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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과 앤 Dec 05. 2024

우리 방학을 부탁해요

최소한 너희 방학을 지켜주는 어른이고 싶다(ft. 애국가 1절)


"엄마, 선생님께서 하마터면 우리 방학이 하루 줄어들 뻔했대. 그게 그 사람 때문인 거지?"


교과 수업시간 도덕선생님께서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해석해 주신 그날의 사태 보고를 듣고 있자니 웃음이 났다. 아이들에게 이보다 확실히 해로운 어른임이 실감되는 비유가 어디 있으랴. 근심으로 밤을 새웠을 한 선생님께서 그 와중에도 아이들의 동심을 지켜주고 싶어 떠올린 그 위트가 감사했다. 그래, 그렇네. 선생님 말씀이 딱 맞네. 그 양반 때문에 너희들 금쪽같은 방학 하루를 날려버릴 뻔했네. 다행이다, 그 방학 안 날아가서. 모두 다 어른들이 잘못해서 벌어진 일, 너희에게 까지 그 피해가 간다면 우리가 어떻게 얼굴을 들고 살 수 있겠니. 그러니 너희가 살 세상에 빚지지 않게 어른들이 정신 차리고 상황을 수습해야 함이 옳다. 그런데 미안하다. 아직 그 반 그 자리에 계시니 어쩌면 좋겠니. 며칠째  무얼 해도 마음이 답답하고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건지 우리의 집단지성이 이리도 우매할 수가 있나 통탄하게 된다.


  항상 아이에게 강조하며 말했다. 어른이라고 다 옳고 바른 결정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모든 인간은 실수를 하고 잘못을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 이후에 보여주는 태도라고.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잘못을 뉘우쳐 용서를 구하는 사람이 진짜 어른이고 멋진 사람이라고. 그러니 실수에는 관대하되 비겁함에는 단호해도 된다고.  이 말을 지금 이때에 꺼내게 되어 매우 유감이다. 더욱 유감인 것은 이 말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겠냐는 물음에 매우 절망적이라는 사실이다. 역사는 반복된다 했고 작금의 세상이 회귀하듯 퇴행하는 순서를 밟고 있다 해도 적어도 지켜져야 할 선이라는 것은 존재하고 그것이 우리 사는 세상이 타락하지 않게 지켜주는 마지노선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사회규범을 준수하고 법이라는 틀이 없어도 큰 혼선 없이 살아가는 우리네 보통사람들이 세상 구석구석을 받쳐주고 빛내주고 있다 믿는다. 그것에 항상 빚진 마음으로 나 또한 죄짓지 않고 소박하게 내게 주어진 하루를 살자 마음먹고 노력하며 살았을 이 땅에 수많은 사람들이 상처받고 가슴쳤을 이 며칠, 참으로 슬프다.

 


 무엇보다 가슴 아픈 대목은 글로만 배웠을 계엄을 제 손으로 실행해야 해 떨리는 손으로 총을 들고 두려움마저 숨겨야 했을 그날의 청년들이다. 또한 귀하게 키운 아들이 천인공노할 만행의 수족 노릇 하는 것도 모자라 지탄과 원망의 대상이 되는 걸 보고 무너져 내렸을 그들의 부모님께도 깊은 위로와 포옹을 보낸다.

 위기에 처한 나라를 위해 당장 손 뻗어 할 수 있는 일이 이렇게 없다는 게 대의 민주주의 한계인가 싶다가도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를 그 따위로 했으니 당해도 싸다는 이중적인 생각도 하게 되나 인간의 한계 아래 세운 이념이란 것이 어찌 완전무결하겠는가. 이런 생각해 봐야 무엇하겠는가. 어차피 당면한 현실은 우리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 해결이 시급한 것을. 서로 탓하지 말고 제 살 궁리 하느라 머리 굴리지 말고 제발 한 마음, 한 뜻으로 잘 대처해 나가 티 없이 커야 할 우리 아이들에게 더 이상 미안한 어른이 되지 않길 바라고 또 바란다. 그리고 상처받은 우리 모두를 안아주고 격려해 주자. 그래야 나아갈 수 있지 않겠나.


하루종일 마음속에 애국가 1절이 떠 다닌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무궁화 삼천리 화려 강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하늘은 보우해 주시길, 우리는 보전해 나가길.

바라고 또 바란다.





*사진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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