, 서초구법원으로 향하기 전 이준호는 김부동과 함께 자신의 사무실에서 박경매가 남긴 서류들을 다시 한번 검토하고 있었다.
"준호야, 솔직히 말해서 이 등기부등본 어디가 이상한지 모르겠어." 김부동이 안경을 벗어내며 한숨을 쉬었다. "권리관계는 복잡하지만 경매 물건치고는 평범한 편 아니야?"
이준호는 돋보기를 든 채 등기부등본을 다시 들여다보았다. 홈즈라면 이런 순간에 무엇을 보았을까?
"부동아, 등기부등본을 읽는 건 단순히 글자를 읽는 게 아니야. 이건 부동산의 이력서이자 때로는 범죄의 증거가 되기도 해."
"무슨 소리야?"
"일단 이 아파트의 등기부등본부터 차근차근 분석해보자. 등기부등본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 이준호가 서류를 펼쳐놓으며 설명을 시작했다.
"첫째, 표제부 - 부동산의 기본 정보가 나와 있어. 소재지, 지번, 구조, 면적 등이지. 둘째, 갑구 - 소유권에 관한 사항들이 기록돼. 누가 언제 어떻게 소유권을 취득했는지 알 수 있어. 셋째, 을구 - 소유권 이외의 권리, 즉 근저당권, 전세권, 임차권 등이 기록되는 곳이야."
김부동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 정도는 나도 알고 있어. 그런데 뭐가 이상하다는 거야?"
이준호의 눈이 번뜩였다. "바로 여기야." 그가 을구 부분을 가리켰다. "이 아파트에는 현재 총 5건의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어. 그런데 설정 순서와 금액을 보면..."
2. 숨겨진 패턴의 발견
"첫 번째 근저당권, 2019년 3월, ○○은행, 3억원. 두 번째, 2019년 8월, △△저축은행, 5천만원. 세 번째, 2020년 1월, 개인 김아무개, 2억원. 네 번째, 2020년 6월, 개인 이아무개, 1억 5천만원. 다섯 번째, 2021년 3월, 개인 박아무개, 1억원."
김부동이 계산기를 두드렸다. "총 7억 5천만원이네. 아파트 시세가 12억 정도니까 선순위 채권을 다 갚고도 4억 5천만원 정도는 남겠군."
"그래, 언뜻 보기에는 그래.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이준호가 돋보기로 날짜들을 다시 확인했다. "이 개인 근저당권자들의 설정 날짜야."
"날짜가 뭐 어때서?"
"2020년 1월, 2020년 6월, 2021년 3월... 모두 6개월 간격이야. 그리고 금액도 2억, 1억 5천만원, 1억원으로 점점 줄어들고 있어."
김부동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우연의 일치치고는 너무 규칙적이긴 하네."
"더 이상한 건 이거야." 이준호가 또 다른 서류를 꺼냈다. "박경매가 최근 6개월간 처리한 다른 경매 사건들의 등기부등본이야. 모두 12건인데..."
김부동이 서류들을 넘겨보더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거... 전부 비슷한 패턴이잖아?"
"맞아. 모든 물건에서 동일한 패턴이 발견돼. 은행 근저당권 다음에 개인 근저당권이 6개월 간격으로 설정되고, 금액은 점점 줄어들고 있어. 그리고..."
이준호가 잠시 말을 멈추고 메모를 확인했다.
"근저당권자 이름들을 보면, 김○○, 이○○, 박○○... 모두 가장 흔한 성씨들이야. 그리고 주소는 전부 다른 지역이지만, 우편번호의 마지막 두 자리가 모두 짝수야."
3. 홈즈의 추론법
김부동이 머리를 감쌌다. "이건 우연이 아니야. 분명히 어떤 조작이 있었어."
"그래, 이제 추론해보자." 이준호가 의자에 몸을 기댔다. "홈즈는 말했어. '불가능한 것을 제거하고 남은 것이 아무리 말이 안 되어도 그것이 진실이다'라고."
"그럼 이 패턴이 뭘 의미한다고 생각해?"
"두 가지 가능성이 있어. 첫째, 누군가가 경매를 조작하기 위해 가짜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둘째, 진짜 채권이지만 특정한 목적을 위해 계획적으로 설정했다."
"조작이라면 목적이 뭘까?"
이준호가 일어나서 화이트보드 앞으로 갔다. "경매에서 가장 중요한 건 뭐야?"
"최저가격?"
