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수리_누수 해결& 보험 가입
누수 업체에 배관에서 물이 샌 사진이라든지 증거를 요청했더니 그것은 없다고 했다. 관련해 다음날 더 큰 의혹이 생겼다. 바로 화장실 양변기 물 새는 문제였는데, 호스나 부품만 교체하면 가볍게 수리 가능할 수 있다고 업체에서 말했던 게 도기 물통이 금 가서 완전히 교체해야 된다고 했다. 그것도 추가 수리비용이 30만원 정도 더 든다면서.
"그럼 핵심 원인은 이 양변기 도기가 깨져 거기서 흐른 물이 양변기 배관 호스나 깨어진 어떤 틈을 타고 다른 방으로 흘러간 건 아닐까?" "한 날 동시에 양변기 도기가 깨져 물이 새고, 또 다른 방바닥 배관이 터질 확률이 얼마나 될까?"
처음에 꼼꼼했던 업체 사장의 인상과 반비례해서 더 의아해졌다. 첫날 양변기 물 새는 사진부터 검침기 들고 돌아다니는 온갖 사진을 보냈으면서, 왜 정작 핵심 증거에 대한 사진이나 검침 자료는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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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묻다 보니 누수 업자의 본심을 대략 헤아릴 수 있었다. 처음에는 오랜 지역 업체로서의 신뢰를 들먹이다 오가는 말이 거칠어지자, 자기들은 장사라는 말부터, 인력 3명 데리고 이렇게 시간 들여 가면서 엘리베이터도 없는 아파트 오르락내리락하고 싶겠냐는 등등... 한마디로 고생했으니 그 대가를 받는 것이 정확한 수리보다 업체에게는 더 중요한 일이라는 말로 들렸다.
다시 누수 수리 시작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눈에 보이는 확실한 문제인 양변기 누수부터 잡고 싶었다. 양변기 도기가 깨졌다면 그것만 돈 주고 수리했어도 효과를 보지 않았을까. 잘 모르는 방바닥 파헤치는 것은 그 뒤에 해도 늦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았다.
첫 번째는 누수 업체의 종합 견적 180만원에서 자체 업체 섭외를 통한 부분 수리로 17만원에 직접 누수 문제를 잡고 만족했으나, 두 번째는 처음 150만원 견적에서 다른 업체 선정으로 수리비가 90여만원으로 줄긴 했지만 썩 만족스럽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누수 문제에 대처하는 임대인의 자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봤다.
누수 문제 대처법 3가지
1) 직접 확인이 기본: 특정 누수 업자 1명에게만 전적으로 맡기지 말고 본인이 손발품을 팔아 직접 현장 상황을 확인해 가며 대응하자.
2) 확실한 문제부터 해결: 누수 증상이 확실한 문제부터 하나씩, 가능하다면 각각 해당 전문 업자를 별도로 섭외해 해결방안을 모색하자.
3) 충분한 검토 후 승인: 누수 업자에게 미상의 누수 문제 처리를 일괄적으로 요청한 경우, 돈이 드는 큰 작업(방바닥을 파헤친다든지 등) 전에 최대한 관련 증거를 요청해 먼저 충분한 검토와 협의를 거친 후 의뢰인의 승인 하에 최종 작업을 결정하자.
처음 누수 대처는 잘 된 것 같은데 뒤의 누수 문제는 어째서 이렇게 됐을까. 뒤에 누수가 생긴 서산 임대 아파트는 부산에 있는 거주지 주변 빌라와는 달리 멀리 떨어져 본인이 직접 현장을 확인해 가며 대처하기 어려웠다.
서산 집의 경우 누수 아래층 집에서 물이 천장 위로 계속 떨어진다며 재촉해 업체 선정을 급하게 하는 바람에 조금 더 전문성 있는 업체를 고를 수 없었다. 그런데 나중에 안 건, 물 새는 원인을 결국 수리해도 방바닥을 뜯어 미장을 새로 하면 3-4일은 계속 물이 아래로 떨어지고, 심지어 다 마르고 다시 도배하기까지 2주도 더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어차피 아래층 도배까지 추후 새로 해줄 거라면 너무 서두를 건 없지 않았나 싶다. 또 누수 업자의 공포 마케팅에 결코 혹해서는 안 된다는 것. "이것도 의심되니 이참에 싹 다 새로 합시다" 식의 대처보다 정확한 원인 파악에 따른 수리와 재발 방지가 우선이다.
