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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asygoing Nov 20. 2023

신나게 술 먹고 공황발작

발작으로 마무리된 인생 터닝포인트

어제... 아니다, 그제 술을 마셨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할 수 없었지만 누군가에게 꼭 하고 싶었던 어떤 말들을 장장 7시간에 걸쳐 떠들었다.

맥주를 500cc씩 10잔 이상 마셨고 가게문을 나서면서부터 집에 돌아올 때까지가 기억나지 않는다.

밤 새 구토를 계속했다. 속에서 무엇인가가 쏟아져나가는 느낌이 좋아서 물을 조금씩 보충해 가며 일부러 계속 구토를 했다.  


소설 속 한 장면 같았다. 
오롯한 내 인생을 술상 위에 던져놓고 함께 꼼꼼히 들여다봤다. 
속이 너무너무 후련해서 다시 태어난 것처럼 눈앞이 선명해졌다. 
역시 한 발만 물러서면 다 보이는구나 깨닫고 무척 기뻤다.

니 글은 비참하고 무거워서 읽기 싫어. 친구가 말했다.
야, 지금 생각해 보니 이게 다 이원수 아동문학전집이랑 ABE 전집 때문이야! 
맞네! 그러네!
인생도 다크한데 책장이 2차 대전 피칠갑이었어! 에잇! 썅!
에잇! 퉤퉤!

나는 정말 친구복이 월드클래스급이다. 


구토 앞 뒤로 발작적인 과호흡과 몸 떨림이 있었다. 장사 하루이틀 하는 것도 아니고(???) 탈수, 과호흡, 저혈당을 체크하면서 밤을 지새웠다. 



현관문 여실 수 있겠어요?

아 지금 일어서 볼게요 현관까지 갈 수 있어요 현관문 열어놓을게요

10분 후 도착합니다. 호흡 천천히 하고 계세요


저 다 정상인가요? 산소포화도도, 혈압도, 당도? 네

그럼 지금 이거 공황발작인가요?

그럴 가능성이 커요. 일단 마비 증상은 확실히 과호흡 때문이에요.

병원에 모셔다 드릴까요?

아뇨. 필요시 약 있어요 그거 먹을게요

좀 일으켜 들일게요. 지금 기분 괜찮으세요? 우울감 심하세요? 많이 힘드신가요?

아니요. 기분 편안해요. 왼쪽 손발은 펴지고 있네요. 죄송해요

아니에요, 죄송은 무슨. 불안하거나 병원에 가고 싶으시면 다시 전화 주세요 바로 올게요. 

감사합니다. 


이런 친절은 처음이었다!!!


일반적으로 의료진들은 고함을 쳤다. 이름이 뭐예요! 생년월일이 어떻게 돼요! 주소 말해봐요! 숨을 그렇게 쉬면 어떻게 해요! 힘들다고 숨을 안 쉬면 어떻게 해요! 등등


지금까지 공황으로 죽은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쏘아붙임 당한 응급실 트라우마도 사라졌다. 



내 옆에는 친구들도 있고 119도 있다. 



예전 공황(?!)은 이건 심장마비야! 상황이었는데

이번 공황은 온몸에 마비가 오면서 근육이 뒤틀리고 머리와 가슴에 뼈가 부러질 것 같은 압박감이 있었다. 


아니, 호흡 조절을 응? 내가 응? 얼마나 야무지게 했는데 과호흡이야.  


솔직히 새벽 6시쯤 잘못하면 공황 오겠는데 싶은 기분이 들었다. 필요시 약을 먹자니 혹시 저거 먹고 퍼졌다가 누운 채로 토하면 치우기 힘든데. 싶어서. 정말 청소가 귀찮아서 안 먹었다. 하지만 10시 좀 넘어서는 한 2번만 더 토하고 생강차 한 잔 마시고 변기 청소 해야겠다~ 생각할 정도로 컨디션이 편안했다. 진짜로. 에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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