"맞아. 최저가격은 채권액과 감정가를 기준으로 정해져. 만약 가짜 근저당권으로 채권액을 부풀리면..."
"최저가격이 올라가서 일반인들이 입찰하기 어려워지겠군!"
"정확해. 그러면 누군가 미리 짜고 낮은 가격에 낙찰받을 수 있어. 특히 이런 복잡한 권리관계를 보면 일반인들은 겁을 먹고 포기하게 돼."
4. 권리관계의 복잡성
"부동아, 경매에서 가장 위험한 게 뭔지 알아?"
"글쎄... 생각보다 비싸게 낙찰받는 것?"
"그것도 있지만, 더 위험한 건 임차인 문제야. 특히 소액보증금 우선변제권을 가진 임차인들 말이야."
이준호가 화이트보드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현행법상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의하면, 보증금이 일정 금액 이하인 임차인은 우선변제권을 가져. 서울의 경우 1억 4천만원 이하면 소액보증금에 해당하고, 이들은 경매에서 배당받을 때 일반 채권자보다 우선해."
"그럼 낙찰받은 사람이 그 보증금을 돌려줘야 한다는 거야?"
"맞아. 그런데 여기서 함정이 있어. 임차인이 실제로 거주하고 있는지, 보증금이 진짜인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거지."
김부동의 얼굴이 굳었다. "설마... 가짜 임차인도 있다는 거야?"
"불행히도 그런 경우가 종종 있어. 경매 직전에 갑자기 나타나는 임차인들, 보증금 영수증은 있지만 실제로는 거주하지 않는 사람들... 이런 식으로 낙찰자를 곤란하게 만드는 수법이 있어."
5. 박경매의 마지막 메시지
이준호가 박경매의 메모를 다시 펼쳤다. "그런데 박경매가 남긴 메모를 보면, '임차인 재조사 필요'라고 적혀 있어. 분명히 뭔가 의심스러운 부분을 발견한 거야."
"그럼 이 아파트에도 문제가 있다는 거네?"
"아마도. 그리고 여기 또 다른 메모가 있어." 이준호가 구겨진 종이를 펼쳤다. "'현장답변서 위조 의심' - 이건 무슨 뜻일까?"
김부동이 고개를 갸웃했다. "현장답변서가 뭐야?"
"경매 신청할 때 법원에 제출하는 서류 중 하나야. 부동산의 현재 상태, 점유자 현황, 임차인 정보 등을 기록하는 거지. 만약 이게 위조됐다면..."
"임차인 상황이 실제와 다를 수 있겠네."
"정확해. 그리고 여기 더 중요한 메모가 있어." 이준호가 작은 글씨로 적힌 부분을 가리켰다. "'동일 수법 12건 - 한탐욕 연관성 확실' 박경매는 이미 패턴을 파악하고 있었어."
6. 법원 경매의 실체
시계를 보니 9시 40분이었다.
"이제 출발해야겠어. 법원에서 직접 확인해보자."
서초구법원으로 가는 차 안에서 김부동이 물었다. "그런데 준호야, 경매가 정확히 어떻게 진행되는 거야? 나도 공인중개사지만 경매는 직접 본 적이 없어서."
"경매는 크게 세 단계로 나뉘어. 첫째, 경매 개시 결정과 공고. 둘째, 입찰과 개찰. 셋째, 낙찰과 대금 납부야."
이준호가 운전하면서 설명을 이어갔다.
"오늘 우리가 볼 건 1차 경매야. 만약 유찰되면 2차, 3차까지 진행돼. 2차는 최저가의 80%, 3차는 64%로 최저가격이 줄어들어."
"그럼 3차까지 가면 정말 저렴하게 살 수 있겠네?"
"이론적으로는 그래. 하지만 현실은 달라. 좋은 물건일수록 1차에서 낙찰되고, 3차까지 가는 물건은 대부분 문제가 있어."
7. 법원에서의 관찰
서초구법원 경매과에 도착하자,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입찰표를 작성하는 사람들, 휴대폰으로 통화하는 사람들, 긴장한 표정으로 서류를 확인하는 사람들...
"생각보다 사람이 많네." 김부동이 중얼거렸다.
"반포동 아파트니까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어. 그런데..." 이준호가 주변을 둘러보다가 한 남자를 발견했다. "저기 봐."
50대 정도로 보이는 남자가 여러 명의 사람들과 조용히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의 주변에는 입찰표를 든 사람들이 서 있었다.
"저 사람이 한탐욕일까?" 김부동이 속삭였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뭔가 의심스러워. 저렇게 여러 명을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건 일반적이지 않아."
