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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랑 Nov 18. 2021

삼십 대 중반에 찾은 꿈

인공지능이 되고 싶은 인간, 인간이 되고 싶은 컴퓨터

어렸을 때 막연히 평생 배우고 공부하는 삶을 살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경제적, 생존을 위한 일이 아닌 하고 싶은 공부, 앎의 즐거움을 위해 읽고 쓰고 공부하는 삶. 여유로움. 한량. 얼마나 아름다운가!


바쁜 일상 속에서 틈을 만들어 읽고 공부하는 재미도 크지만, 때때로 끝없이 펼쳐진 지식의 바다 앞에서 시간의 유한함에 끌려다니는 인간으로서 서글퍼지는 순간 어릴 적 꿈이 더 간절하게 느껴진다. 


막연히 읽다 보니 기록하고 싶어 졌고, 기록하고 글을 쓰다 보니 이야기하고 싶고 낭독하고 싶어 져서 독서모임도 하게 되었다. 나이가 들고 업무적으로도 변화하게 되었다. 주체적으로 일 년간 프로젝트로 업무와 교육활동을 계획하고 추진하며 결과를 정리하는 보고서를 작성하다 보니 또다시 새로운 글쓰기 영역에 도전하는 기분이다. 


요즘에는 탈잉으로 스토리와 관련된 짤막한 강의를 듣는 중이다. 장항준 감독의 입담과 내공이 묻어나는 한 마디 한 마디가 참 새롭고 재밌다. 처음 듣는 분야의 강의가 아니라서 그런지 더 깊이 와닿는 부분도 있다. 


알고 있던 부분, 새롭게 알게 되는 부분이 확장되면서 앎의 기쁨을 느낄 때. 짜릿하다. 편협하게 나무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다 숲을 인식하고 주변을 훑어보고 하늘을 바라보고 산책로를 발견하는 기쁨이랄까. 구조적으로 인식하고 바라볼 수 있는 큰 시야를 갖게 되는 기분. 전문성이 쌓아간다는 기분이 이런 기분이겠지?


그런데 이상하다. 4차 산업혁명시대(이미 구시대적 단어가 되어버린 듯 하지만), 인공지능의 시대에는 낡은 지식보다는 평생 배움 학습 태도라고 하는데.. 자꾸만 더 알고 싶어 진다. 이미 AI가 다 알고 있는 것들인데. 왜 계속 외우고 싶고 더 잘 알고 싶고 한 번 보면 척하고 다 아는 척하고 싶을까. 


문득 생각나는 영화가 있다. 스칼렛 요한슨 주연의 '루시'. 뇌 활용도가 10%, 30%, 90%, 100% 확장되면서 주인공 루시의 능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렇게 인류 모든 지식을 알게 된 루시는 결국 무엇을 남길까. 




영화 '루시'의 스틸컷. 뇌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일반인에게 보이지 않는 세상의 로직이 보이고, 조종할 수 있게 된다. 





당시 충격적인 결말(허무하고 어이없다는 반응이 컸다.)로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던 영화였는데. 문득 요즘은 루시가 이해가 된다. 어쩌면 나의 꿈은.. 영화 속 루시처럼 그렇게 되는 거 아냐?


반대로 생각해보면, 많은 SF에서 다루는 인간 지향적인 로봇도 충분히 나올 것 같다. AI입장에서는 아무리 많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통계로도 분석할 수 없는 인간이 얼마나 호기심에 쌓인 미지의 영역일까. 자고로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했다. 아마 AI는 인간을, 인간은 AI를 향한 열망으로 미래 사회는 복잡 대단 대혼란 파티일 수도. 



죽기 전까지 내가 뇌를 얼마나 활용할지는 모르겠지만, 기똥차게 멋진 글 한 편은 써보고 싶긴하다. 

내 맘에 드는 멋진 글. 기왕이면 많은 사람들도 좋아하는 그런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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