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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엠찌 Aug 03. 2022

명문대 진학을 갈구하는 당신에게(1)

'우물 안 개구리'를 아시나요? 

학창시절 줄곧 공부를 잘해온 나였다. 칭찬은 아이를 자만으로 이끈다고 생각하시는 부모님 밑에서 잘해도 잘한것인지 모르고 그저 내 할일만 묵묵히 해왔다. 학생으로서 내 할일은 공부였다. 그렇다고 쉬는시간에도 교과서를 들여다본다거나 제발 책좀 그만봐라! 소리 들을정도의 공부벌레는 아니었다. 나는 어쩌면 남들이 하는 '공부'는 하지 않았다. 그저 수업만 들었을뿐.


본격적으로 '학문'으로서의 공부를 하는게 아니라면 수업을 듣는 것 만으로도 높은 성적을 내기에 충분했다. 수업시간에 졸면 큰일난다고 생각했고 학원, 학교 땡땡이는 TV에서 불량청소년들을 묘사할때나 쓰는 '예시'인 줄 알았다. 중학교에 입학하고 첫 중간고사에서 1등을 했고, 그 뒤로도 내내 1등을 놓치지 않았다. 그러다 신촌에 있는 명문대에서 진행하는 과학영재에 뽑히게 되는 기회도 얻을 수 있었다.


딱히 사춘기랄것이 없이 지난 학창시절이었지만 중2병이라는 얘기가 괜히 만들어진 것은 아닌가보다. 중학교2학년이 되고 친구들과 노는 것이 좋았고, 처음으로 1등을 놓치게 되었다. 전교 500명이 조금 못되었었는데 늘 한자리수이던 전교석차가 37등까지 떨어졌다. 당시로서는 큰 충격이었다. 그래도 다행히 그 뒤로는 1등을 놓치는 일이 없이 중학교 3년을 무사히 마치고 졸업을 하게 되었다.



내가 다니던 중학교는 서울에서 그리 좋은 학군은 아니었다. 이미 고교평준화가 진행되어 과거의 명성만 있을뿐 공부잘하면 좋은 고등학교에 가는 시대는 아니었다. 특목고에 진학하지 않는 이상 집에서 가까운 고등학교에 이른바 '뺑뺑이'로 배정을 받게 되었다. 내가 가게 될 고등학교가 어디인지 모두들 알고 있었다. 당시 놀라운 일이 있었는데 우리 중학교를 졸업하고 옆 고등학교에 진학한 선배의 얘기이다. 선배의 담임선생님이 중학교로 항의전화를 걸어왔다고했다. 어떻게 구구단도 모르는 애를 졸업시키고 고등학교에 진학시킬수가 있냐고 .그 뒤로 그 고등학교는 구구단도 모르는 고딩들이 다니는 '똥통학교'로 불리게 되었다.


아무렴 어떠랴. 나만 잘 다니면 될 것을. 그런데 중학교3학년 때 잠깐 했던 과외에서 내가 바람이 들어버렸다. 8학군 출신의 대학생 과외선생님이었는데 이런 학군에서 고등학교가면 서울에 있는 대학교도 가기 어렵다며 부모님께 말해서 이사를 가라고 권유했다. 늘상 내 이름 석자에 '공부잘하는 애'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녔던 나에게 면학분위기가 좋지 않으면 아무리 그 고등학교에서 전교1등을 해도 인서울조차 힘들다는 얘기에 마음이 조급해졌다.


시기는 중학교3학년 2학기, 그때부터 부모님을 졸랐다. 철없던 나는 왜 이런 똥통학교가 있는 동네에 살아야 하냐고 부모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전교1등을 해도 인서울도 못한다는데 빨리 다른곳으로 이사를 가자고 부모님을 들들볶았고 중3 늦가을, 그나마 학구열이 높다는 신도시로 이사를 왔다.


그 때 알게 되었다. '우물안개구리'라는 속담을 온 몸으로 체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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