이준호가 경매 진행 상황을 확인하러 창구에 갔다. 돌아와서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이상해. 이 아파트에 총 15명이 입찰했는데, 그 중 10명이 모두 같은 법무사 사무실을 통해 입찰서를 제출했어."
"그게 왜 이상해?"
"보통 경매 입찰은 개인이 직접 하거나 각자 다른 대리인을 통해 해. 근데 이렇게 많은 사람이 같은 법무사를 쓴다는 건..."
"조직적으로 움직인다는 뜻이겠네."
8. 개찰의 순간
오전 10시 정각, 경매가 시작됐다.
"사건번호 2024타경12345, 서초구 반포동 ○○아파트 ○동 ○호 경매 개찰을 시작하겠습니다."
법원 직원이 입찰서들을 하나씩 열어보기 시작했다.
"1번, 11억원." "2번, 11억 5천만원." "3번, 12억원." ... "13번, 15억원." "14번, 15억 2천만원." "15번, 20억원!"
마지막 입찰가에 웅성거림이 일었다. 시세보다 훨씬 높은 가격이었다.
"낙찰자는 15번 입찰자입니다. 입찰자 성명은..."
이준호와 김부동이 긴장한 채 기다렸다.
"박경매."
9. 충격적인 진실
"뭐라고?" 김부동이 놀라서 소리쳤다.
이준호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실종된 박경매가 어떻게 경매에 입찰할 수 있었을까?
법원 직원이 서류를 확인하더니 고개를 갸웃했다. "입찰자가 경매 개시일에 법정에 직접 출석하지 않았습니다. 대리인도 없고요."
이준호가 재빨리 다가갔다. "죄송합니다. 박경매 씨와 관련해서 확인할 일이 있는데요."
"개인정보라서 자세한 내용은 말씀드릴 수 없지만, 본인이나 법정대리인이 출석하지 않아 입찰이 무효 처리됩니다. 입찰서만 제출하고 당일 법정에 나타나지 않으면 입찰 자격이 없거든요."
"그럼 차순위 입찰자가 낙찰받는 건가요?"
"네, 14번 입찰자가 낙찰됩니다."
이준호가 14번 입찰자 명단을 확인하려 했지만, 법원 직원은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거절했다.
10. 새로운 단서
법원을 나서는 길에 이준호의 휴대폰이 울렸다. 모르는 번호였다.
"여보세요?"
"이준호 변호사님이신가요? 저는 박경매의 조카 박희망이라고 합니다."
"아, 안녕하세요. 박경매 씨 소식은..."
"그것 때문에 연락드렸어요. 삼촌이 사라지기 전날 밤, 저에게 이상한 부탁을 했거든요."
이준호가 김부동을 바라봤다. "어떤 부탁이었나요?"
"만약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반포동 아파트 경매를 절대 막아달라고 했어요. 그리고 이걸 변호사님께 전해달라고 하셨어요."
"뭘 전해달라고 하셨나요?"
"USB 하나요. 삼촌이 '이 안에 모든 진실이 들어있다'고 하셨어요."
11. USB 속의 비밀
한 시간 후, 이준호의 사무실에서 박희망을 만났다. 20대 후반의 깔끔한 인상을 가진 여성이었다.
"삼촌은 평소에도 조심스러운 분이셨지만, 최근 몇 달간은 특히 예민하셨어요. 누군가에게 감시받고 있다고 하시면서..."
박희망이 USB를 건네며 말했다.
"이걸 열어보니 정말 충격적인 내용들이었어요."
이준호가 USB를 컴퓨터에 연결했다. 파일들이 화면에 나타났다.
"경매조작_증거.xlsx" "가짜임차인_명단.docx"
"한탐욕_통화녹음.mp3" "은행대출_조작_증거.pdf"
첫 번째 파일을 열어보니, 지난 2년간 서울 전역에서 벌어진 수상한 경매들의 리스트가 나타났다. 총 47건, 모두 동일한 패턴을 보이고 있었다.
"이건... 단순한 경매 조작이 아니야." 이준호가 중얼거렸다. "이건 시스템적인 부동산 사기야."
김부동이 스크롤을 내리며 놀랐다. "여기 피해 추정액이... 350억원이라고 되어 있어!"
12. 통화 녹음의 진실
"한탐욕_통화녹음.mp3" 파일을 재생했다. 박경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 사장님, 이렇게 계속하면 언젠가는 들통날 텐데요."
