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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엠찌 Feb 11. 2020

두 줄 핑크빛의 너를 처음 마주한 날

프롤로그

2014년 5월 말 결혼한 우리는, 한 3년쯤 신혼생활을 즐기다 아이가 생기면 좋겠다 정도의 가족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취업한 지 남편은 1년 6개월, 나는 1년 4개월 되었을 시점이라 결혼자금도 모아야 했고 진급 후에 육휴직을 하려는 나의 욕심도 있었다. 생각보다 시간은 빠르게 흘렀고 어느순간 둘보다 셋이 더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40대가 되기 전에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좋겠다는 막연한 기대(?)도 한 몫을 더했다.

가족계획을 1년 정도 앞당기기로 했다. 보건소에 가서 예비부부 건강검진도 하고 엽산도 챙겨 먹으며 아이를 맞이할 수 있는 몸상태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나는 input 대비 output이 바로 나오는 생산적인 것들을 좋아한다. 임신을 준비하며 힘들었던 점은 인생 처음으로 내가 노력하는 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않는 다는 것이었다. 몇 년 씩 노력하는 부부들도 있는데 고작 한 달 두 달 소식 없이 넘어갈때마다 조바심이 났다. 혹시 무슨 문제가 있는것은 아닐까 나의 모든 일상이 임신과 연관지어지고 불안함은 가중되었다.


3년 지나고 임신을 준비했었다가는
큰일 날 뻔 했구나



2016년 3월의 어느 날, 같이 근무하던 과장님 댁에 초대받는 꿈을 꿨다. 잠시 뒤 집에 돌아가려는데 과장님 아내분께서 버선발로 날 따라 뛰어오시더니 커다란 무화과를 하나 주셨다. 눈을 떠보니 꿈이었다. 태몽은 꾸고나면 딱 안다더니 정말 그런 기분이었다. 사실 임신을 준비중이었기 때문에 그 무렵 꾼 모든 꿈들이 다 태몽같았다. 태몽을 여러개 꾸는 사람도 있나 싶을 정도로 정말 많은 꿈을 꾸었다. 거대하고 아름다워 성스럽게 보이기까지 했던 바다거북이 내 품에 들어오는 꿈, 내 몸집보다 훨씬 큰 대형 사마귀가 내 배 위로 떨어지는 꿈 등. 지금 생각해도 이게 태몽이 아니면 무슨 꿈일까? 궁금하다.


무화과 꿈을 꾸고 약 한 달이 지난 4월 22일 오전, 임신을 계획하고 4개월 되는 날 핑크빛의 두 줄을 보았다. 나는 몹시 얼떨떨했고 남편은 눈물을 흘렸다. 그렇게 아이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되었다.



2016.4.22. 3w6d (D-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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