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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까 Jul 12. 2022

여행을 취소하지 않아줘서 고마워요

난 라트비아 리가에서 저녁 비행기를 새벽 3시50분 텔아비브 공항에 내려서는 엄청나게 신속한 입국심사를 마치고 세류트라고 불리는 합승택시로 바로 예루살렘에 도착했다.


이스라엘로 출국 시 공항에서 보안검색이 유독 까다롭다곤 들었으나 그닥 특별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의아해 하면서 텔아비브로 가는 비행기가 서있는 게이트로 이동을 하는데 그곳에 이스라엘로 가는 사람들을 위한 별도로 보안검색대가 있었다. 과연 말로만 듣던 까다로운 보안검색이 시작되겠군 하며 마음을 정리하며 가고 있는데 검색대 직원은 나를 그냥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아무런 말도 없이 게이트 안으로 들여 보내주었댜. 내 뒤에 따라오면 중국인들은 보안검색을 꽤 까다롭게 하는 걸로 보아 내 인상이 이스라엘 여행에 꽤 적합했는가 보다. 할렐루야 


텔아비브 공항 앞에 줄지어 있는  합승택시 세류트는 사람들이 다 타야 출발한다는 단점이 있었으나 가고자 하는 목적지 앞까지 바로 데려다준다고 해서 내가 묵고 있는 에어비엔비 숙소 주소를 주었다. 역시나 바로 집앞에서 내려주었다. 참 편하고 좋았으나 문제는 도착시간이 새벽 6시라는 점. 


정상적인 경우라면 체크인이 불가능한 시간이다. 다리도 아픈데 무거운 짐을 끌고 어두운 길을 돌아다닐 수도 없고. 이스라엘에 들어오기 전 집주인에게 내가 이른 새벽에 도착하니 체크인은 안되더라도 짐을 좀 보관할 수 있겠느냐고 물어보았더랬다. 처음엔 좀 어렵겠다고 하더니만 도착일 전날에는 아무 문제 없으니 새벽에 와서 방을 써도 된단다. 그래서 체크인도 아무런 문제 없이 할 수 있었다. 


안식일이었던 그날 저녁 나를 위해서 히브리식 호박죽을 끓여준 집주인과 이야기를 해보니 사실 요즘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때문에 손님이 계속 예약 취소를 했단다. 그래서 22일 아침까지 예약손님이 있었으나 갑자기 취소를 한 덕에 내가 새벽에 집에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이다. 나는 취소를 하지 않아서 참 다행이란다. 누구에겐 참 다행이지만 집주인에겐 사람들이 거짓말만 해대는 언론 때문에 손님이 줄어서 싫단다. 




고작 이틀째이긴 하지만 예루살렘은 유럽의 여느 유명도시와 별반 다르지 않다. 심지어 오늘 찾아간 팔레스타인의 베들레헴과 여리고도 불안함이나 긴장감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위험의 가능성은 언제나 잔존하고 있지만 사람들은 아랑곳 없이 관광객들을 맞고 흥정하고 음식을 만들고 사람들을 안내했다. 


베들레헴이 위험하기도 하지만 팔레스타인 국경을 넘을 때 좀 힘이 들 거라는 말을 들었던 터라 오늘은 시내 여행사에서 운영하는 단체관광에 합류를 했지만, 심지어 국경에서 여권 검사조차 하지 않았다. 심히 좁은데 사람마저 장사진을 이뤄 자칫하면 무고한 생명들이 압사할 것 같아 보이는, 그래서 트럼프의 망언이나 테러'만큼' 위험해 보이는 예수탄생성당에서의 고행을 마치고 찾아간 팔레스타인의 다른 도시 여리고(예리코)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여리고에 진입하자 도로 여기저기 검게 탄 흔적과 잔해들이 보이는데 트럼프 반대시위를 하는 팔레스타인들이 길거리에 타이어를 태우고 시위를 했기 때문이란다. 그 여파로 여리고는 며칠 동안 계속 폐쇄되었다가 너무 다행스럽게도 며칠 만에 처음으로 오늘 외부손님들을 맞는다고 했다. 여리고로 오는내내 보이는 육중한 분리장벽들 때문에 마음이 좀 싸했는데, 막상 팔레스타인에 오니 너무 활기차게 관광객들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장사치들 때문에 골치가 싸해진다 ㅡ..ㅡ 오늘도 암말 없이 잘 견뎌준 내 소듕한 발목아. 잘 걸어줘서 고마워!


처음엔 JLM이 무엇이지 몰라서 좀 헷갈렸더랬다. 

미로 같은 예루살렘 구시가지에서 '십자가의 길'을 찾아다니다가 아픈 다리를 쉬어갔던 담벼락 커피숍. 향기가 독특한 터키식 커피를 5셰켈 주고 사먹었는데 작고 아담하지만 일반 커피숍에 비교해서 없는 게 없다. 내 주머니에 현금이 딱 5셰켈만 있는 걸 어떻게 알고......

화려한 색감은 입는 것보다 먹는 것들이 더 예쁘다. 불행하게도 난 단것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진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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