"걱정 마, 박실장. 우리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움직이고 있어. 근저당권 설정도 합법이고, 임차인도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들이야."
"하지만 그들이 실제로 거주하지 않잖아요. 그리고 보증금도..."
"그건 증명하기 어려워. 계약서도 있고, 임대차신고도 되어 있어. 법원에서는 서류상으로만 판단하거든."
"만약 이 일이 발각되면 저도 공범이 되는 거죠?"
"그러니까 계속 조용히 협력하라는 거야. 네가 지금까지 받은 수수료만 해도 얼마인데?"
녹음이 끝나자 사무실에 침묵이 흘 렀다.
"삼촌이 협박을 받고 있었구나." 박희망이 울먹였다.
"하지만 증거를 수집하고 있었어." 이준호가 다른 파일들을 열어보며 말했다. "정말 대단한 분이셨어요. 이 정도 증거면 충분히 수사기관에서 수사를 시작할 수 있어."
13. 진짜 배후의 실체
"가짜임차인_명단.docx" 파일을 열어보니 더욱 충격적인 내용이 나타났다.
총 127명의 가짜 임차인 명단과 그들의 역할, 받은 대가까지 상세히 기록되어 있었다. 대부분 일용직 노동자나 무직자들이었고, 한 건당 50만원에서 200만원의 대가를 받고 임차인 역할을 했다고 되어 있었다.
"이들은 실제로 그 아파트에 거주한 적이 없어. 단지 임대차계약서에 사인하고, 주민등록 이전만 해놓은 거야." 이준호가 설명했다.
"그럼 경매 낙찰자들은 엄청난 피해를 본 거네요." 김부동이 한숨을 쉬었다.
"맞아. 낙찰받고 나서야 가짜 임차인들의 존재를 알게 되고, 보증금을 돌려줘야 한다는 걸 알게 된 거지. 거절하면 소송이 이어지고..."
박희망이 또 다른 파일을 가리켰다. "그런데 여기 '진짜 배후'라는 파일이 따로 있어요."
이준호가 파일을 열어보니, 놀라운 내용이 나타났다.
"한탐욕은 그냥 실무진이었어. 진짜 배후는..." 이준호의 얼굴이 굳었다.
화면에는 한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의 로고와 함께 내부 문서들이 나타났다.
"○○건설? 이건 상장회사잖아?" 김부동이 놀랐다.
"그래, 그리고 여기 보면... 이들의 목적은 단순한 돈벌이가 아니었어."
14. 거대한 음모
문서를 자세히 읽어보니, ○○건설의 진짜 목적이 드러났다.
"이들은 특정 지역의 부동산을 저가에 매집하려고 했어. 경매 조작을 통해 일반인들의 참여를 막고, 자신들이 원하는 가격에 낙찰받은 다음, 나중에 재개발이나 리모델링을 통해 엄청난 수익을 올리려는 계획이었어."
"그럼 박경매 씨는 이 사실을 알고 증거를 수집하다가 위험에 처한 거군요." 박희망이 말했다.
"맞아. 그리고 반포동 아파트도 그들의 타겟 중 하나였어. 여기 보면..." 이준호가 지도 파일을 열었다. "이 아파트 주변으로 총 15개 동이 재개발 예정 구역에 포함되어 있어."
김부동이 계산기를 두드렸다. "15개 동을 모두 저가에 매집하고 재개발하면... 수천억 원의 이익이 가능하겠네."
"그래서 박경매가 경매를 막으려고 했던 거야. 자신이 높은 가격으로 입찰해서 그들의 계획을 방해하려고 했던 거지."
15. 새로운 위험
이때 이준호의 휴대폰이 울렸다. 또 모르는 번호였다.
"이준호 변호사죠? 한탐욕입니다."
이준호가 스피커폰으로 전환했다.
"무슨 일이신가요?"
"박경매가 뭘 남겼는지 궁금하군요. 혹시 우리에게 불리한 자료가 있다면... 조용히 처리하는 게 서로에게 좋을 텐데."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습니다."
"모르는 척하지 마세요. 지금 당신 사무실 앞에 검은 SUV가 서 있는 거 보이시죠?"
이준호가 창문으로 내려다보니 정말로 검은 SUV 한 대가 서 있었다.
"협박하시는 건가요?"
"협박이 아니라 제안이에요. 박경매가 남긴 자료를 넘겨주시면, 당신에게도 충분한 대가를 드리겠습니다. 1억 정도면 어떨까요?"
박희망이 무서워하며 이준호의 팔을 잡았다.
