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력 감퇴로 꿀잠 잔 사연
어느 날부터 자꾸 저녁약이 모자랐다.
아침약에 비해 거의 4일~5일 치가 부족했다.
10년째 같은 약국에서 같은 약사 선생님께 전달받고 있는데
갑자기 약 개수가 안 맞는다니.
처음에는 중간에 저녁약을 조절하면서 개수가 안 맞았나 보다. 생각했다.
그런데 다음 달에 숫자 차이가 더 커지는 거다.
늦잠을 자서 아침약을 몇 번 안 먹었나 보다. 생각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나는 약을 봉지로 안 받는다. 아침에는 눈이 잘 안 보이고 손가락 관절도 말을 안 듣는 때가 많아, 약봉지 뜯다가 다 떨어뜨리고. 옆칸까지 찢겨서 약이 빠지고.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플라스틱 통으로 받아온다.
그래서 바쁜 약사님이 헷갈리셨나 보다. 생각했다
그다음 달에는 받아오자마자 개수를 샜다. 28일 치. 정확했다.
그런데 월 말이 되자 또 저녁약이 부족했다. 혼란스러웠다.
갑자기, 아빠가 옛날에 했던 말이 생각났다.
큰엄마 모시고 병원 다닐 때, 대학병원에서 약을 3개월치 씩 처방받아오잖아? 큰엄마가 꼭 다음 진료 1주일 전에 약이 떨어진다고, 노인네라고 우습게 보고 의사가 약을 빼돌린다고 계속 화를 내는 거야. 결국 내가 약 받으면 하루하루 날짜 다 써서 확인시켜 드렸어. 근데 나는 맨날 혈압약이 남거든. 의사들이 넉넉하게 처방해주나 보다 생각했었는데 생각해 보니 그것도 말이 안 되잖아? 알고 보니까, 약을 먹었나 안 먹었나 아리송할 때 나는 그냥 귀찮아서 안 먹고 넘기거든. 맨날 먹는 약 한 번 빼먹는다고 큰 일 나냐? 근데 노인네들은 안 먹으면 당장 죽을까 봐 무조건 먹는 거더라고. 젊은이랑 늙은이가 이렇게 다르다.
그렇다.
나는 저녁약을 안 먹으면 잠을 아예 못 잔다.
하룻밤을 못 자면 컨디션 회복하는데 3일 이상 걸린다.
뒤늦게 깨닫고 늦게 약을 먹으면 아침에 못 일어나서 애들이 지각/결석하게 된다.
자느라 담임 선생님 전화도 못 받아서 연락 달라는 문자가 쌓인다. 오후에 통화한 후 학부모 확인서, 결석계, 지각계에 주절주절 거짓말을 쓴다.(자느라 애들 못 깨웠다. 당당하게 쓰기에는 아직 배짱이 부족하다.)
약 먹은 기억이 없으면 무조건 먹는다.
그래서 부족했던 거다.
요즘 엄청 잘 잔다고, 상상도 못 했던 수준의 만족스러운 수면을 한다고
의사한테 자랑을 했었지
그냥 다음 달부터 증약을 할까?
몸무게냐 꿀잠이냐 당신의 선택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