전문가 말이라고 무조건 다 따를 건 아니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적의 해결 방법을 찾고 임대 수익을 키워야 하는 임대인의 입장과 업체의 일처리 목표가 다를 수 있어서다. 다만, 전문가만이 할 수 있는 일은 분명히 있으므로 자신의 입장과 전문가적 해법 사이에서 균형점을 잘 찾아야할 것 같다.
한편, 이번 일을 계기로 누수 관련 전용 보험을 들면서 전문가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요즘 보통 보험은 온라인으로 직접 여러 보험을 비교해 보며 다이렉트로 드는 편이다. 그 방법이 기본적인 보험에 대한 이해와 약간의 검색 방법만 안다면, 괜한 보험설계사 수수료나 인건비 등을 뺄 수 있어 비용 절감에 유리해서다.
하지만 누수 관련 임대인 배상책임이나 급배수시설 누출손해 보험은 직접 관련상품을 찾기조차 어려웠고, 간혹 다이렉트 상품을 찾아도 그 가격이 생각보다 비쌌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대개 이런 보험상품은 전문 설계사 채널을 통해서 가입 가능했다. 그것도 2개의 누수 관련 핵심 보장과 화재보험까지 합쳐 단돈 월 1만원 정도밖에 안 했다.
생각보다 부담이 적었는데 이런 줄 알았다면 진작에 누수 보험에 가입했을 터였다. 누수 문제가 걱정되고 약간의 조짐이 있는 임대 주택이라면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안녕을 위해서라도 누수 보험 하나 들어두는 건 어떨까.
1. 임대인 배상책임보험
누수로 인한 아랫집 등 타인의 피해를 보상하는 보험이다. 보통 많이 가입하는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과 유사한데, 이 경우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이나 보험 가입 시 등록한 물건지 주소 대상 집만 가능해 임대 주택의 경우 임대인 대상 별도 보험 가입이 필요하다. 임대인 배상책임보험은 임대 주택에서 발생한 누수뿐만 아니라 우연한 사고로 타인의 신체 피해나 재물에 손해를 입힌 경우 1억원 등의 한도로 그 배상책임을 보장한다.
2. 급배수시설 누출손해보험
자기 집 누수 피해를 보상하는 보험이다. 이 보험은 임대 주택의 수조, 급배수시설 또는 수관이 우연한 사고로 누수 또는 방수됨에 따라 생긴 직접손해를 한도 내에서 보장한다. 다만 배관 자체의 수리비나 노후화된 배관 교체비용은 보장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으니 약관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보장 한도는 보통 500만원에서 1000만원까지 설정 가능하다.
보험 가입 시 주의사항
30년 이하 주택이라면 아파트든 빌라든 가입 가능하니 혹시 보험 가입이 필요한 임대 주택이 있다면 연한이 넘어가기 전에 가입을 서두르자. 30년 초과 주택이라도 급배수 누출손해, 임대인 배상책임을 각각 다른 보험사에 들 경우 가입 가능한 곳도 있으나 이 경우 보험료가 2배 넘게 오르게 된다.
보험 가입 시에는 90일 면책기간이나 자기부담금 여부, 갱신형 기간 등도 보험사마다 다를 수 있으니 확인해야 한다.
5년여의 임대 경험을 통해 깨달은 것은 누수 문제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고, 한 번 터지면 상당한 비용과 스트레스를 동반한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전 예방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비해 적절한 대처법과 보험을 준비해두는 것이 현명하다.
임대인으로서 누수 문제에 대처할 때는 첫째, 당황하지 말고 냉정하게 상황을 파악하자. 둘째, 여러 업체의 견적을 받아보고 가장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자. 셋째, 확실한 문제부터 단계적으로 해결해 나가자.
그리고 무엇보다 누수 관련 보험에 가입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것을 잊지 말자. 월 1만원 남짓한 보험료로 수백만원의 손해를 대비할 수 있다면 충분히 가치 있는 투자라고 생각한다. 임대업은 결국 리스크 관리가 핵심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