"거절하겠습니다." 이준호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럼 유감이군요. 박경매처럼 되고 싶지 않으시면... 다시 한번 생각해보세요."
통화가 끊어졌다.
16. 이준호의 추리 노트
"이제 상황이 정리됐어." 이준호가 화이트보드 앞에 서며 말했다.
"박경매는 우연히 경매 조작 사실을 알게 됐고, 증거를 수집하기 시작했어. 하지만 한탐욕과 ○○건설이 이를 눈치채고 협박을 시작했지. 박경매는 마지막 수단으로 반포동 아파트 경매에 직접 참여해서 그들의 계획을 막으려고 했던 거야."
김부동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입찰보증금이 납부되지 않았다는 건?"
"아마도 사라지기 전에 누군가를 시켜 입찰서를 준비시켜놓고, 당일 제출은 했지만 뭔가 의도치 않은 이유로 보증금과 대리인 위임장 등은 제출하지 못 했을 거야. 그래도 일단 경매 진행에 혼선은 줄 수 있으니까."
"그럼 박경매 씨는 지금 어디에?"
이준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건... 아직 모르겠어. 하지만 분명한 건, 우리가 진실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거야."
17. 다음 단계
"희망씨, 이 USB는 정말 중요한 증거예요. 일단 경찰에 신고하고, 수사기관에 제출해야 해요."
"그런데 안전할까요? 방금 전화로 협박을 받았잖아요."
이준호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일단 이 자료를 여러 곳에 복사해서 안전한 곳에 보관해야 해. 그리고..."
갑자기 사무실 밖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이준호가 문 쪽으로 다가갔다.
"누구세요?"
"택배입니다."
하지만 이준호는 택배를 주문한 적이 없었다. 그가 조심스럽게 문 밖을 확인했다.
복도는 조용했다. 대신 문 앞에 작은 봉투 하나가 놓여 있었다.
18. 마지막 경고
봉투 안에는 사진 한 장과 쪽지가 들어있었다. 사진은 박경매가 누군가와 만나는 모습이었고, 쪽지에는 간단한 메시지가 적혀있었다.
"24시간 안에 모든 자료를 반납하지 않으면, 박경매와 같은 운명을 맞게 될 것이다. 그리고 조카도 마찬가지다."
박희망이 사진을 보더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이 사진... 삼촌이 사라지기 전날 찍힌 것 같아요."
"어떻게 알 수 있어요?"
"삼촌이 입고 있는 옷이 그날 아침에 입고 나간 옷이에요. 그리고 저기 뒷배경이... 반포대교 근처 같은데요."
이준호가 돋보기로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박경매 씨 옆에 있는 남자... 얼굴이 잘 안 보이지만 체격이 꽤 커 보여."
"그리고 여기 봐요." 김부동이 사진의 한 모서리를 가리켰다. "자동차 번호판이 일부 보여요. 8742..."
"이것도 단서가 될 수 있어. 하지만 지금 당장은 안전이 우선이야."
19. 홈즈의 지혜
"부동아, 희망씨, 일단 이곳을 떠나는 게 좋겠어. 상대방이 우리 위치를 정확히 알고 있어."
"그럼 어디로 가죠?"
이준호가 잠시 생각했다. "홈즈라면 이런 상황에서 뭘 했을까? 그는 항상 말했어. '위험할 때는 가장 예상하지 못할 곳에 숨어라'고."
"구체적으로 어디요?"
"경찰서. 역설적이지만, 가장 안전한 곳이야. 그리고 동시에 이 사건을 정식으로 신고할 수 있어."
김부동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더 이상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20. 새로운 발견
경찰서로 가기 전, 이준호는 USB의 마지막 파일을 확인했다. '긴급_메모.txt'라는 파일이었다.
*"만약 내가 사라진다면, 이 사건의 핵심은 반포동이 아니다. 진짜 목표는 강남 전체의 재개발이다. ○○건설은 이미 15개 구역에서 같은 수법을 사용했고, 총 피해 규모는 5천억 원에 달한다.
한탐욕은 단순한 중간 관리자이고, 진짜 배후는 ○○건설의 전무이사 최악역이다. 그는 시청 고위 공무원들과도 연결되어 있다.
이준호 변호사, 당신만이 이 사건을 해결할 수 있다. 5년 전 우리가 법정에서 만났을 때, 당신의 정의감을 믿게 됐다. 부탁한다."*
박경매 -
이준호의 손이 떨렸다. 5년 전 사건이 무엇인지 갑자기 기억이 났다.
"부동아, 나 이제 기억났어. 박경매와 5년 전에 왜 만났는지."
"뭔데?"
"○○건설 관련 횡령사건이었어. 그때 박경매가 핵심 증인이었고, 내가 검사로서 수사를 담당했어. 하지만 갑자기 증거가 사라지고, 사건이 무혐의로 종결됐지."
김부동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그럼 이번 사건과 연관이 있다는 거야?"
"아마도. 5년 전에도 같은 수법을 썼을 가능성이 높아. 그리고 그때 내가 수사를 포기하지 않았다면..."
21. 마지막 퍼즐 조각
"희망씨, 삼촌이 최근에 누군가와 자주 통화하시는 거 보셨어요?"
"네, 요즘 들어 새벽에도 자주 전화를 받으셨어요. 그런데 목소리가 낮아서 내용은 들리지 않았어요."
"혹시 그 전화번호 기억나세요?"
"아니요, 하지만..." 박희망이 휴대폰을 꺼냈다. "삼촌 휴대폰이 아직 제 명의로 되어 있어서 통화내역을 확인할 수 있어요."
통화내역을 확인해보니, 최근 2주간 같은 번호로 총 23번의 통화가 있었다.
"이 번호로 전화해볼까요?" 김부동이 제안했다.
"아니야, 섣불리 연락하면 위험해. 일단 경찰서에 가서 정식으로 신고한 다음에 수사기관에서 확인해달라고 하자."
22. 경찰서에서
서초경찰서 수사과에서 이준호는 모든 자료를 제출했다. 담당 형사는 장형사라는 40대 남성이었다.
"변호사님, 이 사건 정말 심각하네요. 즉시 수사에 착수하겠습니다."
"박경매 씨의 안전이 가장 중요해요. 그리고 우리 안전도요."
"일단 보호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그런데 혹시 이 사건과 관련해서 더 알고 계신 분이 있나요?"
이준호가 잠시 망설였다. "5년 전 ○○건설 사건의 다른 관련자들이 있을 수 있어요. 당시 수사 기록을 확인해보시면..."
"알겠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방금 전에 흥미로운 제보가 들어왔어요."
"무슨 제보요?"
"한강에서 차량 한 대가 발견됐는데, 등록 명의가 박경매 씨로 되어 있더군요."
이준호와 김부동, 박희망의 얼굴이 동시에 굳었다.
23. 반전의 시작
"차량 상태는 어떤가요?" 이준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다행히 사람은 없었어요. 하지만 차 안에서 이상한 것들이 발견됐어요."
장형사가 증거품 가방을 꺼냈다.
"첫째, 박경매 씨의 휴대폰이 물에 젖은 채로 발견됐어요. 둘째, 조수석에 다른 사람의 지갑이 있었어요. 셋째, 트렁크에서 대량의 현금이 발견됐어요."
"얼마나 됐나요?"
"약 3억 원 정도. 그리고 여기서 가장 이상한 건..." 장형사가 잠시 말을 멈췄다. "현금과 함께 쪽지가 있었어요."
쪽지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이준호에게 - 게임은 이제 시작됐다. 박경매를 찾고 싶다면, 다음 단서를 찾아라. 서울대공원 호수 근처 벤치에서 기다리고 있겠다. 혼자 와라. - 진실을 아는 자"
24. 이준호의 추리 노트 - 2회차 정리
"지금까지의 단서를 정리해보자." 이준호가 화이트보드에 적기 시작했다.
확인된 사실들:
박경매는 대규모 경매 조작 사건을 발견하고 증거를 수집했다
한탐욕과 ○○건설이 배후에 있으며, 진짜 우두머리는 최악역이다
이들의 목표는 강남 전체 재개발을 통한 수천억 원 규모의 이익이다
박경매는 경매 조작을 막기 위해 직접 입찰에 참여하려 했다
현재 박경매는 실종 상태이며, 그의 차량이 한강에서 발견됐다
새로운 의문점들:
조수석에 있던 다른 사람의 지갑 주인은 누구인가?
3억 원의 현금은 어디서 나온 것인가?
"진실을 아는 자"는 누구이며, 왜 이준호를 부르는가?
5년 전 사건과 현재 사건의 정확한 연관성은?
다음 단계:
서울대공원에서의 만남 (위험하지만 박경매의 행방을 알 수 있는 유일한 단서)
○○건설과 최악역에 대한 추가 조사
5년 전 사건 기록 재검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